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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4-04 23:03:35

내가 바라는 새로운 학교


... ( 편집부 ) (2012-12-18 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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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공약들이 유명 주자들로부터 매일 쏟아져 나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마 국민들은 정리되지 않고 하루에 몇 건씩 배출되는 다양한 공약들에 의해 정신이 없을 듯하다.

이러한 공약들 가운데 교육 관련 공약에 당연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교육 관련 공약을 검색하여 찾아보면 교육 공약이라기보다는 복지 공약에 가깝다. 고교 의무 교육 실시, 무상 급식 전면 실시, 임기 5년내 대학 등록금 반값 실현 등은 교육 공약이 아니라 복지 공약에 가까운 내용이다.

그렇다고 교육 관련 공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선행학습 유발 시험 금지, '자유학기제' 도입, 초등 '온종일 학교' 운영, 초등 체육 활성화, '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후보는 아동교육복지기본법 제정을 통해 예체능 외 유·초등 사교육 실질적 금지, 고교학점제 도입, 대학입시전형 4가지 트랙 단순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물론 이들 내용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과 직접 연관된 교육 공약은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쉬운 예로 전교조와 교총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교원 법정 정원 확보와 학급당 정원 감축, 학교장 보직제 도입과 같은 현장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2009개정 교육과정, 각종 특목고 및 자율형 학교․교과 교실제, 생활기록부 학생부 기재 등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모순들의 해결에 대한 모습도 보기 어렵다.

그리고 제시된 공약들도 체계적인 논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주변의 다양한 요구들을 받아 적어 놓은 것이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진정한 교육 철학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물론 말로는 쉽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학생들을 구출하겠다. 서열 지상주의를 극복하겠다. 이러한 당위론적인 주장에서 파생된 여러 문장의 나열로 구성된 교육 공약은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준다.

선행 학습을 금지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 시스템에서 왜 선행학습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선행학습이 필요없는 교육 현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하겠단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선행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과거처럼 장학사나 감사팀을 파견하여 학교의 시험지를 감사하고 지적할 것인가?
자유 학기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한다? 지금 학교 현장은 1주일에 4시간 부여된 창의적 체험 활동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의 현장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한심한 발상들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고교 학점제 도입 공약이다. 그런데 이 공약도 한 줄로 간단하게 표현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내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런데 고교 학점제를 분석해 보면 왜 교원 법정 정원 확보가 필요한지, 지나치게 서열화된 성적 지상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당연히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는 데에는 많은 장벽들이 가로놓여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2009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도입 취지와는 달리 2009개정 교육과정은 교육 현장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에서 실시된 집중 이수제는 오히려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을 이전보다 더 강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집중이수제 도입의 본래 취지는 대학에서와 같이 기초 과목인 국영수 과목은 저학년에서 교양 과목처럼 집중 이수한 후에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전공 과 관련된 탐구 과목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이상적인데 현실에서는 탐구와 예체능 과목에서만 집중이수가 이루어져 학교 교육을 파생시키는 주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입시도 마차가지이다. 언수외 비중을 강화하고 탐구 과목의 비중은 줄이면서 영어와 수학 중심의 사교육 시장을 바로 잡겠다든지 선행 학습을 금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극치를 보여준다.

근대화 시기에 중국은 ‘중체서용’을, 우리나라는 ‘동도서기’를 주창하였다. 정치와 사회제도는 동양의 유교적 질서를 바탕으로 하되 서양의 과학 기술만을 받아 들여서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득권은 온전히 유지하면서 근대화 정책을 추진하는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상황이 지금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수외 비중의 대학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70% 이상인 상황에서 다양한 적성과 흥미를 고양시키는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은 ‘동도서기’처럼 학생 중심 교육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언수외 기초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교육 과정에서 50%에 가까운 현실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교육 개혁도 성공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따라서 언수외 과목에 대해서도 필수와 선택 과목의 구분을 명백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교과교실제를 실시하기 위해서 마치 4대강 사업과 같이 교실 증개축, 각종 교수용 물품 구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였다. 덕분에 교과교실제를 희망한 일부 학교들은 교육환경이 개선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교과교실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학급 수에 비해 많은 교실 수는 반드시 확보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교실을 증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교과교실제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교육 과정의 선택권을 부여해야 하는 데, 이것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실은 만들었는데 이들 지원하기 위한 교사가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지도하는 교사가 있어야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 수는 지난 6, 7차 교육과정처럼 학교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이것이 교원의 법정 정원을 확보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교과부는 교과 교실제 실시에 따른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제 강사를 채용하면서 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조차 학생들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느끼도록 친절한 배려를 하고 있다.

