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5시(제네바 시간 오전 10시)에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시각장애인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Marrakesh Treaty to Facilitate Access to Published Works for Persons Who Are Blind, Visually Impaired, or Otherwise Print Disabled. 이하: 마라케시 조약)’에 우리나라가 서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을 포함하여 마라케시 조약의 78번째 서명국이 되었다.
마라케시 조약은 국가의 허가를 받은 기관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제작하여 배포할 수 있게 하고 서명국 간에는 그러한 포맷의 사본의 수출입을 가능하게 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의 예외를 두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약이다.

(사진:오픈넷 공유 http://opennet.or.kr)
이 조약은 시각장애인이나 약시뿐만 아니라 난독증과 같은 독서 장애인들도 그 수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포맷 변경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에는 베른협약(1886년 스위스 베른에서 체결,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조약(WCT)) 제2조 제1항의 정의에 포함되는 출판되었거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제공된 글, 기록, 도해의 형태로 된 문학 및 예술 저작물이 포함된다.
포맷을 변경하여 배포할 수 있는 공인 기관이란 이 조약의 수혜 대상에게 교육, 정보 이용 서비스 등을 비영리적으로 제공하도록 정부의 공인 또는 인정을 받은 기관을 의미하며, 이러한 서비스를 이 조약의 수혜 대상에게 제공하는 것을 주요 활동 또는 기관의 의무 중 하나로 하는 정부 기관이나 비영리 기관도 포함된다.
허가받은 기관들이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제작하여 수혜자들에게 배포함에 있어 저작권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지 여부, 해당저작물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 가능한 포맷으로 상업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만 포맷의 제작 및 배포가 허용되는지 여부 등의 문제는 각 서명국이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허가받은 기관들은 다른 사명국의 허가받은 기관 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직접 이용 가능한 포맷의 사본을 수출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해당 저작물의 배포와 이용 제공은 해당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에 저촉되지 않아야 하며, 해당 저작권자의 합법적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마라케시 조약은 저작권의 예외를 위한 국제적인 최소 기준을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조약이라는 점에서 국제 저작권법의 중대한 발전을 이룬 역사적인 조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논의는 2003년 11월 시각장애인연맹(WBU)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 세미나’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9년 남미 3개국(브라질・에콰도르・파라과이)이 세계지식재산기구 내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상설위원회(SCCR)’에 시각장애인 저작물 접근권 개선 조약안을 공동 제안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2013년 6월 27일 국제 조약으로 채택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 이하 문체부)는 "2014년 7월부터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많은 대체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개발원조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6년부터 매년 세계지식재산기구에 신탁기금을 출연해 한류 콘텐츠가 많이 진출한 개도국을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 환경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며 "개도국 시각장애인들에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마라케시 조약 서명을 통해 마련되는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법적 규범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우리나라가 이미 「저작권법」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 규정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어 조약 비준을 위한 추가적인 이행 의무나 국내법 개정 사항은 없는 상황"으로, "조약 서명 후 비준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