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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이재연구소,『이재만록』완역


... 고수현 (2014-06-10 16:39:22)

조선시대 호남지역의 대표적 실학자인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중심으로 호남의 실학과 전통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이재연구소(소장 하우봉 교수)가 그간 연구가 미진했던 이재 선생의 『이재만록』(頤齋漫錄) 완역에 성공해 조선시대 사회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재연구소가 지난 2011년부터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3년 동안의 노력 끝에 탄생시킨 이 책은 모두 상·중·하 3권으로 구성돼 있다. 하우봉 소장(사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박순철 교수(중어중문학과 교수)와 연구원인 노평규·김영 박사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



『이재만록』의 저자인 이재 황윤석(1729~1791)은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영‧정조 연간에 활동한 대표적인 실학 사상가다. 그는 당시의 서양 문물을 접하고 자명종을 직접 사서 분해해 연구할 만큼 신문물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그는 신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 관심을 가져서 성리학, 역사학, 국어학, 지리학, 천문학, 산학, 기하학, 음악 등에 걸쳐 300권에 달하는 저술을 남겼다.

그의 저술은 실로 호한해 당대 최고의 백과전서파 실학자라고 할 수 있다. 선생의 관심 분야와 저술 분량으로 볼 때 18세기 프랑스 백과전서파의 거장 디드로(Denis Diderot)에 견줄 만하며 21세기에 도래할 지식정보화 사회를 예견한 선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평소에 “군자는 한 사물이라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君子恥一物之不知)”라는 탐구심을 가지고 모든 사물의 이치를 궁구했다. 이로 인해 새로 알게 된 다양한 사물과 지식에 관해 수시로 기록하여 저술로 남겼는데, 그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이 『이재만록』에 수록돼 있다.

『이재만록』의 내용은 실로 다양하고 이채롭다. 이재 선생은 정치에 대한 관점으로 당쟁과 탕평책, 왕위계승, 예송논쟁, 영조와 정조에 대한 관점, 호남 차별과 과거 폐단 등의 문제를 기술했다. 당시 사회현상과 관련해서는 재혼과 정절, 통혼(通婚), 축첩, 개가(改嫁), 적서(嫡庶) 문제 등을 제기했고, 철학에 관해서는 사단칠정론, 인물성동이론, 심성이기설 등 논쟁을 고찰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역사와 관련해서는 향토사는 물론 『삼국사기』, 『고려사』 등의 사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독자적인 관점을 제시했고, 장릉참봉을 하면서 느낀 단종에 대한 애틋한 감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 20여 년간에 걸친 사환생활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으며, 임진왜란 때의 조총과 성벽 및 방어, 도서(島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자명종, 서양력, 서양과학서적 등 새로운 문물에 대한 관심과 수용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한 두 가지의 사례를 들어보면, 이재 선생은 “세상에서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억울함이 있다고 하니 ‘서자가 죄 없이 버림받는 것, 부녀자의 개가를 금지하는 것, 노비가 대대로 매매되는 것’이 그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천하 고금에 없는 것인데 우리나라 풍속에만 유독 있으니 또한 어진 군자가 슬퍼할 바다” 라며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도 청나라 칙사가 내세운 정조의 관상에서부터 최근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정도전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 자손의 교육을 위해 1만권의 책을 소장했던 자신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얘기들이 적혀있다.

이와 같이 『이재만록』은 조선조 철학과 사상, 정치, 종교 문제에서부터 당시 사회 생활상의 면면이 기록돼 있어 매우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우봉 이재연구소장은 “그동안 이재 선생이 남긴 저서가 제대로 번역되지 못한 관계로 연구와 조명이 활발하지 못했고 그 업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만록』이 완역된 만큼 이를 계기로 이재의 학문과 사상이 더욱 조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연구소에서는 『이재만록』 완역 출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6월 13일 전북대학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