교사의 법정 정원은 반드시 확보가 되어야 학생 중심의 선택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그리고 학력 수준을 감안한 자유로운 교육과정의 선택에 따른 고교 학점제가 원활하게 이우러진다면 통제와 감시가 사라지는 자유로운 학교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고등학교에서 자주 발생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갈등이 대학교에서는 발생하지 않을까? 왜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학생들에 비해 학교를 좋아할까? 왜 고등학생들은 대학교 가는 것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을까?

만약 고등학교를 대학교처럼 만들 수 있다면 고등학생들의 학업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그럼 고등학교를 대학교처럼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왜 자유분방한 대학교에는 학원 폭력이란 단어가 없는데 왜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단어가 끊이지 않을까? 왜 중고등학생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까?

이런 상황에서 이런 고등학교는 어떤가 생각해 본다. 첫째, 학생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당연하게 교복도 없고, 두발도 완전 자유다. 지각, 조퇴, 결과, 결석이 있지만 학생 자유다. 왜 결석을 했는지에 대한 교사의 강한 질책도 꾸중도 없다. 일단 기존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갈등의 1차적 요인이었던 외형적 규제는 모두 소멸된다. 현재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각종 규제가 사라진다. 다만, 엄격한 학칙을 준수한다. 결석이 많은 학생은 당연히 유급이 될 것이다. 소모적인 일상 규제는 없지만 행정적 규제는 아주 강하게 유지되며 그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학생 스스로가 담당한다.

둘째, 학생들이 스스로 수강 신청을 하고 본인 시간표도 본인이 직접 작성한다.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는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과 같은 시스템의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필수 과목을 지정한 이후 나머지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자율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학을 좋아하지 않거나 장래 진로가 수학과 긴밀한 관련이 없는 학생들은 당연히 수학을 최저 단위로만 이수하면 된다. 그리고 학생이 좋아하거나 전공하고 싶은 과목을 집중 이수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교사와 학생 간의 수업에 따른 갈등은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전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시간표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당연히 성적평가는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가 이루어져만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학점은 철저하게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유급 제도가 출석일수 이외에는 의미가 없지만 이제 성적을 기준으로 해서도 ‘F’ 학점을 맞은 학생들은 해당 과목에 대한 ‘유급’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셋째, 정규 수업은 대학과 같이 정확하게 09:00에 시작하며 중간에 쉬는 시간은 15분으로 운영한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비해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중간에 결강 시간을 인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현재 고등학교가 이수해야할 총시간은 수는 주당 30단위이다. 따라서 하루 7시간을 수업시간으로 하면 정규 교과 수업은 마칠 수 있다. 그럼 중간에 점심시간을 여유 있게 처리하고도 하루 7시간 수업은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정규 수업을 종료하면 시간은 17:30정도가 된다. 이후 시간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한다. 더 이상 방과 후 학습도 없고 학교 자율 학습은 없다. 다만 도서관에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열람실은 반드시 설치해 둔다.

넷째, 그럼 ‘창의적재량활동’은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과연 자치·행사·진로·동아리 활동을 반드시 정규 교과 시간에 편성되어야 하는 의문이 든다. 자치만 해도 그렇다. 아무런 의미 없이 매주 이루어지는 학급회의라는 것이 정상이고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는 학교가 과연 몇 개나 될까?
그리고 동아리 활동은 방과후에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해야할 활동 영역이다. 이것을 교과 내에 편성을 하니까 오히려 학생들의 자생적인 동아리 활동이 통제되고 위축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방과 후에 학생 자치적인 영역으로 해야 한다.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 자치 활동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방과후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자연스럽게 지금 반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방과후 수업은 사라지고 지정한 의미의 방과후 활동만이 남게 될 것이다. 야간 자습은 지금과 같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열람실에서 자연스럽게 희망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팔자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일단 고등학교는 대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많고, 교사수도 부족한데 이런 것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바로 이때 등장해야 할 용어가 ‘교육 예산’이란 단어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요 대권 후보들의 용어는 ‘교육 예산’이 아니라 ‘복지 예산’이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변화를 전제로 한 대학 입시 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학교 현장을 바꿀 수 있는 살아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교육 개혁을 주장하는 그런 대선 주자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몽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