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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교원들, 교내 성폭력 은폐·축소


... 문수현 (2015-08-03 03:06:50)

전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장애학생 간 성폭력 사건의 전말이 피해학생 학부모의 끈질긴 진실규명 노력과 1년에 걸친 전북교육청의 재감사에 의해 사건 발생 두 해 만에 드러났다.

감사 결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학교 교원들은 교실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서도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중요한 기록을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했다. 또 도교육청이 감사에 나서자 이에 대비해 조작한 회의록을 회람하면서 입을 맞추는 등 감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교육청 감사과 관계자는 “재감사 결과, 학교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허위출장 중이던 교사들이 자율학습감독과 학생보호조치에 소홀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을 것을 두려워해 사건을 체계적으로 은폐·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돌봐야 할 교원들이 자신들의 안위와 사욕을 위해 진실을 매장한 셈이다.

당시 이 학교 교장은 퇴직을 앞두고 ‘몸을 사리던’ 상황에서 동료교원에게 “징계만 피해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허위출장을 결재한 교감 역시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진실을 은폐하는 데 가담한 또 다른 교사는 당시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건은 2013년 7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이 학교의 한 교실에서 자율학습시간에 감독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장애학생 간 성폭행(준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시각 이 학교 중고등부 교사 7명이 ‘가정방문’으로 허위출장을 내고 교외에서 회식 중이거나 병원 진료를 받고 있었다.

‘성폭력 사건이 터졌다’는 급보를 듣고 출장에서 돌아온 교장과, 회식을 중단하고 귀교한 교원들은 긴급히 대책회의를 열었다. 며칠 뒤 교장과 교감, 관련 교사들은 일부 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이 없었던 것처럼 문서를 꾸며 도교육청에 보고했다.

도교육청 특수교육 담당 부서가 피해학생 학부모의 탄원에 따라 조사에 나섰지만, 관련 기록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관련자 진술도 받지 않는 등 부실한 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는 동안 피해학생은 학교를 그만둬야 했고, 피해학생 어머니는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해 9월 전북교육청은 해당학교에 대해 감사를 벌였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지 못했다. 진실규명이 난항에 빠지면서 지난해 8월 피해학생 및 장애인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사건 은폐·축소에 가담한 관련자 6명에 대해 징계요구하고 이 중 4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청했다. “누가 물어보면 자율학습 감독교사가 감독을 잘 했다고 얘기하라”고 허위진술을 학생들에게 요구한 교사와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 피해학생 담임교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타 교육청으로 전출한 교사에 대해서는 감사 징계사유를 통보하고, 이미 퇴직한 당시 교장을 포함해 관련교원들을 지난 22일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했다.

재감사 담당자 나상원 주무관은 “교사들이 허위출장을 내지 않고 자율학습 감독을 잘 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고, 결국 피해자인 가·피 학생들의 긴 고통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은폐·축소 교원들 중 어느 누구도 학생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낸 사람이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달리 보려는 사고가 여전히 뿌리 깊다”며 “일반학교에서 성폭력 은폐·축소보다 장애인학교에서 은폐·축소는 더 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사과 관계자는 한편 사건 은폐·축소에 도교육청 특수교육 담당부서가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했지만 관련 정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