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오전 11시, 전북지역 노동단체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완주군 돼지농장 산재사망사고 이주노동자 추모 및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해 12월 2일 완주군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질식사고로 인해 이주노동자 1명이 부상을 입고, 사업주와 또 다른 이주노동자 2명이 사망한 사건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일, 돼지 분뇨 처리 작업 도중 발생했다. 사고 당시 이주노동자 A씨는 돼지 분뇨 저장고에서 작업 중 갑자기 황화수소에 노출되어 의식을 잃었고, 이를 발견한 사업주와 또 다른 이주노동자 B씨가 구조를 위해 분뇨장에 진입했으나 질식해 사망했다. A씨는 벽에 기대 쓰러진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을 회복했으나, 두 사람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1차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을 "분뇨에 의한 질식사"로 발표했으며, 현재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돼지농장은 개인 사업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이 의무는 아니었으나, 사업주가 가입한 덕분에 부상을 입은 A씨는 민주노총전북본부법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2025년 1월 초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2월 5일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처리가 지연되었고, A씨는 퇴원 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채 산재 승인을 기다려야 했다. 만약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보상 신청조차 어려웠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와 민주노총전북본부법률지원센터는 사고 농장을 방문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돼지 농장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에 의해 운영되며, 노동 및 거주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양돈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이 약 80%에 달하며, 현재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위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3분기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617명이며, 이 중 이주노동자는 80명(12.9%)이었다. 그중 66명(82.5%)이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해, 이주노동자가 한국 노동자보다 산업재해로 사망할 확률이 3.7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묵념과 헌화가 진행된 후, 노동계 인사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서유석 차별없는 노동사회네트워크 대표는 "이주노동자의 생활과 노동 환경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특히 축산 농가의 경우 약 82%가 외국인 노동자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영민 민주노총전북본부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산업재해 신청부터 승인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장례 절차와 병원 처리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히며, "축산 농장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산재보험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필요에 의해 들어왔지만, 산업재해 사망률이 한국 노동자보다 3배나 높다.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죽어야 하는가? 관리 감독이 너무 부실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이 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신속히 인정할 것과 고용노동부가 축산 농가의 이주노동자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할 것, 5인 미만 농업·임업·어업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을 의무화할 것,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돼지 농장의 일제 안전 점검과 함께 노동자의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사고 농장에서는 평소 이주노동자 2명이 1,500마리의 돼지를 관리했으며, 사업주는 한 달에 몇 번만 방문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위탁 법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축산 농가의 안전 관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원도 철원 농장에서 근무하는 바드리 항의 처남 어스민 립부 씨도 참석해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산재 보험 처리가 빠르게 진행되길 바란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