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합법적인 활동에 대한 경찰 폭력이기에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었다. 대우 자동차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노조활동에 대해 경찰이 폭행했다.
근대정치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민주주의 제도도 포함한다. 근대 정치에서 자본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제도는 모순없이 순조롭게 결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찰 폭력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에서 위기를 방어하는 최전선의 약한고리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은 공권력의 폭력으로 자신의 위기를 노출한다.
근대정치에서 공권력이 행사하는 폭력행위는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근대정치는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내걸지만 현실에서는 의회정치를 시행하면서 의회정치밖의 정치는 폭력으로 간주하면서 억압한다.
데리다가 "법의 힘"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력은 법의 행사자이면서 동시에 법의 입법자로서도 행동한다. 경찰력이 표면상으로는 단순한 법의 집행자이지만 현실에서는 초법적인 법의 입법자로서 자주 행동한다. 경찰의 초법적인 폭력은 실은 일상적인 행동이었다. 경찰의 초법적인 입법활동은 경찰이 법에 존재하지 않는 법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것에 따라 시민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의 기준에 따라 민주 시민만 보호하고 경찰의 기준에서 불온시민은 보호하지 않는다.
경찰의 폭력은 실은 근대정치에서 일상적이다. 경찰의 폭력은 그 정도차에서 근대와 근대이전의 사회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경찰의 폭력은 소위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경찰의 폭력은 근대 정치제도의 모순이 폭발하는 지점이다.
문제는 왜 근대정치의 모순이 지금 경찰폭력으로 표면화하는가이다.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와 소위 선진민주주의 제도를 동시에 결합하려고 한다. 김대중 정권은 탄생부터 신자유주의의 수용과 선진민주주의 제도의 안착화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김대중 정권은 이 두가지 임무를 수행하라고 미국에 의해서 선택된 정권이다. 미국이 아니면 깡보수 김종필과 어중간한 진보 김대중을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는 고용유연화가 핵심이고 선진민주주의는 법에 의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신자유주의와 선진민주주의가 결합할 때에 최대의 약점 부위는 노동자의 일상활동이 된다.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이 자유롭지 않으면 민주 사회가 아니고 민주 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온전하게 작동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제도의 결합은 애초에 모순없이 결합할 수 없다.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적 국가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벨 평화상'으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의 이미지를 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의 민주적인 활동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
경찰 폭력은 단순한 경찰의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라 김대중정권의 약한고리가 표출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와 선진민주주의를 동시에 정착할 수 없다.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은 합법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현체제와 현정권의 위기를 노출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의 위기에 처해있다. 야당총재 이회창은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이다. 차기 대선은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으로 등장한 근대정치가 최후를 향해가고 있는 종착점에 해당한다. 이제 정권의 위기와 체제의 위기는 구별할 수 없게 결합되어 있고 차기 대권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공권력의 폭력은 한국 사회에서 일상화된다.
공권력의 폭력이 일상화되는 것은 모든 체제가 붕괴하려는 위기의 조짐이다. 대우차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은 과거의 경찰폭력에 비해서 심한 것이 아니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인권기준에서 볼 때에서 심각한 것이다. 경찰 폭력은 한국 국민이 참을 수 없는 한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정권 스스로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체제 위기의 신호탄으로 우리 앞에 있다.
특히 차기대선은 시작부터 경찰폭력으로 시작해서 이후에도 경찰 폭력이 일상화하는 형태로 갈 것으로 추정된다. 김대중 정권은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경찰폭력에 기대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으로 차기 대통령은 약빨이 떨어진 경찰 폭력으로 정권을 유지하려고 들 것이다. 경찰 공권력의 폭력은 암울한 대선 현장을 예고 있다.
경찰폭력의 노출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의 짝은 약한고리에서 위기의 조짐을 노출한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위기를 전가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권의 위기로 위기를 전가한다. 김대중 정권의 위기는 경찰 폭력의 위기로 노출되었다. 차기 정권이 이회창 정권이 된다면 아마 '법대로 노동자들을 압살'해서 경찰 폭력은 '비경찰폭력의 탈'을 쓰고 행해질 것이다.
경찰 폭력이 경찰 폭력임을 노출한 경찰폭력보다 경찰폭력이 합법적인 경찰 활동으로 위장할 때에 체제의 위기는 가까이 있다. 근대정치는 아무리 위기에 처해도 전근대정치로 회귀할 수 없고 다만 폭발할 수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의 위기도 전근대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근대 이후로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