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유은혜 의원에 따르면, 원자력 홍보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원자력문화재단이 최근 4년간 교과서 수정‧보완을 요구한 내용 중 20% 이상이 수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재단이 개정을 요구한 건수는 1,143건에 이르고, 그중 231건을 반영한 것이다.
재단 측이 요구한 내용의 상당수는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이며 원전은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주장을 홍보하는 것으로, 교과서 수정은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모두 망라해 사회, 경제, 경제지리, 사회문화, 물리, 화학, 기술가정, 환경 등의 과목에서 이뤄졌다.
재단 측이 수정을 요구해 2010~2013년 교과서에 반영된 내용 중에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기술한 것도 있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확산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줄여야한다는 사회적 흐름과는 동 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수정된 교과서에서는 중수로가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는 표현은 아예 삭제되었고, 히로시마 원폭을 ‘원자력의 잘못된 이용’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원자력의 두 얼굴’이라고 순화하거나, ‘핵무기’를 ‘대량살상무기’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수정된 초등학교 교과서 중에는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를 삭제하고 아예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로 교체한 것도 있다.
환경운동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환경운동에 대해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추진될 때 시민들이 강력히 반대하였고”라는 표현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추진될 때 인근 포도 재배 농가들이 강력히 반대하였고”라고 고쳐 포도농장 주인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읽힐 소지를 남겼다.
또한 우리나라 산업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조선 산업이 삭제되는 대신 UAE 원전수출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교과서 총 16곳에서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혜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이슈로 원전 안전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야 할 교과서가 원전에 대해 일방적이고 막연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활용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특정 단체의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교과서의 수정 보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교육부는 관련 절차를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