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인후동 주민들이 동네를 남북으로 가르는 6차선 도로 위 육교에서 모처럼 흥겨운 생활 장터를 함께 열었다.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인후동 육교에서 인후문화의집(관장 김현갑)이 주최한 생활문화장터 ‘깜장’(깜짝장터)은 대상황이었다. 학생과 청년을 비롯한 지역주민 40팀이 판매자와 공연자, 손님 등으로 참여했고 다녀간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른다.
판매자로 참여한 주민들은 다양했다. 목공예 소품와 먹을거리, 장식물, 티셔츠 등을 직접 만들어 가지고 나온 청년, 주부, 이웃집 누나와 여고생까지. 어둠이 깔리고 크리스마스 전구가 육교를 밝힌 오후 7시부터는 이틀간 4팀이 길거리 음악공연을 선보였다.
주민들은 장터 수익금 일부인 53만3,100원을 전북대병원 소아병동에 전달해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로 했다.
육교문화장터 깜장은 우리 도시문화 속의 소원하고 소외마저 느끼게 하는 ‘관계’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출발했다.
인후동 육교는 전주시가 그 경치의 가치를 살리려 나름대로 보존하고 있는 시설이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거의 이 동네 초등학생들의 통학로로 쓰일 뿐이었다. 실용에서나 상징에서나 오히려 육교 아래 6차선 도로의 의미가 컸다.
인후동을 남북으로 가르는 6차선 도로는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를 가르는 상징처럼 비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어느덧 아이들 사이에서도 ‘○○아파트 △△△동’이라는 말은 자연스레 ‘몇 평’이라는 수치로 이어지고, 사람의 격을 부당하게 평가하는 데 잘못 이용되고 있다.
깜장을 기획한 김진 인후문화의집 기획홍보실장은 “2년 전에 처음 인후동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빈부격차가 큰 동네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무렵 지역아동센터가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효자동으로 옮겨간 데는 ‘지역아동센터는 가난한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한몫 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깜장 같은 장터에서 부유함과 재능이 비례할 리 없다. 그저 누구나 자기가 가진 소소한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깜장이었던 셈.
육교를 장터로 삼은 것도 이 공간을 주민과 주민을 잇는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바람에서였다. 장소와 사람을 남기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는 김진 실장의 평소 신조와도 관련됐을 법하다.
한편 깜장 판매자 중 25명은 이튿날 1박2일 깜짝캠프에 참가했다. 한 참가자는 “주변에서 벌써부터 다음 깜장이 언제인지 자꾸 물어본다”며 “깜장을 시작으로 인후동 주민들이 소통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런 기회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사진제공=인후문화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