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와 전북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에 대한 재판이 10월 31일 시작됐다. 이날 대법원은 교육부가 조례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지 1년 9개월 만에 첫 심리를 열었다. 대법원은 오랫동안 미뤄온 만큼 재판을 오래 끌지는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첫 심리에서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상훈 판사)은 교육부 측 대리인에게 △ 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네 개 지역 중 유독 서울과 전북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는지 △ 교육부의 주장대로 학생인권조례가 교육을 무너뜨렸다고 볼 만한 실증적 증거가 있는지 △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역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나아가 △ 협의하고 보완하면서 고쳐가면 될 일을 무리한 소송 제기로 교육부가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의 연합체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 정책을 먼저 나서서 제안해야 할 교육부가 거꾸로 학생인권조례를 없애려 함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또한 “초중등교육법 등에서 학교장에게 학생인권 보장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에 학생인권조례는 그러한 것들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서울시민 약 10만 명의 주민발의를 통해 제정됐다. 전북학생인권조례는 지난 6월 25일 전북도의회에서 통과해 7월 12일부터 공포·시행되고 있다. 전날 교육부가 재의를 요구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수용하지 않았다. 학생인권조례 공포는 서울, 경기, 광주에 이어 네 번째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26일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2012년) 1월 교육부 장관의 재의 요구를 거부하고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한 것은 교육부 장관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한 것이다.
조례안 공포 강행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헌재의 판단은 이제 막 대법원에서 시작된 조례무효확인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대법원에 제기된 소송을 핑계로 조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서는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