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정책연구소가 선발고사 중심의 현행 전북 일반고 고입제도를 중장기적으로 내신 중심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16일 전북과학교육원에서 제4회 전북교육정책포럼을 열어 이 같은 안을 제시했다.
연구소 오영란 연구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1단계 2015학년도 현행유지 △2단계 2016학년도 내신성적 50%, 선발고사 50% △3단계 2017학년도 선발고사 50%와 내신성적 50%의 병행 방식에서 내신성적 100%로 전환해 실시 등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전북 일반고 학생선발은 지난 2000 이래 중학교 내신(28%)과 선발고사 성적(72%)을 합산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도의 경우, 전북은 평준화 지역(전주, 군산, 익산)과 대부분의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에서 내신성적과 선발고사의 총합 250점 중 선발고사 72%(180점), 내신성적 28%(70점)의 비율로 남녀 구별없이 선발한다.
내신성적에서 교과와 비교과 성적의 비율은 80%:20%이고 교과성적에서 기본점수가 50%로 주어진다. 비교과성적 20%는 출석, 봉사활동, 수상경력으로 구성되는데 학생들간 거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학생들의 내신성적의 차이는 교과학습에서 나타나는 성적 차이로 최대 35점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전북 일반고 입학전형에서 내신의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반면 선발고사의 영향력이 실제적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현행 전북 고입제도는 사실상 선발고사 중심의 입학전형제도인 셈이다.
반면 거의 모든 시도는 일반고 입학전형에서 내신성적이 가장 중요한 학생선발 요소로 적용되고 있다. 도 지역의 일반고 입학전형방식에서 내신성적의 비율은 강원, 전남이 70%, 경기와 충북, 충남이 각 67%, 69%, 경북, 제주가 50%이고, 선발고사를 도입할 예정인 경남과 울산은 각각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부터 50%를 적용할 예정이다.
고입 선발시험은 울산과 8개 도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북은 내신과 선발의 비율이 28:72로 내신의 비중이 가장 적다. 교과별 문제출제에서도 9개 교과에서 180문항이 출제돼 문항당 배점은 1점으로 선발에서의 영향력이 타 시도에 비교해 매우 높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광역시들은 선발시험을 치르지 않고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경기, 강원, 충북 역시 2013학년도부터 선발교사를 폐지했다.
오정란 연구원은 “선발고사는 학력향상과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교육과정을 왜곡시키고 사교육비 문제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해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이 선발고사 폐지를 결정한 것도 이런 사회적 비판들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평준화 지역인 전주, 군산, 익산을 비롯한 일부 지역 학생들은 선발시험이 당락에 미치는 높은 영향력 때문에 학교내신을 포기하고 선발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원 등 사교육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이는 다시 중학교 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정란 연구팀이 교원(교사 및 교육전문직) 886명과 학부모 2,0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입제도 개혁에 대한 저항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학교 3학년 진학담당부장교사 및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 결과,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내신성적과 선발고사의 반영 비율, 내신제로의 전환과 관련된 문제다. 내신성적 반영률을 높이거나 내신제로 전환하게 되면 시군 지역 중상위권 학생의 전주지역 지원 희망자가 많아져 농산어촌 학생의 전주유입현상이 더 촉진될 수 있고 이에 상응하는 만큼 전주지역의 학생이 타 지역으로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또한 시군 지역 학생의 전주유입현상이 증가하면서 시군 지역 고등학교 학생 수급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농산어촌의 우수학생 유출로 인한 농산어촌 지역 학교의 교육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연구원은 “일반고 진학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수용인원을 조정하고 지역별 학교 수 및 학생 수 등의 균형을 위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농산어촌교육특별법 제정 등 농산어촌 지역 고등학교 교육여건의 개선을 통해 전주로의 유입현상을 적극적으로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평준화 지역인 전주, 군산, 익산 등 도시학교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비평준화 지역인 농산어촌 학교가 이들 도시학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및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원은 또 “고입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고교다양화 정책 하에서 일반고의 교육력 제고와 특성화에 초점을 맞추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특목고, 자율고, 특성화고 등에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고는 여전히 획일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정숙 우석대학교 교수도 장기적으로 내신 성적에 의한 일반고 입학 전형이 바람직하다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다만 “고입 전형은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전제하면서 “내신성적 외에 다양한 전형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내신성적 중심으로 고입제도를 개선할 경우 도내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3개 시 지역으로 진학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로 하여금 우수학생들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도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육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도내 지역간 교육여건 및 조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입전형제도를 개선하더라도 고등학교 간 차별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숙 교수는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고교다양화 정책은 일반고와 특목고 및 자율고 간의 격차를 심화시켰다”며 “특목고 및 자율형사립고 등의 학생 선발이 전기 전형에서 이루어지는 한, 이들 학교와 일반고 사이의 서열체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