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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⑵: 경영총책임자의 포괄적 책임을 묻자


... 문수현 (2014-06-03 16:55:17)

4.16 세월호 참사. 이 끔직한 사태는 왜 발생했는가? 이 글은 그 원인을 우리사회의 멀지 않은 과거와 현실의 작동방식에서 찾아내 보이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다. 사회운동단체인 <사회진보연대> ‘세월호 대응팀’ 활동가들이 보내왔다. 사회진보연대 주간 웹소식지인 ‘사회화와 노동’ 2014년 특별호 제4호(2014.5.31.)에 실렸고, 5월 31일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 촛불행동’ 때 배포됐다. 두 번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글 = 배병근, 이진우(사회진보연대 세월호대응팀)


"사고 대책, 왜 소용이 없었나?"

○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남발했다

서해 훼리호 사고 이후 만재흘수선 규정이 법에 명기되었지만 이를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구명정·구명조끼와 같은 안전장비 구비는 국제여객선에만 구체적 비율이 명시되었을 뿐 국내선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과 같은 건설재해 대책 역시 날림공사와 봐주기식 감리 등 관행의 배경이 되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점까지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 결과는 ‘법 따로 현실 따로’였다.

○ 안전보다 이윤을 택했다

안전대책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이윤을 우선시한 기업 및 이익단체들의 로비 때문이었다. 부실공사 방지대책에 대해 건설업계는 정치권에 로비를 했고, 건축물 안전등급 조사 발표에 대해서는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선령 제한 완화 역시 해운조합의 강력한 로비로 현실화된 것이다. 지하철의 안전인력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효율성과 비용절감 논리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경쟁력과 경기활성화를 명목으로 안전 대책과는 정반대 정책을 채택했다.

○ 노동자·시민의 힘이 부족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의 조짐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이는 시설관리노동자와 입주업체 직원들이었다. 사고 전에 세월호에서 일했던 선장, 기관사 등은 배의 문제에 대해 이미 알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시민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안전 대책은 전문가들이 세워야 한다는 논리에 밀리고 스스로도 안전 문제까지 우리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냐고 생각했다.

이러한 3박자 속에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의 재난사고 대응은 ‘사고 → 대책발표 → 용두사미’의 악순환을 반복한 것이다.


"경영책임자의 포괄적 책임을 묻자"

세월호 참사는 규제받지 않는 자본, 자본을 위한 국가, 그리고 무책임한 정권 등이 그 구조적 원인이다. 대형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안은 무엇일까.

○ 참사를 겪은 나라들이 얻은 교훈

대형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캐나다, 호주, 영국 등에서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안전책임이 있는 기업이나 정부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그 죄를 엄중히 묻는 법안이다. 캐나다에서는 26명의 광산노동자가 사망한 웨스트레이 탄광 사고 이후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운동이 벌어졌다. 11년 간의 투쟁의 결과 2003년 기업책임법이 제정되었다. 호주에서는 1998년 에소롱퍼드 가스공장 폭발사건 이후 5년 만인 2003년 기업살인법이 제정되었다.

영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제도가 2007년 제정되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사건들이 그 배경이었다. 그 중 하나는 1987년의 대형선박 사고다. 선원의 실수로 차량을 싣는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출항했다가 193명이 사망했다. 선원은 처벌을 받았으나, 관리 소홀 책임자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은 기업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영국 노총과 사회운동은 안전 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기업에게 사고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였고, 그 결과 중 하나가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었다. 이 법에 따라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법을 위반할 경우 통상 연간 매출액의 2.5∼10% 범위에서 산업재해 벌금을 내야 하고, 심각하게 위반했을 경우에는 상한선 없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유죄가 확정된 경영총책임자 이름과 기업의 범죄 사실을 언론에 공표해야 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 기업살인법이 필요하다

기업살인법의 취지는 안전비용을 줄여 이득을 본 실제 경영총책임자에게 포괄적으로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우리도 다른 나라의 기업살인법 제정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안전책임을 방기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