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비정규직노동자 지원센터'는 전북에서 유일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관련 공공기관이다. 윤희만 센터장을 4일 만나 스포츠강사, 전문상담사 등 학교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와 비정규직에 대한 관점 등을 들어봤다. 윤희만 센터장은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에서 비정규직 업무를 맡아 일했고 노회찬 전 의원 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2013년에는 시민단체인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의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문) 전북교육청은 예산이 없어서 사업 유지가 어렵다고 합니다.
윤) 중앙정부가 예산을 줄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전북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다른 지역도 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광주, 강원, 충북, 제주 같은 경우는 예년 인원을 전부 유지했잖아요. 전북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가 해고된 상황이고요.
문) 지금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윤) 100명이 넘는 인력을 뽑으면서 장기고용에 대한 대책이 없이 뽑는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행정이죠. 정부가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어쨌든 직접 고용주는 전북교육청이잖아요. 저는 근본적으로 지역사회가 그 지점에서부터 이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간제를 하든 뭘 하든 이 사람들 400여 명(초등 스포츠강사 310명,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116명)을 뽑았다는 건 엄청난 수요를 가지고 뽑은 거잖아요. 이제 와서 나 이제 수요 없으니까 나가? 이건 일단 기본적인 수요예측을 못한 교육청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에요. 1차적으로 교육청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젭니다. 예산 문제가 무엇이건 간에 그 예산 부족분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교육감이지 전문상담사, 스포츠강사들이 아니라는 거죠. 교육청이 어떻게 해서든지 발로 뛰어서 그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도의회 협조를 구하고 이렇게 가야할 문제인 거죠. 이 사람들 그렇게 뽑아놓고 느닷없이 나가라? 애초에 그럼 정규직으로 뽑든가 했어야죠.
문) 해당 일자리를 정규직이 맡도록 한다는 게 김승환 교육감 얘깁니다.
윤) 그렇죠. 정규직으로 대체한다는 게 도교육감 주장입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합리화할 순 없는 거잖아요.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낫다는 건,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바꿔줬을 때 이게 의미가 있는 정규직이란 겁니다. 그런데 지금 꼴은 비정규직을 다 잘라놓고 새로 정규직을 만들겠단 거죠. 과연 그 정규직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가는 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거죠. 도교육감의 주장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문) 스포츠강사와 전문상담사들은 지난해 일했던 인원 전원 재고용을 주장합니다.
윤) 이 사례가 하나의 선례가 되는 거잖아요. 저도 원칙적으로 이 분들이 전원 채용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향후에 사람을 뽑을 때 함부로 그렇게 뽑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제가 예전에 스웨덴에 갔을 때 백화점에 갔는데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요. 그래서 제가 가이드에게 무슨 백화점이 오후 6시에 문을 닫느냐고 물었어요. 거기가 시간당 임금이 2만원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한명 쓸 때 그렇게 쉽게 못 쓰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사람이 싸고 노동이 쌉니다. 그만큼 노동에 대한 가치부여와 존중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쓰고 그냥 팽개치고 하는 게 너무 쉬운 거죠. 그런데 그 나라는 사람을 쓰고 내치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사람을 쓸 때는 그 사람을 책임지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사태를 보면서 실망스럽죠. 더군다나 기업도 아니고 국가기관, 공공기관에서, 더군다나 전북지역에서 어쨌든 존경받고 있는 ‘교육감’이라고 하는 분이 사람을 쓰는 부분에서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실은 잘 모르겠네요. 왜냐면 이게 (당연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잖아요.
문)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 비정규직이 33%라고 하는데, 이 같은 통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윤) 그건 정부 통계, 통계청 통계고 일반적으론 50%가 조금 넘는다고 보고 있어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는 50~55%로 잡고 있습니다. 전북도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되고요. 그런데 비정규직도 집중돼있는 직종이 있어요. 실제로 서비스업종 쪽은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에요. 그걸 또 업종으로 세분화하면 어떤 곳은 1.2명 중 한명인 곳도 있어요. 특히 급여가 낮고 근무시간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데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이 2대 1이 아니죠. 심지어 1대 1인 직종도 있는데, 예를 들자면 학습지교사가 그렇죠. 더 세분화하면 일반서비스업에서도 가장 하층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흔히 말하는 ‘알바’에요. 어쨌든 100만원에서 130~140만원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받는 일자리는 90~95%가 비정규직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전문상담사나 스포츠강사도 거대한 비정규직 집단이죠.
문) ‘알바’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주시죠.
윤) 용어 자체를 다른 말로 할 필요가 있어요. 알바라는 건 청소년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거든요. 급여를 조금 줘도 된다는 관념이 깔려있는 개념이에요. 그들의 노동에 정당한 값어치를 제대로 안 매기려는 거죠. 생존에 필요한 급여를 받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가 알바생이라고 하잖아요. ‘노동자’라고 하는 말과 차이가 있습니다. 알바생은 자기가 번 급여를 가지고 생존을 하는 게 아니라 용돈벌이로 쓴다는 정도의 의미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청소년노동자들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예전보다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중요치 않고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알바라고 해서 그들의 급여를 굉장히 낮게 최저임금으로 쳐줘도 무방한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큰 잘못입니다.
문) 전문상담사나 스포츠강사는 계약기간을 정한 계약서를 쓰고 그 기간만큼 일해 왔죠. 김승환 교육감은 그런 이유를 들어, 재계약을 않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고 하는데요.
