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 4명이 30일 오후 집회 도중 전북교육청 9층 옥상을 점거하고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국 영전강 이혜련 분과장이 함께 하고 있다.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들은 전북교육청이 도내 영전강 140여명에 대한 인위적인 감원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4명이 30일 오후 집회 도중 전북교육청 9층 옥상을 기습 점거하고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영전강은 이날 전북교육청 앞 광장에서 전국 규모의 규탄집회를 열고 있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지속적으로 감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전북교육청이 특히 감원에 앞장서고 있다며 규탄에 나선 것이다.
1층 로비에서는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지난 26일부터 시작한 철야농성이 닷새째를 맞고 있었다. 김승환 교육감이 호주에 가 있던 27일과 29일 담당 과장과 주무관을 면담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영전강들은 책임 정규수업 시간을 기존 12시간에서 15시간으로 상향 조정한 지침은 강사들을 대량해고로 내모는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 대면결제까지 마친 해당 부서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영전강들은 “도교육청이 공문을 시행하자 6개월만 계약하자는 학교가 나왔다”며 보호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담당부서 주무관으로부터 “1년 ‘이내’로 계약하게 돼 있다. ‘1년’이라곤 안 돼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집단해고 위기에 놓인 전북지역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지난 26일부터 전북교육청 1층 로비를 점거하고 고용안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또 교육부가 업무편람에서 영전강의 책임 정규수업을 원칙적으로 18시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15시간’은 오히려 강사들에 대한 배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진안중학교 영전강 고선경씨는 “교육부는 전북처럼 농산촌 작은학교가 많은 경우 정규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수업 등을 포함해 18시간을 맞추도록 권장하고 있고, 전북교육청도 최근까진 그렇게 운영해왔다”며 “지난해 중순부터 전북교육청이 제도 폐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는 실제로 영전강 5년차를 앞둔 2014년 8월 재계약 당시 “18시수를 확보할 수 없어 재계약 해지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고 씨는 “이미 국가인권위는 법적 검토를 거쳐 2013년 8월 교육부에 영전강은 무기계약 직종이라고 알렸고, 고용노동부도 행정해석을 통해 영전강을 사용자가 교육감인 무기계약 근로자로 봤다”며 “법학을 전공한 김승환 교육감은 자기가 정리해고 하는 데 이용되는 것만 법이고 나머지 것은 법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환 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은 2013년 하반기 전문상담사와 초등스포츠강사에 이어 올해 영어회화전문강사들에게도 집단해고라는 설날 선물을 내밀었다.)
전북교육청이 영전강의 순회근무를 실시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담당 공무원이 일부 언론인터뷰에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날 집회에서 한 영전강은 “교육부가 업무편람을 통해 순회근무를 열어둔 본래 취지는, 책임수업시수 확보가 어려운 강사의 수업을 보장하고, 작은 학교의 열악한 수업환경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업의 질 운운하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이명박 설거지’ 논리를 펴면서 영전강 해고에 적극적이긴 하지만, 교육부 역시 무대책인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영전강에 대해서는 ‘전문인력 확보’를 내세우며 일반 기간제 노동자들과 달리 기간제 고용 상한기간을 최장 4년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뒀다. 하지만, 기간제 상한기간 4년이 되는 2013년 8월까지도 4년이 만료하는 영전강들에 대한 고용안정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와 고용노동부의 권고가 있었지만, 정부와 교육청은 역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4년 만료자를 일단 전원 해고한 뒤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 합격한 사람들만 다시 채용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2013년 8월 만료자 508명 중 72%인 370명만 재고용됐고, 2014년 2월 만료자 1,696명 중 64%인 1,087명만 재고용됐다. 이렇게 최근 2년간 4년 만료자 2,204명 중 34%인 747명이 완전히 해고됐다.
그나마 재고용된 66%의 영전강들도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여전히 1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하는 기간제 노동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교육청의 고용불안 상황이 심각하다. 전북교육청은 그동안에도 지난 1년 동안 57명을 감축(27.9% 감원)해 전국 평균(10.2%)보다 2.7배나 많은 인원을 줄였고, 4년 만기자 재고용율도 56%에 불과(4년 만기자 128명 중 72명만 재고용, 56명 해고 확정)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영전강들은 특히, 전북교육청이 올해 수업시수 주당 15시간 미만일 경우 예외 없이 해고되도록 방침을 정해, 현재 140여명인 전북 영전강 중 재계약이 가능한 인원은 20% 안팎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역 영전강 대부분이 해고될 상황이란 얘기다. 특히 4년 만기자 52명 중 재고용 대상은 2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료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영전강들의 농성은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여 미터 고공농성 자체가 위험부담이 클뿐더러, 2일부터는 초등학교 개학과 함께 채용서류 접수가 이뤄져 파업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여름 날씨를 만끽한 김승환 교육감은 31일 새벽 1시께 전주에 돌아온다. 김 교육감이 과연 맨 먼저, 농성 중인 영전강들의 언 손을 잡아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