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스포츠강사들이 “대량해고 철회”를 촉구하면서 설 연휴에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초등 스포츠강사들은 29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한 데 이어 31일에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첫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설날인 이날 한옥마을은 휴일을 즐기는 시민과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로 붐볐다.
스포츠강사들은 오후 3시 30분경부터 한옥마을 경기전 앞 광장에 현수막과 알림판을 내걸고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면서 시민들에게 대량감원 사태를 알리고 지원을 호소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강사는 시민들에게 “저희는 초등학교에서 일명 체육선생님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스포츠강사”라면서 “도교육청 앞에서 두 달 동안 ‘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쳤지만 교육감의 마음을 바꿀 수 없었기에 즐거워야 할 설날에 이렇게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적극 지지해주고 주변에 이 사태에 대해 알려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시민들도 거리에 나온 스포츠강사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디서나 비정규직 신세가 이렇다며 개탄하거나, 전북교육청이 진보교육감 아니냐며 갸웃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전북교육청에 항의하겠다며 전화기를 꺼내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은 특히 스포츠강사들의 투쟁을 지지해 참가한 ‘풋볼 프리 스타일러’(football free-styler)의 공연에 즐거워했다. 축구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스포츠강사들은 시민들 반응에 고무돼 설 연휴 기간 한옥마을에서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 프리 스타일 공연뿐 아니라 음악줄넘기나 제기차기 등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도 짤막한 공연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주요 길목에서 1인 피켓시위도 함께 하기로 했다.
스포츠강사들은 이날 전주 한옥마을에서 2시간 동안 캠페인을 벌인 뒤 영화의 거리로 이동해 밤 8시까지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한편 정읍과 군산에서도 피켓시위가 진행됐다. 정읍에서는 29일부터 시작해 설날인 31일에는 정읍역과 시외버스터미널, 정읍CGV오거리, 동초등학교 앞에서 3시간가량 피켓시위를 벌였다. 정읍에는 26명이 초등학교에서 스포츠강사로 일해 왔다. 군산에서도 29일부터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강사들은 한편 대학가 쪽으로도 시위나 집회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스포츠강사들이 거리시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는 전북교육청에 대한 분노가 한몫 하고 있다. 강사들은 전북교육청이 자신들을 기만해왔다고 느끼고 있다.
정읍의 한 스포츠강사는 “130만원 급여에 10개월 계약이고 두 달은 놀아야 하는 이런 직업 때문에 고생해야 하나 하는 갈등을 많이 하면서도 특히 현장 교사들이 우리를 인정해줘 보람을 느끼고 일해 왔다”면서 “애초 어떤 정당한 평가를 거쳐서 우리한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면 차라리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런 사업 축소와 종료 얘기에 교장, 교감, 부장선생님들도 당황해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끝내야 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학교 실무진들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고 선생님들이 먼저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의 다른 스포츠강사는 “지난해 11월경 전북교육청과 첫 면담을 가졌을 때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해서 감원이 불가피하다. 2,500~2,700만 원짜리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교육청 관계자 말에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그 뒤 돌아온 것은 계약기간 단축과 급여 동결 등 근로조건 후퇴였다”고 말했다.
전주의 또 다른 강사는 “지금 스포츠강사들은 전북교육청의 기만에 화가 나고 악에 받쳐 계속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채용 계획을 모아 지난달 작성한 ‘2014년도 초등[특수]학교 스포츠강사 지원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와 문체부는 지난해 3,800명에서 723명 줄인 3,077명에 대한 예산을 올해 책정했다.
하지만 17개 시도교육청이 채용하겠다는 인원은 모두 2,792명이다. 시도교육청별 채용 가능 인원은 해당 교육청 예산에 따라 달라지며, 확보된 예산에 따라 문체부 지원액(20%)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육부가 당초 각 시도교육청 수요조사를 통해 확인한 고용가능 인원은 3,077명이다. 이 가운데 전북교육청이 고용가능하다고 밝힌 인원은 200명이었으며, 이에 따른 교육청 분담액은 32억여 원, 문체부 지원액은 그에 비례해 8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이후 42명 고용으로 대폭 물러났다. 처음 배정인원의 20%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교육청 확보액은 6억9천여만 원이며, 문체부 지원액은 그에 비례해 1억7천여만 원으로 줄었다. 자체 규모가 작은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최저지원액이다. 전북도의회에서 50% 삭감한 걸 감안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채용가능인원과 교육청 확보액 모두 타 시도교육청에 비해 월등히 작은 규모다. 전북과 함께 진보교육감 지역으로 분류되는 광주, 경기, 강원, 전남교육청의 경우에도, 강원만 배정인원 299명에 채용가능인원 271명일 뿐 타 지역은 모두 배정인원과 채용가능인원이 같거나 채용가능인원이 많다.
전북교육청은 예산이 부족해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북교육청은 채용계획에 따른 확보액에서 타 시도교육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원 44억, 충북 44억, 전남 54억, 경북 30억 등이지만 전북은 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스포츠강사들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자 전북교육청은 지난주 설연휴 직전에 150명 고용안을 최종적으로 교육부에 올릴 수 있다고 스포츠강사들에게 제안했다.
한편, 강원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스포츠강사 계약기간을 12개월로 연장했다. 내년부터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강원교육청은 올해 2월로 계약이 만료되는 전문상담사 242명 모두와 무기계약을 맺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이 아니라 교육감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