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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열정을 가벼이 넘기지 말아 주세요.


... 문수현 (2014-02-06 18:02:47)

전주에서 초등 스포츠강사로 일해 왔던 진필수씨가 6일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이 글은 진 씨가 5일 오후 전북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게시한 글이다. 그는 자신의 글이 교육감에게 꼭 전달되고 (게시판 관리자가 아닌) 김 교육감이 직접 답변을 작성해주길 바라지만, 두 가지 다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 씨는 자신은 김승환 교육감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김 교육감을 소탈하고 인권을 강조하며 바른 소리를 하는 지식인으로 평가하면서, 언론매체에 보도된 내용이 교육감의 진심을 대변한다고 믿지 않고 있다.

그는 교육감에 대한 이 같은 믿음 속에서, 만약 김 교육감이 스포츠강사들이 아이들과 어우러져 일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보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결코 지금의 대량감원 정책을 세우지도 않았을 거라 확신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김 교육감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글을 공개하기를 주저했다. 그리고 글을 보내오면서 기자에게 당부했다. “저는 정말로 교육감님께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항간에 떠도는 그런 말이 아니라 교육감님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글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직까지는 답변이 없으시지만, 답변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로 올리신다면 제 생각을 잘 표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글을 줄이거나 손질하는 건 무례한 짓이 될 것 같다. 그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 편집인


교육감님께 올리는 글

○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교육감님, 저는 전주에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일하던 진필수입니다. 저는 전북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해당 과에서 4년 6개월 동안 조교로 근무하였으며, 전라북도청 보건위생과에서 진행했던 전라북도건강증진사업의 사무 행정원으로 2년 동안 근무하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도부터 2013년까지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근무했습니다.

○ 역지사지의 마음!

저의 좌우명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요새 아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왕가네 식구들’을 잠깐 보니 그 가정의 가훈 역시 역지사지더군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감님의 철학에 찬성하고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소탈하시고, 인권을 강조하시며, 바른 소리를 하시는 지식인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교육감님의 학교비정규직과 관련된 처리내용을 보며 제 스스로 교육감이 되어 보았습니다. 아니, 교육감이 되었다기보다 왜 그런 결정을 내리셨을까 생각해 봤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년실업해결 및 일자리창출과 관련하여 무분별하게 졸속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 및 박근혜정부 들어 복지정책 위주의 사업전개 등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축소 및 폐지되면서 예산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모든 부담을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이에 정부는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저는 교육감님의 인품이나 인권을 중시하시는 평소 모습에서 언론매체에 보도된 내용이 교육감님의 진심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감님은 역지사지의 견지에서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에 대해 생각해 보셨는지, 생각해 보셨다면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혹시 생각해 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생각해 보셔서 입장을 말씀해 주시면 합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신다면, 입장 바꿔 한 번만 생각해 주신다면 괜한 오해와 불신은 해소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비정규직이라는 현실!

비정규직은 이 시대의 산물입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문제로 또는 기업체에서 좀 더 저항없이 근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저비용으로 대등한 생산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회구성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누구보다 어려운 공부를 하고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 정규직이 된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를 바란다는 것이 욕심인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구조상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상황에서 어떤 접근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정말 교육감님이 원하시는 방향이 아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함과 동시에 실업대책으로 내세우는 일시적인 일자리에 동조하게 되시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이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이 과연 욕심일까요?

진보교육감님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있는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학교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은 조리종사원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어떠한 근거에 의해 무기계약직으로 바뀐 것인가요? 비정규직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인가요? 정말 그렇다면 절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아이들 밥 한 끼 굶었다 하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까, 버스가 파업하면 시민들이 분노하니까 아닌 것을 알면서 타협하는 것입니까?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사회적으로나 학교에서나 당장 눈에 보이는 애절함이 없어서 일방통보를 수용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는 정말이지 이런 논리에 의한 것이라면 이 사회, 믿고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 가방과 보자기!

이어령 선생님의 『생각』이란 책에 가방과 보자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내용은 차치하고 제 머릿속에 갑자기 그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교육감님 아니 교육감님이 아니시라면 이 정책을 수립하는 분들에게는 가방만 존재하는구나…. 가방에 아무리 많은 책을 집어넣으려 해도 10권 이상은 안 들어갈 텐데…. 왜 우리 교육감님은 충분히 그러실 수 있는 분이신데 보자기로 더 많은 책을 담아보려고 하시지 않을까….”

교육감님, 우리를 보듬어주실 수 있는 보자기가 되어주세요. 겉보기는 가방처럼 화려하거나 품위 있어 보이지 않지만, 그 모습이 정말 남루하고 보잘 것 없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보자기와 같은 교육감님의 열린 마음일 것입니다.

○ 교육감님 수화기를 드세요!

2월 3일 개학과 동시에 방과 후 수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습니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던 학생이 저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선생님, 짤렸어요?” 이 말에 전 행복했습니다.
그래도 나란 존재가 학생들에게 체육수업을 진행해 준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개학하고 학교에 오니 체육수업을 해주셨던 선생님이 안 보이니 그래도 궁금했구나 하는 사실에 행복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혹시 가장 붐비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일반화시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 제가 근무했던 곳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장소는 운동장, 두 번째 장소는 상담실, 세 번째 장소는 체육실이었습니다. 운동장은 뛰어놀려고 붐비었고, 상담실은 학생들의 어떤 말이든 들어주는 공간이어서 출입이 끊이지 않았으며, 체육실은 그냥 왔다 가는 그러한 곳이었습니다. 아무 이유가 없어도 그냥 왔다 갑니다.

