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의 교육유공자 선정 과정이 또 말썽이다. 이번에는 교육부장관표창 대상자 선정 과정이다. 지난달 국외연수 교원 선정 과정에서 ‘지인 챙겨주기’ 의혹을 산 A장학사가 이번에도 의혹의 당사자다.
전북교육청 미래인재과는 월요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2014년도 교육정보화 유공자 장관표창 대상자 추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시행했다.
교육부가 교육정보화 유공자 85명에게 장관 표창을 할 계획이며 전북에는 4명이 배정되었으니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표창분야는 ‘초중등 이러닝활성화’ 2명, ‘이러닝 세계화’ 1명, ‘초중고학생 교육정보화지원’ 1명이었다.
교육정보화 유공자 표창 업무를 맡고 있는 전북교육청 A장학사는, 자신이 얼마 전까지 맡은 ‘전북e스쿨’에서 활동한 교사 중심으로 추천 대상자를 선정해 교육부에 올려 보냈다. 4명 중 3명은 A장학사와 함께 전북e스쿨 업무를 맡았던 교원이며, 나머지 한 명은 A장학사가 속한 부서의 주무관이다. 같은 부서 직원을 제외하더라도, 교사 3명이 전부 지인인 셈이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러닝 활동은 이스쿨 활동으로 국한지을 수 없다”며 “교육부가 공개한 명단을 보면 다른 시도교육청은 스마트교육 선도 교원이나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담당자들을 많이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선정된 교원 3명 중 2명은 얼마 전에도 A장학사에 의해 ‘직업·과학·정보교육 분야’ 국외 현장체험 연수대상 교사로 선정돼,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지인 챙겨주기의 표본’이란 말을 들은 바 있다. 이들은 학기 중인 현재 A장학사와 함께 호주에서 관광 성격이 짙은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당시 정보교육 분야에 선정된 5명 중 4명의 교사가 2014년 전북e스쿨 활동 강사 명단에 올라있었고, 이들의 활동 시기에 해당 장학사는 전북e스쿨 담당 장학사였다. 상벌은 교원의 승진이나 이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학사의 지인 챙기기는 교사들에게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장관표창 추천은 더욱 충격적이다. 미리 점찍어둔 추천자는 따로 있고, 그저 요식행위로 공문 절차를 밟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문제의 ‘장관표창 대상자 추천’ 공문은 24일 오전에 시행됐고, 추천마감 기한은 만 하루 뒤인 다음날 오전 10시까지였다. 추천받길 바라는 교원은 그 시간 안에 주어진 추천 기준에 맞춰 자신의 공적 관련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학교는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사실 확인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3일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전북교육청도 1주일 앞서 공문을 시행하는 게 보통이다.
결국, 이번 사례는 추천서 접수 마감시한을 촉박하게 고지해 접수 자체를 포기하게 하거나 접수 의욕을 꺾은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이미 추천자로 낙점됐다는 의심을 받는 대상자들은 공문 시행 며칠 전부터 제출서류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진다.
일부 교사들이 24일 늦은 밤 또는 마감시한인 25일 오전 10시에 임박해 장학사에게 서류를 보낼 수 있었던 반면, 선발된 교사 B씨의 경우 공문 시행 당일인 24일 오후 2시에 장학사에게 서류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 학교 업무담당 교사가 B교사에게 제출 서류의 공람을 고지한 시간은 2시30분경이었다.
게다가 전북교육청 해당 과와 담당 장학사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들의 요청을 받고 추천서류 제출기한을 12월 1일에서 12월 5일로 나흘 연장했는데도, 그 같은 내용을 공지하지도 추가 신청서류를 접수하지도 않았다.
지인을 챙겨주기 위해 선정 절차를 무력화하는 이 같은 일은 ‘교사도 알고 장학사도 아는’ 공공연하면서도 오래된 관행이다. 도교육청의 수장이 바뀌어도 그 같은 관행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나이든 선생님 반, 실력 있는 선생님 반 추천하는 식으로 했는데, 지금은 노골적으로 지인을 챙긴다”며 “그런 일이 만연하다 보니, 정작 포상을 받아야 할 유능한 교사들은 그저 ‘그러려나 보다’ 하고 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교사는 “대부분의 교사들과 학교는 이런 관행을 잘 알지만 신경을 안 쓰고 있고, 장학사의 권한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며 “정말 열심히 한 교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장관표창이 일부 장학사의 지인 챙겨주기로 전락하면서, 정작 공적이 많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추천자 선정에서는 스마트교육 선도 교원, 교육부 추천으로 수차례 해외에서 교육정보화 강의를 한 교사 등도 도교육청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포상 추천자 명단을 본 한 교사는 “유공교원 해외연수뿐 아니라 교육부장관표창까지도 지인 챙기기라니 해도 너무 한다”면서 “장학사 한 명의 문제가 아니고 전북교육청 안에 깊숙이 퍼져있는 문제라고 느껴왔다. 이런 일들을 교육감이 알고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