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8월 9일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에 포함된 수라갯벌에서 대규모 염생식물이 무단으로 훼손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전 트랙터 여러 대가 염습지에 진입해 약 5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염생식물을 베어내는 장면이 목격됐다.
공동행동은 발견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새만금개발공사와 새만금개발청에 해당 작업을 중지시킬 것을 요청했으며, 현재 새만금개발공사의 현장 담당자가 작업을 중지시킨 상태이다.
새만금개발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훼손은 남수라마을과 송촌마을 이장이 마을 수익을 위해 사료용 염생식물을 판매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만금개발공사의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장비를 반입해 염생식물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훼손된 수라갯벌 지역은 산조풀, 갈대, 해홍나물 등 다양한 염생식물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이곳에는 산림청 지정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인 양뿔사초 군락이 위치해 있다. 또한, 이 지역은 멸종위기야생동물인 삵, 수달을 비롯해 잿빛개구리매,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등의 주요 서식지이며, 고라니, 너구리, 실뱀 등 다양한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중요성이 높은 장소로 평가된다. 특히, 수라갯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염습지로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곳이기도 하다.
공동행동은 이번 사건을 두고 “소중한 염생식물들이 처참하게 학살당했으며, 수많은 생명들이 기대어 살아가던 먹이터, 쉼터, 은신처가 무자비하게 짓밟혔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공동행동은 이어 “속수무책으로 짓밟힌 학살의 현장이 믿기 어려울 만큼 황당하고 경악스럽다”고 덧붙였다.
공동행동은 이번 사건에 대해 새만금개발공사, 환경부, 전북지방환경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멸종위기야생생물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의 서식지와 탄소흡수원인 염습지를 제대로 보호·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이들 기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하며, 재발 방지책과 야생생물 서식지 보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벌어진 것으로, 아직 환경영향평가 초안조차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무단 훼손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동행동은 “더 이상의 생태계 파괴가 없도록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