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 거센 후폭풍을 불어올 조짐이다.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복지사업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각 지자체가 자체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5,89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이 유사하거나 중복된다며 이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을 의결했다. 이튿날 보건복지부는 정비목록이 포함된 복지사업 정비 공문을 지자체에 하달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지자체는 시행중인 사회보장사업의 수를 25.4% 줄여야 한다. 예산 기준으로는 15.4%를 삭감해야 한다.
사회보장이란 질병, 상해, 실업, 노령, 출산, 사망 등의 위험에 대해 국가적인 부담이나 보험 제도를 통해 국민의 최저 생존권을 지키고자 하는 경제적 보장 제도를 말한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대규모 복지사업 정비가 이뤄지게 된다. 정비대상에는 장수수당, 보육교사 및 지역아동센터 교사 인건비 보조, 차상위계층 건강보험료 지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 출산장려금 등이 포함됐다. 또한 조손가정지원, 노인일자리, 장애인가구출산지원, 다자녀지원, 입양지원 등도 정비대상에 올랐다.
특히 근무조건이 열악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지자체가 자체 지원하는 3~5만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에게 지자체가 보조하는 7~20만원 등도 정비대상에 포함돼 있어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정비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지자체 복지사업들 대부부이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지원 중단으로 인한 지역복지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정비에 나선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의 지역별 현황은 아래와 같다.

(▲김용익 의원이 국무총리실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받은 자료)
이에 대해 국회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9일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의 협의·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언제든지 지자체 복지사업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자치단체 복지사업 정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운동 단체들도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정비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구로건강복지센터, 부산사회복지연대, 행동하는복지연합 등 전국 15개 사회복지운동 단체들의 연합체인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는 9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으로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돌봄, 긴급지원 삭감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비방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단체들은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 법적 근거가 없고,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는 위헌·위법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별 자치단체 제도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근거해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중앙행정기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한다는 위헌성 논쟁이 있는 데다, 2014년 1월 27일 시행된 조항이어서 그 이전에 시행된 정책이나 제도까지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보장위원회는 이러한 위헌·위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제대로 된 법적 근거를 들지 못한 채 일반적인 지방사무에 관한 권유 내지 권고라고 변명하면서, 실제로는 정비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는 포상하고 지자체 평가 및 지방에 이양·교부하는 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강제하고 있다”며 “결국 재정적으로 취약한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고유한 복지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정비방안의 피해자가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무총리실 사회보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주로 삭감되는 사업 분야는 요양·돌봄(예산기준 92.1%), 주거(예산기준 96.2%), 생계(예산기준 77.3%), 건강의료(예산기준 70.2%), 교육(예산기준 72.7%)이며, 주요 정비 대상 사업은 장애인활동보조, 노인 목욕서비스 등 노인돌봄, 긴급지원,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 노인장기요양 본인부담금 지원 등이다.
전북희망나눔재단 양병준 사무국장은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은 취약계층에게 주어지던 지역복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고 지역복지를 죽이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