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개헌의지가 확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5개 원내정당 원내대표와 오찬하며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국회 개헌특위 토론회에서 개헌의 3대 원칙으로 ‘국민 중심 개헌’ ‘분권과 협치의 개헌’ ‘정치 혁신 개헌’을 제시했고, 구체적으로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 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 항쟁 정신을 넣고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며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선거제도 개편 ▲4년 대통령 중임제 ▲입법·행정·재정·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보장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조정 등을 개헌 내용으로 밝혔다.
이번 촛불항쟁에서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부정부패를 일소하라는 요구 외에도,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부양의무제 폐지, 성차별·성폭력 없는 세상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촛불을 더욱 밝게 빛나게 했던 목소리들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탄핵 정국과 뒤이은 조기 대선이기에, 사회 불평등 해소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방향 중 ‘국민 기본권 강화’에 더 관심이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던 4월 12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개헌의 상을 밝혔다. 이때 ‘기본권 강화’를 주장하면서 호칭의 편견을 걷어내기 위하여 ‘국민’을 ‘모든 사람’으로 고치고 ‘신체장애자’를 ‘장애인’으로, ‘여자’는 ‘여성’으로, ‘근로자’는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명권, 안전권, 성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 문구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좀 더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헌법에 경제적 평등의 준거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헌법은 대한민국 땅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정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돈이 없다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다. 자산이 없거나 불로소득을 충분히 만들어낼 정도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닌 이상, 돈은 임금 노동 외의 방법으로는 획득할 수 없다. 문제는 임금노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연소자, 노인은 임금노동에서 배제된다. 중증장애인들도 사실상 배제되며, 애초에 장애인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경기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이 사람의 활동이 예술분야처럼 임금노동으로 간주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노동윤리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사람은 직업과 소득으로 규정되기 일쑤다. 심지어 복지 또한 노동을 강제하며, 정부가 구직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면 복지를 끊고야 만다. ‘잉여인간’들을 임금노동으로 강제로 편입시켜서 ‘쓸모 있는 존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들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는 ‘무가치한 구성원’으로 간주하는 것은 합당한 것일까? 아니, 진정으로 사회에 무가치한 사람이 있을까?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의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가져올 혁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이다. 이 기술들은 인간의 행동을 대규모로 집적하여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인간이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검색과 클릭, 오프라인에서의 이동과 구매행위 등 모든 행동들이 인공지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이 기술을 정교화하는 데 기여한다면, 이 기술로 인한 수익이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게 사유화되는 것은 옳은가?
분야를 조금 바꿔보자. 부동산 매매가나 임대료는 해당 지역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유동하고 소비행위를 하느냐로 결정된다. 사람이 별로 안 다니고 돈도 쓰지 않는 곳은 부동산 가격이 낮고, 사람이 많고 돈을 많이 쓰는 곳은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이 부동산의 수익은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주, 임차인이 투자했기 때문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행위에 동참했기 때문에, 즉 상호작용했기에 가능한 수익이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윤은 소유자가 독점한다. 이는 옳은 일인가?
공유자원에 대한 이윤은 그 공유자원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이 없다면 성립하지 않는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 시점에, 헌법에 ‘모든 사람은 대한민국의 공유자원에 대한 권리로서, 사회적 협업에 대한 보상으로써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조항을 추구하는, 기본소득 개헌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세부적인 금액은 법률로 정하기로 하고 말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자격심사 없이, 조건이나 의무를 요구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이나 성남시의 청년배당, 전국적으로 노인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제는 기본소득의 원칙에 합치되지는 않지만 기본소득과 닿아있는 정책들이다. 모든 사람에게 ‘당신이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기에’ 함께 생산한 수익을 정당하게 배분받을 권리가 있음이 선언되는 것이다. 나는 이 제도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대한민국이다. 서민부터 부자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라가 나한테 해주는 게 뭐가 있어?”라고 하며 탈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나라가 나에게 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돈을 걷어 n분의 1로 분배하는 것이기에 재원 문제가 ‘의외로’ 적기도 하다(2016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월 30만원 기본소득 모델에서는 전체 가구 중 82%의 가구가 순수혜를 본다). 또한 재원을 소득세와 더불어 부동산세, 금융 보유세, 오염물질 배출 기업에 부과하는 생태세 등 공적인 내용으로 구성한다면 ‘공공의 것’에 대한 책임의식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적 재분배 효과는 기본이다.
다만 기본소득을 명분으로 기존 복지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공교육은 고등교육까지 무상화되어야 한다. 서비스 제공이 더 효율적인 복지는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은 사회공공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정책이지 기존의 사회공공성과 맞바꾸어지고자 하는 정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제는 사회의 패러다임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경제적 분배를 요구하는 제도가 있을까? 촛불항쟁으로 열린 정치적 국면이기에 더욱 유의미하게 검토될 수 있는 제도다. 기본소득 운동 진영에서도 이번 개헌 국면에 유의미하게 개입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개헌 국면에서 기본소득이 뜨거운 이슈가 되어 사회 공공성과 평등과 분배의 문제를 전면화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