귀촌하여 농촌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나로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만족감보다 실망감이 더 커지고 있다. 모두들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농촌학교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많은 것들이 사실 장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 부부가 거의 반년을 고민해 오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학용품, 방과 후 수업들이 그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를 꺼내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당연히 그럴 것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하는 의문점 때문일 것이다.
도시학교와는 다른 시스템중의 하나인 이 무상제공 시스템의 그 복잡한 과정 같은 것은 들춰내고 싶지도 않다. 무상제공은 당연히 나도 좋다. 돈이 안 들어간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나? 하지만 많은 것을 무상제공 하는 학교는 더 중요한 무상제공은 잊어버렸나 보다. 바로 도덕, 윤리 교육이다.
이미 말했듯이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을 해왔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아이들, 친구를 놀리고 때리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있는 아이들, 연필, 지우개를 마치 일회용처럼 쓰고 버리는 아이들, 남의 물건을 거리낌 없이 가져가 맘대로 사용하는 아이들, 그 물건을 아까워하지 않는 원래 주인인 아이들, 방과 후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전혀 체크 하지 않는 선생들과 부모들.......심지어는 남의 닭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죽이고는 땅에 묻고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왜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반문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렇게 초등학교 6년을 보내고 나면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중학교에 올라가면 이러한 못된 버릇들은 없어질까? 단언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중학교 시스템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선생님들에게 물어 보았다. 나는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떠신지?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은 한두 분? 그것도 내가 이야기 하니 그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하며 심각해한다. 나머지 분들은 역시나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아이들에게 아껴 쓰라고 교육을 하긴 한다.”라고 가볍게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다. 하도 오랫동안 이 문제를 생각해 보니 가끔은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고민만 할 수 있을 뿐 나 혼자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집은 이제부터 아이가 필요한 것들은 돈 주고 사고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을 할 것이오! 라고 말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수업시간에 그림 그려야할 종이를 찢어 버리는 아이에게 벌을 세웠다. 그랬더니 궁시렁궁시렁……. 그깟 종이 한 장 가지고 왜 벌을 세우는지 모르겠단다. 종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고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만일 그 종이를 엄마가 사준 것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했더니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엄마한테 혼날 것이 뻔하니까, 라고.
아이들에게 나는 방과 후 선생이다. 그런데 돈을 내고 듣는 수업이 아닌 공짜 수업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종이와 같다. 나 같은 방과 후 선생은 얼마든지 있다. 그 안에서 수업을 하는 나는 매번 찢겨지고 구겨지는 도화지 꼴을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수업이 너무나 많고, 영특한 아이들은 모든 걸 파악했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진행하는 수업은 이미 아이들에겐 흥미가 없다. 그런 아이들을 억지로 눌러 앉혀 수업을 하려니 다음 시간부터는 들어오지 않는다. 학교 내 혹은 학교 밖에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자기들만의 놀이를 한다. 도덕성과 윤리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건전하지도 않다. 아름답거나 순진하지도 않으며 욕설과 협박, 폭력, 거짓말들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공격하며 하루를 보낸다.
난 아직 ‘그래도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여전히 고민 중이다. 공교육이 가진 이러한 문제들로 인하여 모두가 대안교육, 홈스쿨링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의 아이들만 소중한 게 아니다. 그 진흙탕 같은 학교에서 뒹굴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다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