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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딩에서 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 ( 편집부 ) (2013-07-15 19: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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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WG라는 개념이 아주 일반적이다. WG는 WohnungGemeinschaft , 즉 집을 함께 공유한다는 뜻인데, 방은 각각쓰고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WG가 있을 수 있다. 한국과 같이 부동산과 같은 중개업자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대학가 게시판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은 천차 만별인데 WG의 경우 최소 250유로부터 400유로 이상인 곳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안락한 내 방, 편안한 거실, 발코니, 주방, 화장실 불편함 없이 300유로가 되지 않은 가격에 좋은 집에 살고 있다.우연히 알게 된 독일인 친구를 통해 현지인 인맥을 이용했는데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나는 베딩에서 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쨋든 이 곳에 같이 사는 할아버지는 정말 흥미롭다. 올해 근 70에 다다르신 이름은 Henning 헤닝씨는 취미는 공원에 가서 자연풍경사진찍기, 스페인 요리하기(엄청 짜다), 그림그리기 라는 고상한 면모를 과시하시고, 물과 전기, 옷, 음식재료비를 낭비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하우스마이스터(건물관리인)이시다. 또한 주로 하시는 일은 노인들의 정치클럽에서 주 몇회씩 무언가를 하시는 거 같다. 아마 굉장히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하시고 계시는 듯 하다.
과거에 경매회사를 운영하셨다던데 가끔 갖고 싶은 골동품도 종종 구경시켜주신다.

나는 이 할아버지와 급속도로 가까워져 저녁을 자주 함께 해먹고 발코니에서 인생사는 이야기따위를 하며 35센트짜리 맥주를 들이키곤 한다.

어쨋든 이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재미난 썰 두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늙은 서양인남성과 젊은 아시아여성이 함께 있으면 오해 사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 곳에 오기 전 할아버지와 한집에 산다는 게 뭐 완전 편하진 않았다. 이미 앞서 언급한 오해에 대해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그런데 뭐 이런 편견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할 때인데 아주 가끔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느껴질때면 할아버지는 Fucking hell따위를 시원스레 날리곤 한다.

어쨋든 이상한 시선이 아직까진 꽤 재미있다.

두번째 흥미로운 것은 할아버지의 정치성향이다.

오늘 어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다 할아버지에게 모르는 단어에 대해 물어봤다. 주어진 텍스트는 독일의 역사와 정치에 관련한 것이었다.

독일이 어떻게 통일이 됐는가를 쉽고 자세히 기술한 텍스트였다. 헤닝씨에게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면서(아마도 betret, 가입하다) 할아버지가 달아준 코멘트 하나가 의미심장했다.

"이 책은 자본주의에 속해 있는 회사에서 만든걸 명심해야해! 대부분은 사실이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아" 그러곤 나는 할아버지가 느끼는 동베를린에 대해, 그리고 CDU, SPD 등에 대해 다시 들었다. 그는 여전히 Kommunitarism(소위 꼬뮌)이 유효하다고 믿는, 혹은 소망하는 내가 아는 '가장 나이든 남자'였다.

그는 서베를린에 살았지만 동베를린 출신이었고, 현재까지도 대단한 좌파이며 그가 가진 독일 통일에 대한 식견은 경험에 비추어서 꽤 굳건해보였다.

<동독과 서독 - Easter German, they are loser. I think so. They don't have any chance for job, ability , money from the first. Still now!>

뭔 놈의 꼴랑 20일 여기서 잠 좀 잤다고 독일 정치와 역사에 대해 논하랴마는 여튼 나의 동거인과 대화를 한 후 느끼는 바가 있어 대략 적는다.

독일은 알다시피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것은 베를린은 위치상으로 독일의 정확히 동쪽으로 위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어진다는 것이다. 연합국과 소비에트 연방 사이에서 다시 베를린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쪼개졌다. 때문에 독일 내 베를린은 완전 특수 지역이며 베를린장벽(Berlin Mauer)는 대단히 상징적이고 더욱 더 특수한 분단의 결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여간 여기서 나는 디테일 한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정확하지도 않다.

