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최남렬)는 18일 3일 일정으로 2013년도 전북교육청 본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 나섰으나, 교육청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감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양쪽 입장이 법리 공방으로까지 이어져 지역 교육계의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는 오전 10시경 전북교육청 회의실에서 교육의원 9명 전원과 부교육감 등 교육청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부교육감의 업무보고와 선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도의회 유기태 의원과 김정호 의원이 교원의 승진과 징계 등 인사 관련 회의록 제출과 교육행정전산망 열람을 요구하고 교육청이 이를 거부하면서 본격적인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유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위원장에게 정상적인 감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며 감사중단을 요구했고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오후 12시 20분께 행정감사는 중단됐다.
지방인사위원회 회의록 제출 요구에 황호진 부교육감은 “법령상 교원의 명단이나 회의록 등은 제출에 제한이 있다”며 “비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과 김 의원은 “지방자치법 제41조(행정사무 감사권 및 조사권)에 따라 인사위원 명단, 장계현황 등 자료를 요구했지만 대부분 제출하지 않는 등 교육청이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도 교육청 모 간부는 성희롱 및 예산의 목적 외 사용 등으로 중징계 대상인데 매우 낮은 징계를 받았다”며 “이런 정황을 제대로 알기 위해 회의록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또 “참석자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전체 회의록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형철 의원도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는 공익 목적에 따른 것인 만큼 자료 제출 거부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교육청을 질타했다.김현섭 의원 역시 “지방자치법 규정에 근거한 자료 제출 요구를 하위 법령을 들어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태도”라며 부교육감을 질타했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자료 비공개는 법령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다.
교육청이 들고 있는 관련 법령은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32조와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18~19조다.교육부훈령인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32조(회의결과의 공개)는 ‘인사위원회의 회의결과의 공개에 관한 사항은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사위원회는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규정>에 따른 지방인사위원회로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이 된다.또한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18조는 “징계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제19조는 “징계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한 자는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공무원 및 그 인사에 관한 세부사항은 지방자치법이 아니라 교육공무원법을 모법으로 하는 시행령 등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공무원 인사 관련 자료 비공개는 관련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32조가 곧 회의결과 비공개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18조는 회의록이 아니라 회의 자체의 비공개를 규정할 뿐이기도 하다.
도의회와 교육청은 교육행정전산망(NEIS) 열람과 관련해서도 갈등을 빚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령인 <유아교육정보시스템 및 교육정보시스템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교원 또는 직원’만 전산망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열람은 안 돼도 자료를 출력해줄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출력 과정에서 자료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열람권 있는 공무원과 배석해 필요한 자료를 열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감사가 중단된 후 교육청에 자료를 ‘추가요구’했다. 사실상 재요구다. 교육위는 다음날인 19일 오전 9시 30분 의원회의를 열기로 하고 이때까지 추가요구에 따른 자료 제출이 이루어지면 행정사무감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추가요구에 화답이 없을 경우 본회의 의결로 감사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 기간을 연장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도의회와 교육청 간 갈등은 당분간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북도의회는 전북교육청에 부당 인사 의혹들이 있다며 지난 6월부터 <도교육청 인사실태조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조사활동을 벌여왔으며, 도의회와 교육청은 자료 제출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한편 이날 감사장 주변에서는 내년 예정된 감원에 반대하는 학교스포츠 강사 수십 명이 침묵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