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5-12 09:57:27

서남대 협상대상자 선정 연기 배경


... 문수현 (2015-01-24 16:12:49)

◇ 서남대 이사회, 우선협상자 선정 연기

서남대학교 관선이사회가 지난 20일, 당일로 예정했던 재정기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다음달 13일로 연기했다. 이사회는 20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 밤6시부터 9시가 넘도록 토의를 이어간 끝에 4개 응모법인 가운데 전주 예수병원과 고양 명지병원으로 선정대상을 압축하고 두 법인에 2월 10일까지 보충자료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선정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2월 13일로 예고했다.

이사회는 우선협상대상자를 20일까지 선정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선정 연기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사회는 현장에서 언론브리핑을 통해 “명지병원은 재정적인 여건이 매우 불안한 상태이며, 예수병원은 맨파워 부분 및 의평원 평가를 제대로 받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두 기관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더 신중하게 고려한 뒤 차질 없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명지병원과 예수병원 양쪽을 다 실망시켰다. 하지만 공식 반응을 보인 쪽은 예수병원이다. 예수병원은 다음날인 21일 성명서를 발표해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재정지원 희망자의 재정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재정기여자 모집’이라는 학교와 이사회의 공고에 모순된다”며 이사회가 명지병원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배제하지 않은 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사회가 공식브리핑을 통해 명지병원의 재정 상태가 ‘매우 불안’하다고 발표한 점을 볼 때, 예수병원의 비판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사회가 명지병원에 낙제점에 다름없는 평가를 내리고도 당일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연기한 데는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 1월 20일 무슨 일이 있었나

이사 4명과 대학 측 인사 4명(교수협의회장, 총장, 노조위원장,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서류심사와 현지실사를 벌였고, 20일 회의에서 위원 8명이 각자 4개 응모기관에 대한 평가점수를 매기고 봉인했다. 평가지표의 배점은 재정 40점, 의과대학 정상화 30점, 전체 대학정상화 30점이었다.

위원들은 오직 자기가 매긴 점수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8개의 봉투는 이사회에 전달됐고, 8명의 관선이사는 회의를 열었다. 이사회 회의에 참관한 권영호 부총장이 봉투를 개봉해 종합 점수를 집계했다. 이사회는 결과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정을 미뤘다.

서남대 교수협의회와 ‘서남대 구성원 회의’(권영호 부총장 명의)는 다음날인 21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연기에 실망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고, 23일에는 대학 노동조합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사회가 소위원회를 구성한 본래 취지는 절차상의 하자 등 큰 문제점이 없을 때는 소위원회가 점증한 결과를 원안대로 수용해 발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교수협과 노조의 성명서에는 또한 “소위원회가, 이미 내정된 병원을 선정하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었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명은 또 “이사회는 간단한 결과만 발표하고 비공개를 고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에 스스로 흠집을 냈다”면서 “자세한 심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교수협 등은 이어 “소위원회는 서류심사와 병원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점을 하고 순위를 결정하여 이사회에 상정했다. 이사회는 소위원회의 의견과 달리 선정방침을 변경해 두 개의 법인에 서류보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 소위원회 심사결과 이사회가 번복?

교수협 등이 ‘(이사회가) 이미 내정한 병원’이라고 주장하는 곳은 예수병원이다. 그러므로 복잡해 보이는 위 주장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이사회는 예수병원을 지지한다. 그런데, 소위원회 채점 결과는 명지병원이 1위, 예수병원이 2위로 나왔다. 따라서 이사회가 이에 승복할 수 없어 채점결과를 비공개하고, 최종선정도 연기했다.

하지만 이사회 관계자는 이 같은 추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안행근 총무이사는 “12월 30일 6차 이사회가 열렸다. 이때, 소위원회가 서류 및 실지심사 결과를 이사회에 회부하면 1~4등을 놓고 전부 다시 검토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소위원회채점1위=우선협상자’라는 등식은 애초에 없었다는 얘기다.

또한 “이사회 결정 사항은 다 공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6차 이사회 의결 사항은 소위원회 위원들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절차상의 하자 등 큰 문제점이 없을 때는 소위원회가 검증한 결과를 원안대로 수용한다는 취지’ 운운은 교수회의 엉뚱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20일 이사회에 앞서 오후 2시 30분경부터 열린 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어쨌든 이사회의 결정에는 승복하는 것으로 의결했”으며 “회의 도중 이사 한 분이 ‘각서를 써야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이사회의 결정대로 따르는 건 당연한 것이므로 각서까지 쓸 일은 아니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 이사회, 왜 소위원회 심사결과 못 믿나

성명서를 낸 교수협의회장과 노조위원장도 비밀유지 약속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소위원회의 결정을 이사회가 번복했다”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이사회와 시각차를 드러냈다. 1, 2위를 가릴 수 없다는 이사회의 발표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두 법인의 취약점으로 지적한 분야에서 각자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았는지, 영역별 순위는 어떻게 됐는지, 어느 정도 보완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마땅히 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선도 있다. 1위와 2위를 발표하라거나 자세한 심사결과를 공개하라거나 하는 요구 자체가, 평가를 공정하게 하지 않았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심이 그것이다.

만약 공공연하게 반(反)예수병원-친(親)명지병원 정서를 드러낸 일부 위원들이 예수병원 쪽에 현저히 불공정한 점수를 매겼다면, 심사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사회 한 관계자도 “언뜻 봐도 나올 수 없는 점수가 나온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과 같은 말은 그 같은 상황을 짐작케 한다. “예수병원에 대해서는 ‘구재단과 내통하고 있다’면서 거절, 거부, 반목하는 정서가 아주 심각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객관적 사실을 놓고서 서남대에 기여할 수 있는 데가 어디냐는 것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심사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걸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결국 이사회가 선정 연기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소위원회의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이사회는 재정여력이 몹시 열악한 명지의료재단을 서남대 인수자로 결정하는 것은 도저히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게 중론이었어요. 대학구성원들이 똘똘 뭉쳐서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일을 그렇게 원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위 ‘점수’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 이사의 말이다. 결국 이사회의 고육지책이란 후보로 올려놓아선 안 될 후보를 후보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권한을 가진 이사회가 소신을 굽혔단 얘기다.

◇ 이사회가 두 병원에 보낸 공문

이사회는 한편 22일 예수병원과 명지의료재단에 공문을 보내 보완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르면 명지재단은 ①서남대에 매년 투자하고자 하는 현금의 재원과 그 근거 ②막대한 금융부채를 상환할 방안과 그 근거 ③앞 두 항이 실현 가능함을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의 검증을 받아 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예수병원은 ①의과대학 전임교원의 교육경력 부족 문제를 만족시킬 방안 ②의평원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의과대학 전임교수들의 논문 수를 확충할 방안 등 두 가지를 이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두 기관 공통으로 공탁형식계좌인 에스크로 계좌에 35억원을 예치해야 한다. 대학에 투자할 능력과 의지를 보겠다는 것이면서, 교육부 요구에 따라 이사회가 2월말까지 학교 측에 재단전입금 35억원을 내주기 위한 포석이다.

두 기관이 어떤 자료를 만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 또 소위원회의 임무가 종료된 가운데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다만 2월 13일로 연기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또 다시 유보될 가능성은 적다. 2월 28일까지 재단전입금 35억을 대학에 내주지 못하면 부실대학 멍에를 벗기 힘들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고, 설 명절도 뒤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협의회가 이사회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파행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선이사들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