다만 헤닝씨로부터 전해 들은 동독을 지배한 DDR과 서독을 지배한 Bundesrepublik사이에서 생긴 몇가지 오해를 이 곳에 적고 싶다.

흡수통일의 견해나 DDR측의 동독은 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주목 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인데, 동독의 "경제적 어려움"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기서 어떻게 요약해 적어야 할지 몰라 할아버지가 했던 말들을 최대한 그 대로 옮겨야겠다. 물론 이하는 상호 부족한 영어로 대화한 것이다. 하도 재밌어서 심지어 아이폰으로 녹음함 ㅋㅋㅋㅋ

이하 녹음한것 정리해 옮겨 적음

"모두가 통일을 갈망한 것도 사실이지만 통일 후 무슨 일이 올지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도 있었어. 동독인들은 매일 우리의 권리를 외쳤어. 하지만 그것은 독재자나 시스템에 대한 게 아니었어. 다만 우리의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한 것이었지.(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관한 것이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타이밍을 놓쳐버림)그 책이 맞아. 동독은 가난했어. 서독은 부자였지. 사실이야.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고 어떻게 됐냐하면 말이야... 동독으로 돈이 유입되면서 조금 이상하게 되기도 했어. 왜냐면 서독인들은 돈을 쓰는데 익숙했거든. 하지만 동독은 돈을 축적했단 말이야.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 서독은 부자였지만 물건을 사버리고 나면 그 돈은 서독 안에 남아있지 않는거라고!

동독인들은 말이야 자기들이 만든 물건으로 자기들이 쓰는 데에 익숙해져있었어. 맞아, 동독은 가난했어. 아주 가난했지

하지만 그건 북한이나 아프리카 난민들의 가난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가난함이라는 걸 알아야 해. 그 가난함은 못먹고 못입는 가난함이 아니야. .(동독이 가난한걸 왜 자꾸 반복했는지 알겠었다. 그는 상대적 빈곤을 말하고 싶었던거 같다.)그냥 가난한거야. 동독에서는 매일 파티하고, 술마시고, 밥먹고 재미지게 놀수 있었어. 동독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못먹는 사람이 있지 않았냐고? 그건 서독이건 동독이건 마찬가지야.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 아무튼 동독은 자본주의 안에서는 '가난하다'라고밖에 표현 할 수 없지만 그건 절대적 빈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걸 알아야해.(totally라고 표현했지만 아마도 absolutly를 말한거 같았다.)

우리는 한단계씩 나아가는 통일을 원했어. 상대적인 빈곤을 서독과 천천히 줄이면서 말이야. 시간이 좀 더 필요했어. 하지만 DDR이나 Bundesrepublik의 지도자 생각은 달랐지. 왜냐면 그들의 생각은 대기업들의 생각이었으니까. 대기업들은 빨리 물건을 팔고 싼 노동력을 원했어. 우리는 그렇게 갑자기 통일을 했지.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는 동독과 서독의 경제차이를 향후 몇년 안에 회복할 수 있을거라고 장담했지. 그리고 어떻게 됐는줄 알아? 30년이 다되가. 지금 아직도 동독인들은 루저야. 내 생각엔 그래. 그들은 직업도, 능력도, 돈도 처음에도 어떤 기회도 갖질 못했어.

그건 지금도 그래! 그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 사실이지만 동독인들이 시스템에 저항했다는 건 좀 더 보류해봐야해. 이걸 명심하라고. 그건 자본주의가가 만든 책이야"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처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피상적인 개념을 독일 좌파 노인에게 전투적 열변으로, 게다가 서독과 동독의 상황으로 듣는건 뭐랄까. 잘은 모르겠지만... 무지 감질맛나고 흥미로웠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