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홍재, 나를 위한 시간Ⅰ, 45×27cm Mother-of-pearl, resin on canvas 2022
전주 기린미술관(관장 이현옥)이 1일부터 5월 29일까지 자개문형글자를 새기는 행위예술가 심홍재 작가를 초대하여 개관 5주년 기념 초대전을 가진다.
1987년 작가의 길에 들어선 심홍재 작가는 자개로 글자를 조형화하여 캔버스 위에서 행위예술을 펼치는 작가다. 심 작가는 아트페어, 행위예술제에 참가하고 한국행위미술협회 회장과 전주 국제행위예술제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심홍재 작가의 22번째 개인전으로, 심 작가는 “예전 한자 추상의 획 작업에서 요즘은 한글 추상과 인체 추상의 획 작업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전시의 메시지는 평화와 안민에 있다”며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심 작가는 낡아서 버린 자개장롱의 무늬 부분을 오려낸 후 이를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해서 추구하고 있다. 자개가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글자 부분의 색조는 캔버스 위에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자개를 사용한 작가들의 작업은 가끔 눈에 띄지만 기성 오브제를 사용한 심홍재의 작업은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새것이 옛것을 밀어내고 주류로 부상하는 현상을 끊임없이 볼 수 있다. 심홍재 작가는 이 현상을 주목한다. 그는 폐 자개농의 무늬를 오려 따내는 작업을 통하여 자개농의 물성을 재해석하고 고정된 틀을 뛰어넘는 온고이지신적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자개는 장식을 위한 무늬를 새겨 넣을 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이가 이를 쓸 대상의 행복과 번영, 평화와 안민을 기원하는 마음을 새겨 넣는 작업이다. 바닷속 조개가 뭍으로 올라와 장인의 손으로 새겨져 그 쓰임을 다하고, 새겨진 의미를 지닌 채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번 초대전에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