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도교육청은 학교로 운영비를 적게 보냈다. 어떤 교육청은 교원 성과급 지급을 연기했다. 어떤 곳은 교직원 월급날 앞두고 지방채를 발행했다.
시도교육청의 자금 사정이 심상치 않다. 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급한 불부터 끄는 형국이다. 교육청의 겉은 멀쩡하나 재무부서의 속은 타들어간다. 가히 초중등 교육재정의 위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정진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와 시도교육청에 확인한 상황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집행 누적비율은 8월 현재 72.4%다. 교육부가 한 해 동안 시도교육청에 보내는 자금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달까지 72를 전출한 것이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인 2013년(82.9%)보다 10.5%p 적은 비율이다.
지방교육재정 총 교부금이 40조 8천 681억원이니, 시도교육청 입장에서는 지난해보다 4조 2천 912억원 정도가 덜 들어온 셈이다. 최근 3년(80.0%)과 비교해도 약 3조 1천 60억원(7.6%p), 정부의 분기별 예산배정계획에 근거한 당초 계획(79.3%)과 비교하면 2조 8천 199억원(6.9%p) 정도 적게 들어왔다.
시도교육청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부금이 더디게 들어오니, 자금 운용이 만만치 않다. 자금 확보와 집행에 더욱 신경 쓰지만 역부족이다.
경기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은 8월말로 예정되어 있던 교원성과급을 9월초로 2주일 가량 연기했다. 그나마 한가위 명절 전에 지급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서울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은 최근 들어 꼭 필요로 하는 학교에만 선별적으로 운영비를 보내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이번 달, 3만여 교직원의 월급날을 앞두고 지방채를 발행했다. 대구교육청은 다음 달 초에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2013년 시도교육청별 교부금 결손액은 서울 293억원, 부산 153억원, 대구 115억원, 경북 182억원 등이다. 액수로만 보면 경기도가 496억원으로 가장 많다. 세종이 가장 적었는데 28억원이었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누리과정 등의 부담을 안고 있는 시도교육청으로서는 큰 액수다.
올해를 무사히 넘겨도 내년이 문제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교부금을 40조 8천 681억원에서 39조 5천 206억원으로 1조 3천 475억원 감액한다고 밝혔다. 2013년 세수감소 정산분이 반영되었다고 하나, 초등돌봄교실과 누리과정 등 정부 정책사업을 홀로 부담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시도교육청에겐 심각한 악재다. 지방교육자치의 취지에 맞는 특색 있는 자체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인 경비마저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안으로 교육청들이 지방채 1조 8천 500억원 발행하면 기획재정부 관리하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낮은 이율로 사주는 방식이 제시되긴 했다. 하지만 규모가 적은 데다 원금과 이자 모두 시도교육청이 상환하는 형태여서 위기를 잠시 지연시킬 뿐이다.
정진후 의원은 “현재 추세가 반전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참 나쁜 정부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초중등 교육재정의 위기를 선포할 때”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황우여 장관과 교육부는 국정이나 자사고 등 만사를 제쳐놓고, 시도교육청 재정 여건을 개선하는 데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