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게 노조 규약을 고치지 않으면 법외노조화하겠다고 통보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최후통첩의 기한이 경과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전교조는 조합원총투표로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정부의 바람대로 법외노조가 됐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집행정지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9월 23일 고용노동부 관리들이 전교조를 방문, 노조의 규약을 고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통보였다.
전교조 규약 부칙 제5조는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규정 내용을 문제삼아, 해고자들의 조합 활동 중지와 이를 증빙할 서류의 제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규약 개정 등을 전교조에 요구했다.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시비는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있어왔다. 이미 2010년과 2012년에 한 차례씩의 시정명령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적용법규가 달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1조를 적용한 것이다. 결과는 규약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벌금 5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원노조법 2조와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적용됐다. 교원노조법 2조는 교원에 해고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노조 결격사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노조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노동조합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지난 두 차례의 시정명령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보수단체들은 이 조항을 들어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라며 정부에 부단한 압력을 넣어왔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와 현 정부 초기에 법외노조화 카드를 꺼내들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노조설립 취소의 근거로 모법인 노조법이 아니라 법 시행령을 적용하기엔 워낙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미국의 대학원에서 노사관계를 전공한 이재갑 전 노동부 차관이 2013년 2월 “모법이 아니라 시행령이어서 근거가 약하다”고 시인하기까지 했다.
2010년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관련 조항 삭제를 권고했다. 즉,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서 법외노조 통보 부분을 삭제하고 시정명령을 불이행한 부분에 대한 제재는 이익을 덜 침해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조합원 자격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좀 더 약한 수준의 제재조치도 가능한데 노조 자격을 원천 부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26일 전교조는 인권위에게 그 점을 상기시키면서 고용노동부가 해직 조합원 배제 시정명령을 철회하게 해달라며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결국 10월 22일에 위원장 성명을 내 고용노동부에게 이전의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법외노조 통보 조항 부분을 삭제하라고 재차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10월 1일 긴급개입해 관련 조항 개선을 요구했다. ILO 개입은 이사회를 거치는 제소와 긴급개입 둘로 나뉘는데, 긴급개입 역시 사무총장 명의의 공식절차다. 3월 이어 두 번째 개입이며, 8월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태에 대한 긴급개입을 포함하면 현 정부에서만 벌써 세 번째다.
한편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 활동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먼저 노조법상 노조가 향유할 수 있는 권리에 제한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이나 협약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교육청의 경우 이른바 ‘보수교육감’들이 단체교섭 요구를 묵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교육부의 경우 이미 전교조 본부와 10년 동안 교섭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법외노조가 되면 조합비 원천징수가 어려워져 전교조로서는 CMS 방식으로 조합비 징수체계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전교조 본부와 시도지부에 제공돼온 사무실 임차보증금이 회수되고 각종 사업보조금이 폐지된다. 이미 지난 10월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 서울지부에 대해 문화사업보조금 3천만 원을 보류한 바 있다.
노조 전임자 80여 명이 노조 업무를 사실상 볼 수 없게 되는 점도 있다. 교육부가 노조 전임자들에게 학교복귀명령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분회활동이 억압당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법외노조라고 해도 불법 또는 비합법 노조인 것은 아니다. 위에 열거한 제약들을 포함해 노조법이 보호하지 않는 노동조합일 뿐, 노조 활동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체행동권은 전교조가 법내노조일 때도 보장되지 않았다.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전교조는 노동기본권을 주장하고 부당노동행위에 저항하는 등 기본적 권리 행사를 계속할 수 있다. 또한 법외노조 이후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전교조의 분열을 꾀했다면, 역설적으로 어떻게 단결할 것인가가 전교조의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