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성철)
오랜 시간 책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과 책 서로가 열렬히 사랑하고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책에 대한 사람의 관심이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매체들의 등장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은 훌륭하고 다른 디지털 매체들은 저급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불러 일으킬만한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동진, 김중혁 작가의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최근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팟캐스트를 통해서 책을 선정, 읽고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책이다.
‘숭고하고 윤리적인 속죄’-이언 매큐언 작 <속죄>. ‘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밀란 쿤데라 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마지막, 당신이 만나게 되는 진실은’-줄리언 반스 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년의 어떤 꿈에 대하여’-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작 <호밀밭의 파수꾼>. ‘신기한 이야기에 숨겨진 카오스와 코스모스’-얀 마텔 작 <파이 이야기>. ‘이렇게 강하고 자유로운 남자들’-니코스 카잔차키스 작 <그리스인 조르바>. ‘그가 또 다른 세계에서 만난 것은’-무라카미 하루키 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렇게 총 7편의 소설들을 꼼꼼하고 면밀히 분석했다.
그 중에서 단연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눈길이 간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뿐만 아니라 그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은둔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삶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소설로 불리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와 닮았다는 가설. 물론 그는 자신과 작품의 인물들을 연관짓는 것을 싫어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이 작품을 절대 영화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전쟁 중에도 원고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것, 작품은 계속 쓰고 싶으나 출판은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 히스테릭한 성격까지.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많은 시간 동안 서로 나눴던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그렇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책을 접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이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좋은 작품을 읽으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문학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문학을 더욱 사랑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 이번 주 글쓴이가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어갑니다.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은 부안소방서 현장기동단에 근무하는 정은애 소방관입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