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4-05 09:42:04

전주의 한 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 논란


... 문수현 (2014-08-08 13:19:16)

지난달 중순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려 피해학생들과 가해학생들을 가르고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분을 내렸으나, 전후 처리과정을 두고 심각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사건의 내막과 전개과정을 들여다보면 가해학생으로 몰린 학생이 오히려 피해학생이 될 개연성도 없지 않아 ‘학폭위의 결정은 공정성, 중립성, 전문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과 그 학부모가 학폭위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고, 학교 측의 미숙한 초동대응과 학폭위의 전문성 부족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피해자로 규정된 학생의 학부형이 현직 시의원인 점이 학폭위 결정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소리마저 들려오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학교폭력전담기구(이하 전담기구)가 작성해 학폭위에 보고한 사건경위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일 이 학교 체육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학년 같은 반 여학생들이 평소 친한 무리끼리 편을 갈라 피구경구를 하다 경기규칙을 두고 양 편이 옥신각신했다. 문제의 발단은 준비운동을 안 했다는 이유로 상대 쪽으로부터 경기장 입장을 저지당한 B무리의 한 학생이 울음을 터뜨린 것.

사건경위서가 ‘학교폭력 관련 내용’으로 든 것은, 우는 학생에게 A무리 학생들이 “찌질하게 질질 짜냐.” “도대체 왜 우는데?”라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 C를 향해서는 “뚱뚱한데 살 좀 빼라”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A무리의 W학생이 “그래 맞아”라고 맞장구침으로써 ‘모욕방조’ 했다는 부분들이다.

또한 체육시간이 끝난 뒤 A무리 학생들이 물티슈로 자신들의 손을 닦으면서 검은 때가 나오자 “C 때문에 이래” “겁나 드러워”라고 말했다는 부분도 ‘학교폭력 관련’ 내용으로 지목됐다.

A무리는 이밖에도 상대 무리에 속한 한 학생을 따돌림 했다는 혐의도 입었다. W학생 등이 “야, ○○○ 뺄 때 되지 않았어?” “그래, 빼야지”라고 대화하는 것을 들은 사람이 있고, 이후 대상 학생이 말을 붙여도 ‘무시’ 등을 했다는 것이다.

사건경위서에 따르면, 이 같은 학교폭력 관련 발언들은 C학생이 직접 들은 것이 아니며 같은 반의 또 다른 학생 2명이 들은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 목격자들은 C학생이 주도하는 B무리와 친하다는 점도 사건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정작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W학생은 담임교사, 조사담당교사, 이후 학폭위 증언 등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일관되게 부인했다.

또한 C학생과 해당학생의 어머니가 W학생에 대해 “화장하고 춤추러 다니며 남자친구를 만나러 다닌다는 사실무근의 내용으로 인신공격을 했다”고 W학생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W학생은 이 문제로 "담임선생님 앞에서 C의 사과를 받고 화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을 가해학생으로 학폭위에 제소한 C학생의 어머니에게도 “전화나 문자로라도 직접 사과를 받고 싶다”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W학생의 아버지는 “W는 자신의 주장을 조리 있게 표현하고 부당·부정한 것이라고 느끼면 절대 따르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런 점을 버릇없다고 보는 어른들도 있다”며 “딸아이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도 가해자로 몰려가는 모습에 ‘아, 우리 애가 미운털이 박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담기구로부터 사안을 이첩받은 학폭위는 위원들 간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학폭위까지 소집할 사안이 아니었다”거나 “W학생이 오히려 피해자로 보인다”는 입장부터 “피해 주장이 있으니 가해자도 있는 것”이라거나 “학폭위가 열리면 무조건 (학교폭력예방법이 규정한) 1~9호(서면사과~퇴학)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 들이 맞섰다.

학폭위는 결국 학교폭력예방법이 최저수준의 제재로 규정한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위원들 간 표결 끝에 결정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해당학교 측은 여러 차례 피해주장 학부모에게 학폭위를 여는 게 능사가 아니라며 부모들 간의 화해를 권유했다. 하지만 해당학부모는 ‘가해학생들과 그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며 학폭위 개최 요구를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 학교 K모 교장은 “피해를 당했다고 여기는 학부모의 의지가 워낙 강해 학폭위가 열리게 됐지만 학교의 기본 입장은 어디까지나 ‘화해’였다”며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책임을 물어 위임하고 강력한 생활지도나 인성지도를 요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많은 학부모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힌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다”며 “초기대응 과정에서 학교 측이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직 시의원이자 이 학교 운영위원인 C학생의 학부형 D씨는 “학폭위 개최를 요구한 건 맞지만, 사건 초기에 학교 측에서 먼저 이 사안을 학폭위에 제소할 뜻을 전해왔다”며, 학폭위 개최 요구의 취지에 대해서도 “가해학생들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도를 바라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가해자 입장에서는 가벼이 여길지 모르나 피해를 당한 딸아이는 언어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거나 집에 돌아와 토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의원이라는 직분을 뒷배삼아 무리하게 학폭위 소집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일부 주장은 그렇게 상상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피해자나 그 부모가 학폭위 개최를 원하면 학폭위를 개최해야 하고, 학교 측이 화해를 종용해서도 안 되는 걸로 안다”며 관련규정을 상기시켰다.

이 점에 대해서는 K교장도 “눈치를 봐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눈치 보려는 생각을 가진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교장은 또 “이번 일로 너무나 속상하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학부모 간 양보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을 기대하고 대비하면서 상황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가해자 판정을 받은 W학생의 학부형이 전담기구의 조사가 편향됐다며 사건경위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열흘 뒤 비공개 통보한 반면 C학생 학부형 D씨에게는 이를 아무 절차 없이 건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여운을 남겼다.

W학생의 아버지는 “전담기구의 불충분한 조사와 학폭위의 이해할 수 없는 결론으로 학교와 학폭위가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꼴”이라며 “학폭위가 너무 남발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예정했던 전학을 앞당겨 가자고 말하자 딸아이가 불명예스럽게 내가 왜 전학을 가느냐며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면서 학폭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심판에 호소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하지만 그는 “C학생 학부모가 ‘우리가 과한 점이 있었다’며 손을 내밀어오고, 학교의 젊은 교사들도 경험 있는 선배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공무원이기에 앞서 교육자로 서고자 노력한다면, 굳이 법적인 방편에 호소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학폭위에 사안이 이첩된 이상 학교폭력예방법의 1~9호 중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던 학폭위원들의 법규 이해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 관계자는 “학교폭력에 대해 징계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사안이 학교폭력임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이 학교폭력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는 권한까지도 학폭위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학폭위에서는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폭력 아님’ 또는 ‘혐의 없음’으로 판정할 수 있고, 이미 2012년도에 관련 유권해석을 각 시도교육청에 시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인성건강과 학교폭력업무 담당자도 “피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끝까지 요구하면 학폭위는 개최할 수 있지만, 위원들이 ‘증거 미비’ 또는 ‘혐의 없음’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최근 W학생의 아버지가 ‘사건 처리에 문제가 많다’며 접수한 민원에 대해서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종결했다.

이번 사태는, 학교폭력을 둘러싸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교사들과 학폭위원들에 대한 직무교육도 절실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