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은 올해 일하고 있는 초등학교스포츠강사 310명 전원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한 상태다. 아울러 내년에 100명을 새로 채용하고 그 이듬해 사업을 완전히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기자는 3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해고철회를 요구하며 이틀째 집회를 가진 전북스포츠강사연합회 소속 스포츠강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전북 군산서해초등학교에서 스포츠강사로 일하고 있는 유미혜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문) 대표자들이 부교육감을 만났다고 들었다.
유) 어제 임원들이 부교육감과 인성건강과장 등을 만났다. 예산이 없다면서 정부 탓만 한다. 살림살이를 못 하고 정부 탓만 하는데 전북교육청이 무능력하단 생각이 들었다. 불용액을 줄인다든지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텐데 단호하게만 나온다. 방법을 찾아보겠다든지 좋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너무 완강하니까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가 210명치 지원예산을 세웠는데 100명만 채용하고 내후년엔 그마저도 없애겠다고 한다. 정부가 사업을 만들면 그때 다시 하겠다는 거다. 그런 마인드니 대화가 안 된다.
문) 학교에서 어떤 일을 하나?
유) 명색은 보조강사지만 체육수업을 전담하는 실정이다. 우리가 체육관련 전문가이다 보니 주를 맡기다가 아예 전부 맡기게 된 거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분출하는 나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심하다 싶게 떠들고 부대끼는 게 그런 이유다. 아이들과 뛰고 움직이면서 그런 걸 풀어주는 게 우리 일이고 보람이다. 6년 동안 일한 효과도 크다. 학생과 교사 95.5%가 만족한다는 교육부 설문조사 결과도 있잖은가.
문) 전북교육청을 대하면서 어떤 점이 어렵나?
유) 단지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아무 얘기 없이 정부지원금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를 수 있나. 경기, 광주, 부산, 전남 할 것 없이 타 시도교육청들은 현재 인원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전북은 돈이 내려오면 하고 안 내려오면 안 한달 수 있는 건가. 손 안 대고 코 풀겠단 심보다. 그동안 전혀 불만 않고 말 잘 듣고 일했는데, 우리가 너무 조용해서 표적이 됐나 싶다. 대화가 안 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지난달 16일에 군산 청암산 입구에서 처음 시위를 했고 둘레길 산행을 마치고 온 교육감을 어렵사리 만나 면담요청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만나주지 않고 있다(교육청 앞 집회 기간 중, 6일로 면담 일정이 잡혔다).
문) 청암산에 함께 있었나?
유) 그렇다. 교육감이 학교운영위원장들과 산행을 했다고 하더라. 내 사견이지만 내년에 나올 준비를 하려는 모양인데, 나라도 낙선운동 할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우리가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간곡하게 얘기하는데 차 문 딱 닫아버리고 끝내 한마디도 안하더라. 중간에서 비서가 말 전달하면서 왔다 갔다 했다. 그리도 대단한 사람인가? 교육감으로서 바른 처신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뜻을 전달할 방법이 지금 이거(집회)밖에 없다. 씹다 만 껌 딱지 취급받는 비정규직의 설움 아니겠나.
문) 스포츠강사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유) 국가대표 체조선수였던 여홍철과 함께 운동했던 초등학교 스포츠강사가 작년에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어제 면담에서 부교육감이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데 차라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게 좋지 않느냐고 했다더라. 우린 지금 임금 얘기 꺼내기도 전에 일자리 잃게 된 처지다. 10개월 단위 계약을 12개월 단위로 해달라는 요구가 무리인 건가? 다시 말하지만, 예산은 둘째고 비정규직 자체를 싫어하는 거다. 마인드가 불통인 그런 사람을 믿고 어떻게 우리 아이를 맡기겠나.
문) 어떤 요구가 1차적인가?
유) 감원 없이 모든 인원이 함께 가는 거다. 310명에서 일부만 재계약한다든지 하면 위화감만 조성될 뿐이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오전에 전북교육청이 학교에 전화를 해서 우리가 집회에 참석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정당하게 연가를 냈는데 집에 가서 김장을 하건 어딜 가건 무슨 관여인가. 확인 자체가 인권침해다.
문) 당장 실직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나?
유) 내 경우에 정부가 스포츠강사 사업은 길게 갈 거라고 해서 믿었다. 그래서 하던 일도 접고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파리 목숨이 됐다. 차가운 바닥에 은박지 깔고 컵라면 김밥으로 이런 식사를 하고 있자니 처량하다. 자기네들도 무직으로 밀려나 봐야 이런 심정을 알 거다. 우리 중에는 아이를 키우는 젊은 아빠, 엄마들이 많다. 당장 뭘로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이다. 한 1년이라도 준비할 시간을 줬어야 하지 않나. 그 점이 너무 섭섭하다. 운동하는 사람들 진로 막아놓고 저들도 축구는 볼까? 운동했던 사람들에게 세상 관문이 이렇게도 좁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