윤) 그 분들은 애초에 출발부터 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거죠. 주변 모든 일이 다 비정규직이잖아요.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심각하다 표현하는 이유는 비정규직이 더 이상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의 문제를 떠났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서 개인이 비정규직을 선택하고 말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대부분의 직장이 비정규직이니까요. 사실 공무원이라든지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사례가 요즘에는 거의 없잖아요. 청소년들이나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더 체감하는 문제고요.
문) 비정규직으로 출발해도 정규직 전환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윤) 저희들 조사 중에 패널조사라고 해서 노동자를 종적으로 조사하는 게 있어요. 변화양태를 시차를 두고 조사하는 거죠. 조사를 해보니까 실제로 비정규직이 정규직 될 수 있는 비율이 10%도 안 돼요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정규직들도 실업자나 비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몇 십 프로나 돼요. 그러니까 비정규직으로 출발한다는 건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을 쌓아서 정규직으로 가는 통로가 아닌 거죠.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한 사람 90%는 자기 인생이 비정규직 인생으로 쭉 가는 거죠. 그걸 굳이 통계를 안 내더라도 우리나라 청소년, 직장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 대부분은 체감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실업자가 될지언정 비정규직 될 생각은 안하는 거죠.
문) 전문상담사와 스포츠강사가 10개월 단기계약을 맺어왔는데, 이 점에는 문제가 없나요?
윤) 정부기준에 보면 계약직을 써야 되는 경우와 정규직을 써야 되는 경우 등을 분류하고 있어요. 그 기준에 저희 센터가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기준이거든요. 적절하지도 못하고요. 그런데 그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이 강사 분들이 단기계약직으로 쓸 사람들인가 하는 데는 의문이 들어요. 그 점에 대해서 전북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자신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제가 직접 들은 얘긴 아니지만 전북교육청은 자신들도 교육부 정책의 피해자라고 얘기했다더군요. 그렇다면 자신들은 입장을 다르게 정리하는 게 맞는 거죠. 그런데 그 점에서 지금 전북교육청이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윤)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을 쓰는 문제가 너무나도 만연해있어요. 바람직한 방향은 비정규직이 정규직 혹은 정규직에 준하는 형태로 가는 거라고 봐요. 그런데 당장엔 못 가죠.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이 분들을 안고 가야죠. 교육공무직으로 할까 뭘로 할까, 스포츠강사와 위센터 분들을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해볼까, 이런 합의가 필요해요. 교육감도 그런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문) 1년여 전에 전북교육청이 제정한 조례가 있습니다. 「전라북도교육감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인데요, 현재 사태는 이 조례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윤) 저도 그 조례를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두 달 전에 “상담업무의 수요가 학교에 있음에도,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전문상담사들을 계약해지하고 거리로 몰아내는 것은 기간제의 명백한 남용”이라고 주장했어요. 상담교육 업무가 계속 필요하다면 재계약이나 무기계약, 혹은 정규직으로 전환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게 먼저거든요. 기간제법에는 그런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저도 전북교육감 조례 12조(재계약 등)를 본 겁니다. “교육감은 2년 이상 상시 지속적으로 예상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근로자에 대하여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근로계약의 반복 갱신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죠. 물론 예산의 범위라는 문제가 있긴 해요. 하지만 이건 핑계라고 봐요. 왜냐하면 도의회에서도 승인해준다고 했고 교육청이 노력해서 예산을 따내야 될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이미 다른 교육청들이 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하고 있다면 전북교육청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따라서 ‘예산의 범위’도 안 걸리는 거죠. 그러면 근로계약 갱신의 노력을 해야 되는 거죠. 이걸 안하고 있으면 전북교육청이 이 조례조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시의회나 도의회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 중요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된다고 봐요.
문) 전북교육청에 권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육공무직을 요구합니다. 이 요구가 나온 배경에 주목해야 해요. 학교가 정규직, 혹은 그에 준하는 정도의 노동조건과 환경을 갖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가 배경에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전북교육청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가 있는 거예요. 적어도 전북교육청이 그 동안 학교급식 조리종사자들을 위해 노력한 만큼 정도는 이 분들에게 해야 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북교육청이 그 동안 해온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돼요. 전북교육청이 선택적으로 어떤 노동자들은 처우를 개선하고 어떤 노동자들에겐 그러지 않는다면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더구나 비정규직 내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거잖아요 지금. 이건 더 심각한 문제예요. 최악입니다. 보수라고 하는 교육청들보다 오히려 더 안 좋은 정책을 쓰게 되는 거잖아요. 전북교육청이 공공기관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처우와 정책을 써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교육청이 되는 거죠. 교육감이 말한 대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게 결국은 신뢰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일 테고요.
문) 지역사회, 시민사회가 협력할 점도 있다고 보시나요?
윤) 과거 진보정권이라 불린 권력에서도 일반국민들이 항상적으로 깨어있는 의식을 갖지 않으면 행정이나 권력은 행정편의주의, 관료주의부터 시작해서 국민 정서와 괴리되는 정책으로 나갑니다. 지난 10년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온 거죠. ‘진보교육감’도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교육감에게 문제제기하고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고 얘기할 때만이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감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자세가 있어야죠. 그게 진정 교육감을 사랑하는 자세이고 ‘진보교육감’을 아끼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더 깨어있어야죠. 사실 저희가 지역사회에 대고 이런 말 할 자격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다만 같은 입장에서 우리가 좀 더 깨어있어야 한다는, 우리 자신을 위한 얘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