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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이 전문상담사에 내놓은 대책, 과연?


... 문수현 (2013-12-06 02:44:59)

이번 교섭에서 전북교육청은 “학교는 교사가 중심인 교육공동체”라는 기본입장을 다시금 확인했다. '계약직(비정규직) 전문상담사'와 '정규직 전문상담교사'라는 이분법도 고수했다. “전북교육청은 전북교육가족들과 전문상담사들에게 약속한 대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김승환 교육감의 말에서도 그 같은 이분법이 드러난다. 전북교육가족에 전문상담사는 포함시키지 않는 어법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우리 교육계에서 앞으로 크게 논쟁이 될 사안이다. 우선, 학교가 과연 교사가 중심인 교육공동체인가 하는 의문부터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학교를 학생이 중심인 교육공동체로 보고, 또 다른 이들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모두 학교운영의 중심이라고 본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전문상담사들은 고용된 형태야 어떻든 학교에 교육으로 헌신하는 이들은 모두 다 학교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다. 게다가 어떤 의미에서는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사고방식 자체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위와 같은 서설은 절대 공허한 게 아니다. 전북교육청은 당장 “교사가 중심이 된 교육공동체 운용이라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계약직(비정규직) 전문상담사가 아닌 정규직상담교사를 배치하겠다”고 했다. 수식어 떼고 나면 비정규직노동자 내보내고 정규직노동자가 다 하겠다는 말이 된다. 전문상담사들이 “학생을 먼저 생각하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상담사들의 진심을 ‘어떻게든 발 하나 들여놓고 보자’라는 심보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지나친 무례다.

그래서 노동에 대한 인식 얘기가 나온다. 정규직은 질 높은 노동을 하고 비정규직은 질 낮은 노동을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출신학교와 학력, 시험성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서열화되는 구조를 가진 성과주의 사회이기에 그 같은 구별이 차별을 정당화한다. 더욱이 상담은 임상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점에서도 학생상담을 정규직교사가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앞으로 교육계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주제다.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 보면, 전북교육청은 이번 교섭에서 ‘전문상담사 사업 종료’라는 문구를 여러 곳에 집어넣으며 강조했다. 따라서 남는 문제는 전문상담사 고용보장과 고용형태인데 이를 두고 노사가 갈등할 소지가 크다.

먼저 전원 고용 요구와 관련해 교육청은 “(시군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위센터에 상담사 추가 배치가 필요한 경우” 선발해 충원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디에도 전원 고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더구나 이 내용만으로는 ‘추가 배치가 필요한 경우’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추가 수요를 어떤 방식으로 파악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단, 전문상담사가 여전히 ‘을’의 위치에 놓일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잠정합의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 중 하나는 고용형태에 관한 것이다. 교원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기간제 형태의 비정규근로자로 고용되며, 그 외의 전문상담사들은 단시간 또는 파견 형태의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노동조합은 차후 노사협의 과정에서 무기계약 전환 등 고용형태의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교육청은 또한 주요한 고용 방식으로 인력풀제를 제시했다. 이는 상시적인 비정규직 인력풀 운용을 의미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언제든 필요할 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담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겠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길어야 1년 이내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인력풀제를 통해 ‘위클래스를 포함한 각급 학교에서’ 외부전문상담이 이루어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은 애초에 정규직 교사노동자가 학생상담업무를 전담하게 한다는 전북교육청의 주장이 비현실적이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전북교육청 스스로 정규교사만으로는 상담업무를 다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상담사 추가 배치가 필요한 경우 추경예산에 반영한다는 안도 쟁점 사항이다. 왜 본예산이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에서 본예산 심의를 마치기까지는 아직 일주일여 기간이 남아있다. 또한 올해만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는 것인지 앞으로도 본예산엔 넣지 않겠다는 의미인지도 상담사들로서는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적어도 위와 같은 점들 때문에 이번 전북교육청의 ‘대책’이 또 다른 형태의 학교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북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점차 여론의 지지를 얻어가는 상담사들의 저항을 어떻게든 잠재워놓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이 같은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차후 교육청과의 협의과정에서 무기계약 전환을 포함한 고용형태와 고용안정에 관해 넓은 범위로 논의하겠다고 강조한 점은 다행스럽다. 물론 협의과정에 난항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상담사 문제는 지난 몇 주를 거치면서 이미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앞으로 전북교육청과의 협상테이블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비정규직으로서 부당하게 대접받는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

전문상담사들은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 4일간의 단식과 11일간의 파업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절박하게 표현했고 마침내 그리운 학생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노동조합과 전문상담사들이 전북교육청 ‘대책안’의 한계를 몰랐을 리 없다. 학생상담업무의 공백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기에 파업을 일단 유보한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이를 이해하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대의에 공감한다면, 전문상담사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