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진창윤씨가 개인전 ‘저 산을 두고’를 연다.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인 전봉준과 김개남을 떠올리며 그들이 살아생전에 익숙했을 풍경들을 그렸다.
인물화를 주로 그려온 작가가 약 20년 만에 그린 본격적인 풍경화 2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며, 8월 1일부터 열흘간 전주시 동문길 복합문화공간 차라리언더바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이번 전시회는 전북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기홍)가 지난달 시작한 ‘2014 차라리언더바 릴레이 개인전’의 네 번째 전시회다. 작가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0년 제1회 개인전 ‘사람들’ 이후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진창윤 작가는 군산 옥구에서 태어났다. 전북민미협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북민미협과 전북인물작가회 회원이다.

(백산 53×45 Acrylic on canvas)
전주시 서학동 작업실 펴락에서 작가를 만났다.
○ 어떤 작업을 주로 하십니까?
= 그동안 주로 인물화작업을 해왔어요. 극사실주의적 작업을 했고, 나중엔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 그 뒤엔 한국화 기법으로 물감을 흘린 인물화 전시도 했어요. 지금은 극사실화는 아니더라도 다시 처음 비슷하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이번 개인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올해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죠. 이 주제로 한번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역사화처럼 관군 뛰어다니고 죽창 들고 하는 건 아니다 싶고, 생각 끝에 전봉준·김개남 장군이 주로 생활했던 산과 동네를 그리기로 마음먹었지요. 답사도 다녀왔고요. 그래서 백산을 그렸고, 전봉준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의 고목, 김제 만석보 풍경 등 20여 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물은 전혀 없고 모두 풍경화에요. 어느 정도 완성됐습니다.
○ 주로 인물화를 그려오셨는데요.
= 그렇죠. 풍경화도 이따금 그렸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그린 적은 없어요. 거의 20년만입니다. 그런데 풍경화라는 게 참 어렵더군요. 분명 전봉준 장군은 ‘저 산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겁니다. 민중의 현실이나 민족의 앞날도 생각했을 테고요. 전봉준 장군의 그런 심정을 담으려고 해서였을까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모르겠어요. 화가는 그릴 뿐이고, 보는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해석을 하겠죠.
○ 이번 릴레이개인전은 진 작가께서 기획하고 제안한 걸로 압니다.
= 회원작가들이 이 공간을 통해 마음껏 전시를 해보자는 뜻에서 제가 릴레이개인전을 제안한 겁니다. 마침 저로서도 2년에 한번은 하자고 마음먹은 개인전을 할 때가 됐기도 했지요.

(해초리느티나무 53×45 Acrylic on canvas)
○ 참여 작가는 열 명이군요.
= 얼마 전 작고한 장호 작가의 특별전을 먼저 했기 때문에 모두 11명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6월부터 한 달에 두 명씩 해서 올해를 채운 겁니다. 그 뒤 박홍규 작가가 6월 20일에 처음 개인전을 시작했어요. 누가 처음 해도 다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박홍규 작가의 판화작품이나 삶에서 좀 더 현장성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 이번 릴레이전 참여 작가들은 장르도 다르지만 색깔도 다양해보입니다.
= 특정 장르에 들거나 주제를 다뤄야 민중미술인 것은 아니라는 게 오늘날 민중미술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에요. 지용출 작가는 돌아가시기 전에 풀(草)이나 꽃 이파리를 판화로 파는 데 몰두했어요. 혹자는 그걸 민중미술이라고 할 수 있냐고 하는데, 같은 풀을 파도 느낌이 달라요. 풀이나 꽃을 그리면 민중미술이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는 거죠. 다양한 양식과 형식으로 모든 것을 그리되 이 시대의 민중이나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게 민중미술이라는 겁니다. 민중미술에 대한 생각이 여기까지 왔다는 거예요. 물론, 내면의 세계만 그린다든지 현실과 전혀 무관한 현실초월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런 작가들은 민미협에 절대 들어오지 않죠.
○ 앞으로 어떤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 다음 전시는 트릭아트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화를 패러디하되 그 안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넣는 거죠. 민중미술적인 내용은 담되 표현방식을 조금 바꾸어보는 겁니다. 어쨌든 80년대 방식은 안 통하니까요.
○ 이달 초 전북민미협 정기전 ‘갑오세 통일로’에서 전봉준·김개남 장군의 초상화를 그리셨죠?
= 예. 저도 그동안 동학농민전쟁을 많이 그렸는데 뒤돌아보니 그 분들을 한 번도 안 그렸더군요. 다른 많은 화가들은 전봉준과 김개남을 그렸는데도요. 그래서 내가 그리면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면서 뿌연 흑백사진을 놓고 초상화처럼 그린 건데 역시 어렵더군요.
○ 8월 8일에 있을 전국민미협 ‘명(命)’전에는 어떤 작품을 내죠?
= 손화중을 그려서 낼까 생각 중에 있어요. 사실, 민미협 전시는 시사적인 주제로 잡다보니까 기한이 촉박하다는 문제가 있어요. 참여 작가들이 그만큼 작업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죠.

(작업실 '펴락'에서, 2014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