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인간은 간사한지라 여름엔 겨울을, 겨울엔 여름을 꿈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이 곳에서 사뭇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습한 여름과는 달리 이곳의 열기는 습하지 않은, 저 만치 그늘로 들어가거나 집에 숨어 있으면 그래도 견딜만한 더위다.
내 몸은 아직 한국의 여름을 기억하고 있어 이 곳의 여름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서 너번 미치도록 더운 열기가 있긴 했다. 처음엔 은행이나 마트로 피신갈 간사한 생각을 하곤 했다.
역시 너무 간사했나보다. 마트도, 은행도, 지하철도, 학원도 어느 한 곳 에어콘을 틀지 않는다.
에어콘이 있긴 한걸까.. 36,37,38도에도, 암내에도 버틴다. 하....
여기서 잠깐 옆으로 새면 진짜 지하철 암내는 여름의 최고 고역인거 같다.
지하철 한정거장을 갈아탈때는 심지어 숨을 참고 가는 때도 있다. 하......
생각도 하기싫다. 진짜. 문득 자기 암내는 자기가 냄새 맡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나 당장 가게에 가서 데오드란트를 샀다는 후문.ㅋㅋㅋ
참! 이 곳 데오드란트는 참 싸기도 싸다. 거의 여름 필수품인 모양인데, 내가 전에는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이게 그렇게 필수인가 싶긴 했다. 평균가 1.5유로 전후반이나 2000원 전후다. 종류도 다양하고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집에서 더위에 모든 에너지를 뺏겨 무기력한 어느 주말.
한국이 그리워졌다. 지하철에 암내가 꽉차 있지 않은 한국이!
시원한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말.
이 곳에서의 금요일엔 대부분 친구들끼리 클럽, 펍에 가거나 1박2일 하우스파티를 하는게 일반적이고, 한마디로 술마시고 진탕 놀고! 일요일엔 열에 아홉이 개인시간이다.
개인시간이라고 한다면 하루 중 반은 거의 잠으로 때우고 그 나머지는 공원에 가거나 집안일을 하는게 대부분인듯 하다.
대형마트부터 구멍가게까지 주말은 어찌나 꼬박꼬박들 쉬시는지! 토요일에 장보기와 주말에 필요한 음식을 사 두는건 필수다.
일요일에 일하는건 반칙! 뭐 이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왠만하면 주말 오전에는 청소기 및 세탁기, 심지어 샤워도 자제라하는 주의까지 받았다. 응? 뭐야 이건.. 강제휴식.
중앙역이이나 가끔 피자, 되너를 파는 터키인 키오스크(작은 가게)는 주말에도 문을 열지만 대부분의 가게와 마트 심지어 일부 영화관도 오전만 상영하는 주말, 독일 친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주말 약속은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순위로 둔다.
이런 날 공원에 가면 비키니를 입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강아지 산책과 덤블링, 요가. 조깅 뭐 말할 것도 없다.
공원문화가 자기시간.
한국에 가보지 않은 어느 유럽인 친구 한명은 주말에 일하는 가게를 보며 불쌍하고 멍청하며 돈밖에 모르는 반칙쟁이 취급을 하던데... 그 정도로 비하할 일은 아니지만 일주일 중 하루를 아무 생각없이 마음 놓고 쉰다는 것(누군가와의 돈벌기 경쟁에서 하루는 완전히 손을 뗄수 있다는 건 가치 있는 듯 하다)
심심함과 휴식 재충전의 경계선에서 나는 주말에 심심하지 않기 위해 다음주부터 주말취미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더위를 참을만한 것과 못참는 경계선에서 '선풍기라도..'를 외치다 이제 곧 겨울지옥이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