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능 영어시험을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역별 공청회를 여는 등 올해 안에 정책을 확정 발표하기 위해 분주하다. 정책이 확정되면 현재 중3이 대학에 가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절대평가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일 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를 시작으로 24일 호남권·제주권과 29일 영남권 공청회도 예정돼 있다.
현행 수능 영어영역의 점수 체제는 개인의 성적이 전체 응시집단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순위에 의해 결정되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시험에서의 상대적 서열이 중요하다 보니, 학교 영어 수업도 문제풀이 등 시험 준비 위주로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과도한 학습·입시 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과 관련해서는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토론회가 지난 4월과 5월 총 3차례 개최된 바 있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토론회와 간담회 등에서 전문가와 관계자가 제시한 의견을 기반으로 정책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교육부에서도 8월 말에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일 공청회는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의 취지, 점수 체제 등 정책연구 과정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정책연구진에서 발표하고, 고교·대학·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토론자와 현장 방청객이 제시하는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제1 주제 발표를 맡은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먼저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근본 취지는 단순히 사교육 문제 해결이 아니며, 학교 영어교육 정상화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어 교육, 더 나아가 학교교육 전반의 발전을 가져오지 못할 방안을 단순히 사교육 문제에 효용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추진한다면 그런 방안은 ‘교육’ 정책에 값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다만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독자적으로 성공할 수 없고, 사교육이 다른 영역으로 옮겨갈 우려 등에 대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학교교육과 평가가 ‘상대적인 서열에 따른 변별’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고 지적하며, 절대평가는 상대평가의 폐해를 해소하고 교육의 본연을 회복하는 방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대평가’의 관성이 만연한 상태에서 우리 학교 교육은 본말을 뒤집게 되었으며, 학생들은 교과의 완전학습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잊고 동급생과의 비교 우위를 유지하는 데 골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2 주제 발표를 맡은 박찬호 계명대 교수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논의 과정에 필요한 점수 체계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했다.
구체적으로 분할점수 방식은 △고정 분할점수 방식 △내용 분석에 의한 준거설정 방식 △혼합 방식을 검토할 수 있으며, 등급 수는 △9 등급 △4∼5등급 △2∼3등급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제 발표 이후, 고교·대학·시민단체로 구성된 전문가들의 지정 토론이 이어졌고, 현장을 찾은 학부모, 교사, 교수 등 관계자들이 수능 영어 절대평가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지정토론에는 최은경 상계고등학교 교사, 김신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전 한국교육평가학회장), 권오현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 이길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한국응용언어학회장),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이 참여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관계자 간담회 등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 과정에서 논의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관련 정부 정책을 연내에 확정·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