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북의 한 일간지에는 ‘전주 ○○3동 자원봉사학생들 청소 실시’라는 제목의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이 주민센터는 1365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자원봉사 학생 10명을 모집해 5일 주민센터 청사 내부와 주변을 정비하는 작업에 투입했다.
주민센터는 무더위가 예상되는 8월 한 달간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휴강하는 기간과 학생들의 방학 일정이 겹치는 점을 활용해 청사 곳곳에 필요한 정비를 위해 학생들을 모집해 일손이 부족한 주민센터 환경정비를 실시했다고 한다.
기사 속 사진에는 학생 약 10명이 건물 안에서 회의테이블을 정돈하고 바닥을 쓸고 닦는 모습이 담겼다.
소식을 접하고 당황스러움과 함께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주민센터는 공무원들의 일터다. 자신의 일터는 자신이 청소하는 게 상례다. 더구나 공무원들은 봉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지 봉사 받을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주민센터가 직원들로 봉사단을 꾸려도 칭찬받을까 말까 하다.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직분이기 때문이다.
이 주민센터가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1365자원봉사포털에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관련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가 팝업 창으로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문 한쪽 미담기사에는 소외계층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봉사의 의미를 새삼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주민센터 측은 직원들이 학생들과 함께 일했다고 밝혔고, 동장은 특히 “우리 마을을 가꾸기 위해 기꺼이 봉사활동에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함께 했다고 해서 문제가 달라지진 않는다. 직원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이를 일손이 부족하다고 탓해서도 안 될 일이다. 게다가 주민센터 청소가 마을가꾸기로 둔갑하는 데는 어안이 벙벙하다.
물론 자원봉사 학생들은 말 그대로 자원해서 기꺼이 일에 참여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로서는 자원봉사 점수를 학교에 가져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 같은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항상 진정한 의미에서 봉사와 그에 따른 희열을 경험하지는 못한다.
한술 더 떠 이 주민센터는 다가오는 12일과 19일에도 방학 기간을 활용해 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아 관내 환경정비와 농촌일손돕기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종 행정지원에 자원봉사 점수가 아쉬운 학생들을 동원하는 관례는 사라졌으면 한다. 우리는 봉사라는 휴머니티의 영역까지 수량화하고 계량화하는 문제많은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설사 그 같은 관행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어느 한 기관이라도 먼저 그러한 관례와 선을 긋는 각성과 용기를 발휘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