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4-04 23:03:35

비정규직 강요하는 사회에서 학교 진로교육은?


... ( 편집부 ) (2012-12-30 20:11:32)

IMG
12월 28일(금)에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2년 10월 22~11월 2일(2주간)에 걸쳐 총 24,126명(초 6학년 3,551명, 중 2학년 10,486명, 고 1학년 10,09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전국 고1 학부모 1,4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최초로 전국 규모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설문 결과에 대한 교과부 차원에서의 분석이 이루어졌고 또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본보에서는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몇 차례에 걸쳐 학교 현장의 관점, 사회 경제적인 관점에서 자세히 접근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고1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에 대한 설문의 결과이다. 먼저 이번 조사에서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행복한 삶에 있어서 진로교육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① 매우 중요하다(61.8%), ② 중요하다(34.9%)로 응답하여 96.7%가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자녀의 직업선택 기준을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① 흥미와 적성(50.1%), ② 정년보장의 안정성(32.1%), ③ 낮은 스트레스(4.4%), ⑤ 높은 수입(3.8%), ⑥ 인정(3.8%), ⑦ 봉사 및 기여(3.2%), ⑧ 많은 여가(2.2%)의 순으로 응답을 하였다.
다음 학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 학부모가 알고 있는 자녀의 희망직업을 살펴보면 공무원, 선생님, 의사 등 안정적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표1)


자녀의 직업 선택 기준으로 흥미와 적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나 실제 희망 직업은 공무원와 선생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37.6%로 나타났으며 다음에는 의사 순으로 나타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흥미나 적성보다는 안정과 높은 수입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문 조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가장 도덕적인 정답 고르기 현상이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상위 10대 직업에 쏠리는 비중이 65%에 달하여 다양한 직업 세계에 대한 인지에는 커다란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진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① 매우 중요하다(50.1%), ② 중요하다(39.1%), ③ 그저 그렇다(8.8%)로 응답하여, 89.2%가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의 중요성 응답이 96.7%로 나타난 것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성적이 하위권에 위치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추측된다. 지나친 성적 위주의 학교 분위기, 그리고 계급화․서열화되어 가는 직업 세계에 대한 반감이 교육에 대한 거부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이들에 대한 올바른 교육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희망직업 유무에 대한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64.6%는 희망직업이 있고, 없다(8.3%)와 잘 모르겠다(27.1%)가 35.4% 로 나타났는데 특이한 점은 희망직업이 있는 비율이 초등(80.0%), 중학(59.7%), 고교(74.3%)로 중학교 단계에서 희망직업 비율이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대통령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도 쟁점이 되었던 중학교 1학년을 진로탐색 학년으로 배치하고 최소 1학기 이상은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경감시켜주자는 주장은 참으로 참신하고 시의적절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들이 본인의 적성과 희망에 맞는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지나친 좌절감만을 주는 언수외에 대한 비중을 개별적인 선택 사항으로 하여 줄이고자 하는 노력과 연구가 학교나 교과부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초중고 학생에게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으로 추구하고 싶은 것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표2)



설문 결과 학생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① 돈(52.5%) ② 명예(19.6%) ③ 권력(7.2%) ④ 인기(6.5%) ⑤ 봉사(5.7%) ⑥ 기타(8.4%)순으로 나타났다. 학교급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초 38.3%→중 53.4%→고 56.3%로 돈에 대한 중요도가 증가하였다. 그 대신 명예, 권력, 봉사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상급 학교로 올라가면서 학교 교육과정이 언수외 도구 과목만을 중시하고 탐구 과목을 경시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도 우승열패와 적자생존만을 강조하고 있는 교육 현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중요도 평가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즉 적자생존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돈과 명예를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교에서 사회적 파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성․윤리 교육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실제 학교 교육과정은 언수외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계기 교육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인성 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의 직업 선택 기준은 ① 흥미와 적성(53.5%), ② 정년보장의 안정성(16.3%), ③ 높은 수입(12.6%), ④ 낮은 스트레스(3.5%), ⑤ 인정(6.6%), ⑥ 봉사 및 기여(3.8%), ⑦ 많은 여가(1.9%), ⑧ 기타(1.7%) 순으로 나타나 ① 흥미와 적성(50.1%), ② 정년보장의 안정성(32.1%), ③ 낮은 스트레스(4.4%), ⑤ 높은 수입(3.8%)을 척도로 삼았던 부모의 희망 직업선택 기준에 비하여 안정성 보다는 높은 수입(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학생들의 직업에 대한 판단이 부모들에 비해 더욱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이 나타난다면 많은 학생들은 상급학교로의 진학보다는 취업의 길을 먼저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비교적 높은 수익의 안정적인 정규직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방안만이 마련된다면 지금과 같은 학교 현장 모습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설문 결과로도 보인다.

다음은 학교급별로 학생들에게 질문한 10대 희망 직업의 조사 결과이다. (표3)


학교급별 학생 직업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은 운동선수에 대한 선호도이다. 초등학교에서는 1위(남학생1위), 중학교에서는 7위(남학생3위)로 나타난 운동선수에 대한 선호도는 고등학교로 오면 순위에서 사라진다. 남학생들의 경우 초․중학교 시절에는 그래도 여기시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운동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도장이나 학원,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운동선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선수에 대한 선호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타난 운동과 여가 시간의 감소와 운동선수의 희소성 그리고 안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에 의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 선호도 또한 3위, 2위, 7위 순으로 조금씩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운동선수나 의사와 달리 대약진을 하는 직업이 바로 공무원이다. 초등 순위 밖에서 중학교 8위, 고등학교 3위로 순위가 증가를 한다. 이는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학습 난이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와 성취도가 조금씩 낮아지게 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향에 의하여 직업 선택의 기준이 서서히 현실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공학관련, 요리사, 컴퓨터 관련 직종과 같이 전문화된 희망직업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상위 10대 직업에 쏠리는 비중이 학부모 65%, 초등학생 62.2%, 중학생 50.9%, 고등학생 46.6%로 나타나 학생들이 학부모에 비해 직업 세계에 대한 인식의 폭이 훨씬 넓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진로 교육이 강화될수록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래 희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항에 대한 답변 내용으로 살펴보면 ① 부모(46.6% 초 54.9%→중 48.7→고41.5%), ② TV 등 언론(10.1%), ③ 친구(8.6%), ④ 유명인(5.1%), ⑤ 진로교사(4.1%), ⑥ 형제자매(3.7%), ⑦ 담임 외 선생님(3.5%), ⑧ 국내외 위인(3.2%), ⑨ 친척(2.4%), ⑩ 담임 선생님(1.8%), ⑪ 선배(1.6%), ⑫ 교장(0.7%), ⑬ 기타(9.0%) 로 나타났다.

비록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부모의 영향력이 조금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부모의 영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직업 희망에 진보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보수적인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학부모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 되고 있다. 또 선행 학습이나 성적 과열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보수적인 관점에서 직업 세계에 접근하고 있는 학부모들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 대한 진로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고 정규직을 늘리는 것 그리고 노동 시간 축소와 같은 삶의 질을 개선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학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진로 교육의 폭이 지금보다 훨씬 유연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하여 고용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이 심화될수록 안정적인 직업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비중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이것은 다시 공무원, 교사와 같은 직업에 대한 경쟁을 증가시키게 될 것으로 염려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중산층이 붕괴되고 실질적인 경제 불황이 지속된다면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보다는 경쟁만을 강조하는 성적 지상주의 교육이 만연하게 될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교육공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