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민주노총의 열린마당 게시판에 '신종화염병제조법'의 내용을 담은 익명의 글이 올라오자, 경찰측에서는 사이버범죄수사대를 통해 '자살사이트', '폭탄제조사이트'가 생긴 것 마냥 반응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루탄 대신 '고무총탄'을 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공식성명서를 여기에 싣는다.
[4.4 성명] 국민에게 총부리 겨눈 김대중정권 퇴진하라!- 고무충격총 사용 발표에 대하여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목: [성명]민주노총 싸이트 신종 화염병 제조법 등장 관련
< 민주노총 2001.3.29 성명서 >
「민주노총 싸이트 신종 화염병 제조법 등장」과 관련하여
빈부격차 확대하는 잘못된 정부 정책 고치는 게 화염병 시위 없애는 길
1. 민주노총 싸이트 '열린마당'란에 신종 화염병 제조법이 등장했다며 경찰 싸이버 수사대가 수사에 나서고 경찰이 이를 실습한다며 시끌벅적합니다. 그리고 언론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민주노총의 공식 견해를 궁금해하는 연락이 계속 오고 있습니다.
2. 우선 민주노총 홈페이지 '열린마당'란은 누구든 와서 실명 또는 비실명으로 글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마치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 청와대 안에 있는 열린마당에 국민이면 누구나 실명 또는 비실명으로 글을 올리고 있듯이 말입니다. 언론사에도 이런 공간이 있습니다. 여기에 올라온 글과 민주노총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언론사 홈페이지 공간에 누군가 와서 글을 남기고 간 것과 그 언론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3. 최근 화염병 시위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은 이미 여러 차례 견해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물리력이 아니라 품격을 갖춘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미 보도된 대로 국민의 정부가 대우자동차에서 사상 최대 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한 뒤 몇 년 동안 사라졌던 화염병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부평과 서울, 대구에서 화염병 시위가 일어났고, 광주와 수원 지방 노동관서·부산 민주당사·서울 GM자동차 매장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습니다.
군인이나 경찰이 총을 사용하는 일을 두고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일과 같은, 화염병을 만들고 던지는 행위만을 따로 떼어 얘기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화염병 시위나 최루탄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도 107일째 파업을 벌이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목동 전화국을 점거했다가 경찰병력에 끌려나왔듯이, 이 사회 약자를 철저히 희생시키는 정부 정책 앞에 노동자 서민들이 한 맺힌 울분을 떠뜨리는 현실에서 이런 상식과 원론을 되풀이하는 것은 한가로운 일밖에 안될 것입니다.
경찰이 화염병 기동 타격대를 만들고 화염병 사범에 중형을 내리고, 신종 화염병 제조법을 실험한다며 호들갑을 떤다고 해서 화염병 시위가 없어질까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군사정권 시절에는 경찰이 이보다 훨씬 강력히 대응했는데도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화염병 시위는 더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4. 최근 화염병 시위는 정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김우중은 해외에서 호화생활 하도록 놓아두고 애꿎은 노동자들만 사상 최대규모로 정리해고 하고, 이에 항의하니 부평을 계엄상태로 만들며 수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해 강제진압하고 닥치는 대로 연행하고 검문하고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형와 아우, 산업재해 당한 장애인, 국가 유공자 할 것 없이 졸지에 강제해고에 살던 사원 아파트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거리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성당까지 쫓아 들어와 성직자를 두들겨 패고, 밥 먹고 있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고 가고, 버스 째로 노동자들을 차떼기로 연행하고, 애 업은 여인 60대 노인 할 것 없이 마구 때리고, 거리시위장에 헬기 띄워 선무 방송하고, 출근투쟁하는 20개월 된 아이 업은 해고노동자 가족을 닭장차로 연행하고, 회사 정문 앞에서 내 남편을 왜 짤랐느냐 평화롭게 항의하는 여인을 잡아다 현행범이라며 하루종일 수갑을 채우고… 결국은 임신했던 정리해고 노동자 부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충격으로 유산을 해야 했습니다.
