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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9:57:27

안나와 만난다는 것


... ( 편집부 ) (2015-03-12 22: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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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을 움직인 책 = 『Hi,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위즈앤비즈 2013.

(사진=윤세민)

나는 이 책을 수녀님께 선물로 받았다. 이 책을 두 번 읽었지만 한 번 더 읽어봐도 질리지 않을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원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읽으려고 한 책인데 읽을 때마다 마치 안나와 만나는 것같이 느껴져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읽은 책이다.

인물소개를 하자면, 이 책의 주요 인물은 핀과 안나이다. 핀은 수학, 물리학, 전기장치 이 세 가지를 매우 좋아하고 안나의 친구이자 오빠, 그리고 아빠였다. 안나는 일곱 살인 여자아이인데 삶의 목적을 똑 부러지게 알고 ‘미스터 갓’의 친구이며 조력자였다.

핀과 안나의 만남은 11월 어느 날 밤에 이루어졌다. 핀은 밤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날도 여느 때처럼 핫도그를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걷고 있다가 한 꼬마 여자아이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핫도그 하나를 권했고, 그 여자아이는 안나였다.

안나는 그 이후로 핀의 집에 가서 살게 되는데, 그녀의 과거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몸에 상처와 피멍이 가득했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앞서 나온 밝은 안나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고 화가 났다. 안나의 작은 그 몸은 나뿐만 아니라 핀과 핀의 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이렇게 핀이 안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꼭 탐험 같았다. 안나와의 대화는 매우 흥미롭고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줬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감탄했던 몇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안나는 하느님을 ‘미스터 갓’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안나는 미스터 갓이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이때 나는 안나가 말하려는 속뜻이 무엇일까 하고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미스터 갓은 어느 면에서나 충만하신 분이었다. 책을 쭉 읽어보니 안나는 한 물체가 어떤 색깔만 빼고 모든 색깔을 흡수하기 때문에 그 어떤 색깔이 반사되어 그 색깔로 보이는 것처럼, 미스터 갓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아무것도 거부하거나 되돌려 보내지 않기 때문에 비어있다고 했다. 정말 놀랐다. 그 어린 꼬맹이가 과학을 이용해 신을 표현하다니! 안나의 그 표현이 나에게 매우 새롭게 그리고 적합하게 들렸다.

아주 많아서 셀 수 없는 숫자를 안나는 ‘억경’이라고 불렀다. 이 숫자는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었다. 안나는 억경의 물음에 전부 맞게 대답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억경의 억경 배 물음에 대해서도 다 맞게 답할 수 있다고 했다. 핀은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나는 핀에게 답이 3이 되는 질문을 연이어 했고, 핀은 그런 질문은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하늘의 별들만큼이나’는 ‘억경’ 번이 되는 것 아닌가. 핀은 아차 싶었다. 이렇게 모든 숫자들은 억경 개나 되는 질문들의 답이 될 수 있다는 안나의 말에 나는 또 감탄했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나는 항상 질문을 먼저하고 답을 찾았는데 답이 먼저 정해지고 질문을 나중에 생각해낼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기발했다. 안나는 답에 상응하는 질문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 답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덧붙여 강조했다. 만약 정해진 하나의 답을 놓고 질문에 뒷걸음쳐 가다 그 질문이 딱 하나밖에 없다면 정말 장땡을 거머쥔 경우인 것이다. 여러 면으로 참으로 기막힌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안나를 통해 감탄한 부분도 있지만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었다. 안나는 아인슈타인과 달리 빛보다 그림자가 더 빠르다고 했다. 이 부분은 나에게 있어 이해가 가지 않고 안나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림자는 빛에 의하여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데 그림자가 빛보다 빠르다니! 안나의 속뜻을 알려면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외에도 안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뒤집어 새로운 주장들을 내세웠다. 이 책을 빌리거나 사서 그 주장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말할 자신이 있다. 안나를 만나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즐거웠었다. 무엇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안나와의 만남을 허락해준 『Hi, 미스터 갓』은 그야말로 내 마음을 움직이다 못해 거꾸로 뒤집어 새로운 발상을 하게 해준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나서 많은 것을 묵직하게 얻은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안나를 만나서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 이번 주 글쓴이가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어갑니다.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은 군산 영광여고 1학년 김수련 학생입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