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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명이 위클래스 방문하는데…


... 문수현 (2013-12-03 00:13:38)

[편집자 주] 전주의 한 중학교에서 교과교실제 전일제 강사로 근무하는 독자가 글을 보내왔다. 독자는 파업 중인 전북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의 고용보장 요구를 지지하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할 때 Wee클래스를 설치했다가 이제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학교에서 내보내려는 것은 현재 우리 교육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독자가 보내온 전문을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게재한다.



안녕하십니까. 서리가 얼고 눈이 오는 겨울을 맞을 준비는 되셨는지요? 월동을 맞는 학교에는 시리디 시린 얼음판보다 더 얼어가는 학생들의 마음을 녹이는 Wee클래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얼음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에서 교과교실제 전일제 강사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비정규직 교사입니다.

처음 Wee클래스의 선생님들이 대량해고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하루에 수십 명이 넘는 학생들이 Wee클래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Wee클래스를 지키는 선생님이 안계시다면 이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전문상담선생님이 학교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많은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담임선생님 또는 교과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상담을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업무도 많고 한 학급당 30명이 넘는 학생들을 모두 관심있게 지켜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 중에는 자살을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왕따를 당하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수면 위로 올라오는 학교폭력, 왕따, 자살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쉽게 말을 하지 못합니다. 확고한 신뢰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학교 일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예방은커녕 막을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준비만으로도 힘든 실정에 학생들 상담까지 전담해야 한다면 어떤 교사가 담임을 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학생들을 사교육에만 매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예산이 없어서 비정규직 전문상담선생님을 해고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예산이 남아돌아서 전문선생님을 고용했습니까. 또다시 심각한 학교폭력이 일어나야 예산을 늘려줄까요.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서 고용한 것이지요.

전문상담선생님이 없는 학교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창 학교폭력이 수면 위에 올라왔을 때는 Wee클래스를 설치했다가 이제 예산이 없으니 그만 학교에서 나가달라니….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를 믿고 아이를 밝고 건강하게 기르고 싶으시다면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