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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아닌 개인 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


... 문수현 (2014-08-13 14:16:16)

개인 일기를 발굴해 분석하고 그 역사성을 논구한 저작 4권이 최근 한꺼번에 출간됐다.

전북대학교 SSK 개인기록연구실(책임연구원 이정덕 교수)은 지난달 『아포일기』1, 2권과 『압축근대와 농촌사회』, 『동아시아 일기연구와 근대의 재구성』 등 총 3종 4권의 책을 간행했다.

전북대학교 개인기록연구실은 ‘개인기록을 통한 지역현대사 재구성’을 목표로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프로그램인 소셜사이언스코리아(SSK)를 통해 3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은 기간은 7년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경북 김천 아포읍에 거주하는 권순덕(71)씨의 45년 간의 일기를 묶은 『아포일기』 1, 2권과 일기자료의 분석을 토대로 진행한 연구 성과들을 수록한 『압축근대와 농촌사회』, 그리고 동아시아 개인기록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4개국의 일기 연구자들이 모여 진행한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모은 『동아시아 일기연구와 근대의 재구성』 등이다.

『아포일기-농민 권순덕의 삶과 기록』(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는 경북 김천시 아포읍에 거주하는 권순덕씨가 1969년 1월 1일부터 45년째 써내려온 일기다. 그의 일기에는 한국사회 경제개발이 추진되던 1960년대 농촌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20대 청년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경제개발이 본격화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사회가 겪게 되는 충격과 변화의 압력, 그리고 그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대응과 순응의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그동안 개인기록연구실이 지역 간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진행해왔던 비교연구의 일환이다. 개인기록연구실은 이미 출간된 경기도 평택의 『평택 일기로 본 농촌생활사 – 평택 대곡일기』(경기문화재단, 2009)에 이어, 충남 서천과 경북 김천 등지에서 일기자료를 발굴해왔다. 그 중 비교 분석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북 김천의 일기를 출간키로 하고 일기자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을 『아포일기』1, 2권으로 출간한 것이다.



또한 『압축근대와 농촌사회-창평일기 속의 삶.지역.국가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는 지난해 출간된 『창평일기』(지교, 2012~3) 전 4권을 통해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의 전북 지역현대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한국전쟁과 1950년대, 1960년대 이후의 국가 개발정책, 그리고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전개 등에 따른 농촌사회 및 생활상의 변화를 분석하는 논문들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은 제목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국가의 근대화 정책과 개인의 삶이 만나는 현장으로서의 지역사회를 분석하고 있는 본격적인 연구서라 할 수 있다.

한편 『동아시아 일기연구와 근대의 재구성』(논형)은 개인기록에 관한 연구를 동아시아 사회로 확대하기 위해 올 4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의 개인기록 연구자들이 모여 개최했던 국제학술대회의 연구 논문들을 한 권의 연구서로 묶은 것이다.



1부에는 일본 야마구치 대학의 이케다 유타 교수와 대만 중앙연구원의 진정원 연구원, 그리고 개인기록연구실의 책임연구원인 전북대 이정덕 교수 등이 각각 한, 일, 대만의 개인기록 연구의 동향과 현황을 정리하면서 현대 개인기록이 지니는 사회과학 연구자료로서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분석하는 글이 실려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일기를 통해서 각국의 근대성을 분석하는 연구 논문들이 실려있다. 일본 쇼와조시대학의 마츠다 시노부 교수, 대만 국사관 연구원인 허펑차오 박사, 중국 남경사범대학의 옌하이젠 교수, 그리고 <개인기록연구실>의 전임연구원인 이성호 박사 등이 4개국의 일기자료를 토대로 각국의 근대화과정과 근대성의 특성,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삶과 인식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책임연구원인 이정덕 교수는 “이번에 출간된 4권의 책은 SSK 개인기록연구실이 지난 3년의 연구 성과를 모아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가 우리 역사 속 생활상에 대한 연구와 동아시아 개인기록의 비교·분석 등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선임연구원 이성호 교수는 “일기 연구에서 가장 문제되는 건 저자가 그 지역을 대표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창평, 대곡, 아포 일기의 자자들은 그 당시 농촌사회의 가장 표준적인 사람들이라는 판단을 거쳐 분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이미 분석 또는 간행한 일기 외에 김제 광활과 남원 운동에도 오랫동안 일기를 써 온 분이 계신다”면서 “해방 이후 근대화 시기의 일기 자료들을 더 발굴해 한국사회 근대화과정에서 개인의 태도와 인식, 마을공동체나 지역사회의 변화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기록연구실은 내년에 권순덕씨의 일기 1986년~2000년까지 분을 엮어 『아포일기』3, 4권을 간행할 예정이다.

SSK 개인기록연구실에는 현재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과학사, 사회사 등을 전공하는 연구원 6명이 활동 중이며, 다음 달부터는 정치학 연구원이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