정부는 죄인은 단죄 않고 죄 없는 사람만 괴롭히는 잘못된 정책을 폈으며, 죄 없는 노동자들이 항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입을 틀어막아 왔습니다. 부평에서 경찰은 법을 거꾸로 뒤집어 놓았으며, 노동부는 재경부와 행자부가 저지른 일의 뒷처리나 담당하며 노동자들을 기만했습니다. 상식이 무너지고 정의가 무너진 국가권력의 전형을 보여줬습니다. 국가권력이 이성을 잃게 되면 전혀 생각지 않은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평에서 시작된 화염병 시위는 잘못된 정책을 무력으로 밀어 붙여온 정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5. 몇 년만에 등장해 확산되는 화염병 시위는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심한지 그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화염병 시위를 시대착오의 일부 과격세력이 저지른 우발 범죄로 취급하는 한 사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해고대란·실업대란·전세대란·부채대란·복지대란을 일으킨 정부 정책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고, 분노를 넘어 저항하고 있으며, 저항을 넘어 정권퇴진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고 김대중 정부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3년 정치가 남긴 것은 최악의 빈부격차요, 민생파탄이며 개혁의 실종입니다.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가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의료 보험료 인상 반대를 외치는 민주노총 집회장에 시민들이 다가와 묻습니다. "맞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다오"라고. 화염병 시위를 '시위문화'차원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대결차원에서 다루는 한 이 문제의 본질도 대책도 나올 수 없습니다. 이미 정부 정책 실패의 참담한 결과는 백성들을 견디기 힘들게 하고 있고, 그 결과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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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명]신종 화염병 시위 부추기는 듯한 경찰과 언론
< 2001.3.30 민주노총 성명서2 >
시위대에 고무총탄 쏘겠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
- 신종 화염병 시위 부추기는 듯한 경찰 행동과 언론 선정 보도 문제 있다
1.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종 화염병 대책'과 관련해 경찰이 '최루탄 대신 고무총탄을 쏘겠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경악할 노릇입니다.
고무총탄은 무엇입니까?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쏴 하루에도 몇 명씩 죽이는 총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고무총탄 1만발을 도입하는 것을 논란이 처음 일었습니다. 당시 보도를 찾아보면 유효 사정거리가 20∼40m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가해 기절시키거나 기력을 잃게 할 위력이 있으며, 발사 때 일반 총기류와 비슷한 폭발음을 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무총탄은 재질이 딱딱하고 강화고무로 돼 있어 정면에서 맞을 경우 생명을 잃거나 실명할 가능성이 크며,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선진외국에서는 시위 진압용 보다 피의자 검거용에 한 해 극히 제한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80년대 인권 후진국이었던 칠레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시위대에 고무총탄을 썼다가 국제비난을 받았으며, 지금도 이스라엘만 쓸 뿐 다른 나라는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2. 어제 경찰의 신종 화염병 실험과 언론들의 선정보도를 보고 우리가 느낀 것은 '경찰과 언론이 신종 화염병을 쓰라고 부추기는 건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경찰 발표를 듣고 민주노총 열린마당을 찾아보니 3월12일에 문제의 '신종 화염병' 관련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도대체 20일도 지난 일이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별 의미도 없는 걸 끄집어내 하필이면 민중대회 코앞에 이벤트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한 의도가 뭡니까? 열린마당은 아무나 와서 글을 남기고 가는 공간이고, 남긴 글을 읽다보면 절반 정도가 의경 등 경찰들입니다. 문제의 '신종 화염병'을 봐도 도대체 어떻게 만들라는 것인지 화학약품이나 무기를 취급하는 전문가 아니면 알기 어려워 실제로 이 글 때문에 신종 화염병이 등장하리라는 추론은 상상력일 뿐입니다. 어쩌면 경찰에 있는 무기 전문가만이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문제삼아 난리법석을 떠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민중대회를 앞둔 언론플레이 치고는 유치하고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3. 총을 쏘는 게 옳으냐 그르냐 비슷한 민주노총은 화염병 시위에 찬성이냐 반대냐는 수준의 질문을 받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정권과 경찰병력이 이성을 잃으면 시위대의 대응도 이성을 벗어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군사정권 때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부평은 지금 계엄령 없는 계엄 상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와 '부평 계엄령'이 낳은 게 오늘의 화염병 시위입니다. '부평 계엄상태' 보도를 철저히 외면하다가 그것이 낳은 화염병 시위만 그것도 부평과 단절시켜 부각시키는 언론도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대우차 정리해고와 '부평 계엄령'이라는 정책실패가 낳은 화염병 시위에 대한 대책을 경찰에게만 맡겨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정책의 낳은 결과를 바로잡으려면 정책을 고치는 수준 높은 대응이 필요합니다. 정책수정으로 풀지 않고 경찰 물리력 대응으로 풀어 가는 화염병 시위 대책은 더 확실한 진압방법을 찾으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결국 젊은이들끼리 거리에서 맞붙는 것이지요. 화염병 대책, 경찰에 맡기지 말고 정책으로 풀어야 합니다.<끝>
2001년 04월 02일 11시 57분 43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