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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는 왜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이 높을까? 보이지 않는 진짜 이유는?


... ( 편집부 ) (2023-11-04 02: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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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광주·전남·제주교육청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퇴 등을 이유로 한 전북대학교 학생들의 '중도 탈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20년∼2022년) 동안 중도 이탈한 전북대학교 학생은 3천42명이었다. 공과대학 학생은 1천명이었다. 세부적으로 공과대학 1천명, 경상대학 340명, 자연과학대학 335명, 인문대학 307명, 사회과학대학 148명 등 순이었다.
이는 이날 함께 국정감사를 실시한 전남대학교, 제주대학교보다 높은 수치다.



이러한 중도 이탈 학생 과다 현상에 대하여 전북대학교는 첨단 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장 교사의 촉으로 다른 판단이 된다.

비슷한 문제에 대해 수도권 대학에서의 연구 사례가 있어 더불어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 K대 2022학년도 중도 포기율(임진택) 조사 자료를 보면, 20학번 기준 수능으로 입학한 신입생은 무려 16.8%가 중도에 학교생활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으로 입학한 신입생 10명 가운데 2명 정도가 학교를 중도 포기한 것이다. 매우 높은 비중이다. 다음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하 교과 전형) 11.3%,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교과 전형)은 7%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입학 이후의 중도 포기율에서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충원율로 극심하게 나타난다. 다음은 수도권 소재 대학과 각 지역별 대학 중 ‘대학 어디가’를 통해 2022학년도 충원 합격률 자료를 발표한 대학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수시는 6개를 지원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대학에 4곳 합격하면 1곳에만 등록하고 나머지 대학은 포기해야만 한다. 그럼 다른 대학 3곳에서는 다음 차례의 수험생에게 합격 통지를 한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거치면서 초기 모집 인원에 비해 몇 배의 학생이 추가로 합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것을 충원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 지역 교과 전형 충원율은 157.2%이다. 이것은 100명 모집을 기준으로 한다면 257등까지 합격했다는 이야기이다. 참 당혹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비해 종합 전형은 85.4%로 나타난 거의 절반 수준이다. 종합 전형을 선택한 수험생의 학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종합 전형은 내신 성적에 맞추어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기보다 적성과 진로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잉? 전북 지역은 교과 전형 보다 종합 전형이 오히려 충원률이 더 높은데?”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역으로 질문을 하고 싶다. “왜? 전북 지역에서만 이런 현상일 발생할까?”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선발 인원 자체가 적으면 오히려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자료를 하나 더 살펴보자. 2022년 연세대, 경희대, 중앙대, 건국대, 한국외대가 발표한 ‘학생부 종합 전형 공통 평가 요소 및 평가 항목에 대한 조사 보고서’내용의 일부이다. 자연 계열 교수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표이다. 학문 분야에 물리에 <물리학Ⅰ> 이수가 필요하다고 하는 항목은 5.0점에 표준편차가 0으로 응답한 교수 모두 5.0점을 주었다는 뜻이다.



수도권 대학은 종합 전형으로 수험생이 희망하는 학문 분야와 고등학교에서의 이수 현황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수험생이 기계학과 진학을 희망한다면 비록 교과 내용이 어렵고 또 같은 학교 안에서 수강하는 학생의 숫자가 적어서 내신에 불리한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물리Ⅰ’과 ‘화학Ⅰ’ 교과목은 무조건 이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 전형은 상대적으로 교과 전형에 비해 입시 커트라인이 낮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수도권 대학은 대학 교수의 요구와 첨단 산업체의 요구에 발맞추어 수시의 절반 정도인 44%를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일반인이 판단해도 설득력있는 대입 선발 계획이다.



전북대 중도 이탈 현상을 분석하면서 서론이 지나치게 길어졌다. 문제는 간단하다. 전북대의 신입생 선발 계획은 수도권 대학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전북대학교 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을 살펴보자. 먼저 전형 유형별 모집 인원이다.



