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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53조 위헌결정에 대한 소고


... ( 편집부 ) (2002-10-13 17:49:35)

헌법재판소는 2002. 6. 27.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에 대해 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 확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인터넷 내용규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번 위헌결정의 내용 및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위헌 결정의 의미 이번 결정은 이 사건의 접수연도가 1999년이라는 점에서 거의 3년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연혁적으로 살펴볼 때, 불온통신규제제도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전기통신산업분야가 민영화되면서, 행정부가 갖고 있던 통신의 내용에 대한 기존의 통제권한을 그 대상에 있어서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의 위헌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에 의해 분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매체의 발전에 있어서 장애물이 되고 있는 규제시스템이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리고 온라인매체에 있어서의 내용규제정책의 기본방향은 '공동규제시스템의 구축' 및 '자율규제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내용규제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은 인터넷 내용규제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1997년에 판시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Reno v. ACLU판결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헌결정을 내리는 논리에 있어서도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매체를 "가장 참여적인 시장(the most participatory marketplace)", "표현촉진적인 매체(speech-enhancing medium)"라고 인정함으로써, 미국 법원의 논리를 많이 원용했음을 알 수 있다.



입법개선시의 고려사항



앞으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제도에 대해서는 입법개선이 이루어질것으로 보인다. 크게 다음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 명령제도가 대상범위가 불법정보에 국한될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현행 불온통신 규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의 불명확성과 포섭범위의 광범성이었다. 즉 정보통신부장관의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되는 표현물의 개념이 너무 불명확하고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입법개선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맞게 그 대상이 불법정보에 국한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을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① 불법정보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그 대상을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정보를 어떻게 개념정의하고 그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가 어려운 문제로 등장한다.

② 불법정보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은 사법부에 있다는 점이다. 문제되는 정보가 불법인지 여부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은 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에 있다. 따라서 비록 그 대상이 불법정보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사법부에 의한 궁극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행정기관에 의한 규제조치가 발동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둘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실 이번 위헌결정으로 인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심의 결정권한만 행사할 수 있는 기구로 한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르면, 불온정보가 아닌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의권한과 시정요구권한을 보유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불법정보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권이 사법부에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기구의 존재의의가 여전히 인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입법자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을 계기로, '매체규제의 합리화'를 위해서 그리고 온라인매체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보다 정치하고 표현의 자유에 부합하는 입법개선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황성기(한림대 법학부 교수, R3net 법률담당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