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3주년을 넘긴 전북지역 극단 창작극회가 독일 출신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Fritz Ohrtman) 원작의 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Die Reise nach Gomsk)를 상연한다.
창작극회는 6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열흘간 제140회 정기공연작으로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평일(월요일 포함) 오후 7시 30분과 토요일 3시/7시, 일요일 3시에 전주시 경원동 창작소극장에서 만14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공연시간은 70분이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곰스크. 이 도시는 사내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들어온 꿈의 장소로, 평생에 꼭 한번 가야 할 운명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 중 우연히 내리게 된 작은 마을에 정착하면서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결국 곰스크로의 꿈을 접고 만다.
이들이 작은 마을에 붙들려있는 이유는 현실적이다. 처음엔 기차 시간을 놓치고 잠시 체류하는 동안 기차표 살 비용이 소진된다. 다시 기회를 잡았을 때 아내는 자신이 일해 구입한 예쁜 소파를 가져가야 한다고 고집하고, 소파는 기차 문을 통과하지 못할 만큼 크다. 게다가 아내는 임신 사실을 알려온다. 교사라는 새로운 안정적 직장과 정원이 딸린 새 집도 이들의 곰스크행을 지연시킨다. 사내는 이렇게 당장의 자리에 정박되어 있으면서도 곰스크로의 자유와 곰스크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이런 상념이 그와 함께 한다. “내가 바라는 환희와 두근거림이 빠져있다면, 그것은 나쁜 삶이 아닐지라도 내가 바라는 삶은 아니다.” “그런데 곰스크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과연 그 곳에 가면 행복할까?”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아내와 사내를 각각 속박과 자유의 상징으로 단순화하긴 어렵다. 작가가 그렇게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자유가 ‘이 장소와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할 뿐이진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의 각색·연출을 맡은 박규현씨는 “원작이 주는 느낌과 메시지, 가치 등을 충실히 살리려 노력했고 대사 위주로 각색했다”고 말했다. 또한 “내러티브와 플롯이 단순한 편이어서 상연작이 지루하고 밋밋해 보일 수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현장에서 라이브 기타반주가 곁들여진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또한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타인의 욕망을 좇으며 살아가는 사회현실에서, 특히 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고 자기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로는 이종화, 원숙, 박종원, 김명민, 김자영씨가 무대에 오르고 조명 한상희, 음향 김가영, 기획은 최옥자씨가 맡았다. 관람문의 : 063-282-1810, 010-45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