외형상으로 전북대는 종합전형으로 21%, 교과전형으로 49.9%, 정시는 25.7%를 선발한다. 확연하게 수도권에 비해 종합 전형 선발 인원이 적고 또 수능 최저 등급으로 반드시 수능이 필요한 교과 전형과 수능이 필수적인 정시 선발 인원이 75.6%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위 K대 사례와 충원율을 기준으로 할 때, 상대적으로 중도 이탈 비율이 높은 전형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종합 전형마저도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큰사람’전형은 504명으로 전체 모집 인원 4,175명 대비 9.7%에 불과하다.

다음은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수능 전형 최저 학력 기준 필수 응시 영역을 나타낸 것이다.



가장 이탈 비율이 높은 공과대에서 요구하는 수능 필수 영역을 살펴보면 의대, 치대, 사범대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수학 영역에서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3과목 중 1과목만 수능에 응시하면 지원과 합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이공계에서 ‘확률과 통계’도 중요하지만, ‘미적분’을 이수하고 학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북대에서는 10% 미만인 종합 전형에 지원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미적분’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 영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4개의 영역 가운데 1개 이상 영역을 응시하면 지원할 수 있다. 즉 기계공학과에 지원하면서 ‘물리’와 ‘화학’을 이수하지 않고 수능 시험을 ‘생명과학’이나 ‘지구과학’ 그리고 ‘생활과 윤리’로 응시해도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역시 75%이다.

물론 2015와 2022 교육과정이 문·이과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융합형 인재 양성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 학력 학습은 필수 요소이다. 기초 분야 학습을 전제로 타 교과와 융합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입시 체제에서 이러한 융합이 가능한 유일한 전형은 종합 전형이다.

전북대학교에서는 ‘미적분’을 하지 않아도, ‘물리’나 ‘화학’을 학습하지 않아도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후 대학에서의 생활 모습은 짐작이 된다. 대학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1학년 전공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과 막막한 표정을 짓는 대학 교수의 모습이 서로 겹친다. 학생과 교수 모두가 피해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도 이탈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의 여파가 일선 고등학교에 끼치는 악영향이다. 수도권 대학이나 의생명 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자신의 소신과 진로에 따라 수학, 과학 영역을 선택하여 학습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중위권 학생부터는 생각이 다르다. 1학년에 내신이 별로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학생은 일단 쉽게 학습하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까다롭고 힘든 종합 전형 보다는 단순히 수능 최저 등급만 맞추면 합격 확률이 높은 교과 전형이나 내신에 구애받지 않는 수능 정시를 선택한다. 이런 경우 수능 시험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다. 일단 ‘쉽게 쉽게 가자.’가 최우선이 된다. 수능 시험을 쉽게 가려면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을 학교에서도 선택해야만 한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선택 과목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모집단이 커져서 상대적으로 내신 등급을 얻기도 용이하다. 그러면 수도권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까지도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선택 과목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애매한 선택을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직은 내신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현상이다. 수도권 지역의 진학률이 떨어지는 중요한 이유이다. 결국 전북대학교 입시 방향이 우리 지역 고등학교의 합리적인 교육 과정 운영에 까지 커다란 악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우울한 현실이다.

대학의 이런 항변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의외로 종합 전형 신입생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많이 선발한다. 모순이 가득한 변명이다. 현장의 관점에서 볼 때 원인 제공은 대학에서 제공했다. 2025학년도 ‘큰사람’전형 507명도 이전에 비해 선발 인원을 늘린 결과이다. 이전에는 470여명 정도였다. 이 정도 선발 인원이면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모두 종합 전형으로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경우, 어렵고 힘든 종합 전형을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물리’와 ‘화학’은 학습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디 수강인원이 적어 내신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험로를 걷지 않고도 지방 국립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면 쉽게 갈 수 있는 교과 전형과 수능 정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지역과 전북대를 동시에 합격한 학생은 당연히 서울 지역 대학을 선택할 것이고 따라서 전북대에는 종합 전형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학생이 진학하는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었다.

지방 거점 국립 대학인 전북대학교의 중도 이탈 학생을 줄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전북 지역 고등학교의 정상인 교육 과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전북대학교가 입학 전형을 고교 학점제 실시 취지에 맞는 적성과 진로 중심의 종합 전형 선발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를 바란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
(사진, 글= 권혁선 전북교육공동연구원 대표, 전주고등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