“오늘은 왜 피구를 안 하고 다른 것 했어요? 선생님 미워요.”하면서 등을 한 대 때리고 갑니다. “선생님, 오늘은 짱 재미있었던 거 알죠?”하고 제 등에 엎이고 갑니다. 아침 등교 때 교실로 먼저 안 가고 체육실로 등교합니다. 그러면서 학생은 말합니다. “오늘 체육수업 있는 거 알죠?” 다짐을 시키고는 교실로 갑니다. 이런 학생들을 마중하기 위해 저는 7시 40분에 학교에 출근합니다.

교육감님, 수화기를 들고 눈에 보이는 학교나 생각나는 학교에 전화해 보세요. 선생님들의 소리를, 학생들의 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들어 주세요. “학생이 행복한 학교.” 교육감님께서 그토록 원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미약하나마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 가장 낮게 나는 새!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지만, 가장 낮게 나는 새도 괜찮아. 가장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전라북도 교육청 인터넷 사이트의 배너로 제공되는 문구입니다.

저는 높이 나는 새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어찌됐든 높이 날지 못하기에 멀리 보지 못하는 그러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가장 낮게 날더라도 학생들을 위해 근접거리에서 교육감님이 추구하시는 전북교육의 완성에 밀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인간 진필수!

학생들 사이에서 저는 꽤 유명인사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잘 생겨서도 먹거리를 많이 주어서도 아닌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 17년 동안 299회의 헌혈을 하였습니다. 우연하게도 결혼식 날 200회째 헌혈을 하게 된 계기로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게 됐습니다. 컴퓨터 시간에 선생님들 이름을 검색하는 놀이를 하다가 제 이름이 인터넷에 뜨고 사진이 나오니 그 순간부터 전 유명인사가 된 것입니다.

12월 어느 날 교무실무사 선생님께서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셨습니다. 거기에는 감사장과 한 권의 얇은 책자가 있었습니다. ‘2013년 제5회 선생님자랑대회 - 우리선생님이 참 좋아요.’ 영문을 모르고 있던 터라 책자를 뒤적였는데,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의 이름이 보였고 그 옆에 제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어느 날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교복을 입은 학생이 “선생님, 얼른 사진 찍어야 되요.” 하면서 그냥 사진만 찍고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6학년 때 제가 체육수업을 하는 학년도 아닌 학생이었지만, 토요일에 스포츠교실에 참여하면서 유대관계를 맺어온 학생이었는데 저를 “내 기억속의 멋진 체육선생님~”으로 기억해 주었습니다.

교육감님, 제가 부족한 관계로 정규교원으로 근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제 신분을 말할 때 주저주저 할 때가 많지만, 전 이렇게 저를 기억해주고 지금도 저와 의미 있는 체육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단지 내 일자리를 보존해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니라 신분의 제약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아가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전 4년 동안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재직하면서 하루도 편하게 잠든 적이 없습니다. 지나친 자기합리화로 치부하실 수도 있겠지만, 체육수업 연구로 하루도 컴퓨터 책상 앞에 앉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간곡히 호소합니다.

우리 대다수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선생님들은 우리의 부족함을 알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학교에서 약자일 때도 있었고, 학생들 앞에 교사가 아닌 강사라는 신분 때문에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자존심만은 지키면서 학생들에게 참체육교육을 실현시키고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보듬을 수 없다고 원론적으로만 접근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革新!

‘혁신’은 교육감님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가죽을 벗겨서라도 새로움을 도모한다는 ‘혁신’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교육감님!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에게도 혁신의 잣대를 대어 주시면 합니다. 진부한 예산상의 문제를 거론하시기보다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활용하시기를 건의 드립니다.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교육감님께서 표방하시는 ‘학생이 행복한 학교’에 일조할 수 있고, 전북교육의 완성으로 생각하시는 인성교육, 학교폭력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는 감히 제안 드립니다. 한시적 사업으로 1년만이라도 현행대로 유지하여 진행하시고, 그 결과를 지켜보십시오. 저는 이번 사태가 전북교육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교육감님께서는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기회가 될 수 있고,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선생님들은 더욱 스스로 채찍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정책논리로 접근하지 마시고, 학교 현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해보신 후에 제 말이 틀렸다면 저는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가감없이 학교 현장의 모습을 직접 방문하시어 보신 후에 우리를 다시 한 번 쳐다봐 주세요. 그래도 아닌 것 같다면 저 스스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두서없이 글을 써 내려간 것 같습니다. 전북 교육발전을 위해 항상 고민하시고 실행하시는 교육감님께 전북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육감님의 평소 철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변화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교육감님의 투철한 철학과 인품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다면 잠시라도 교육감님의 머릿속에서 생각될 수 있는 우리가 되었기를 기대해 봅니다.

http://cafe.daum.net/jbnuphed. 이 사이트는 여러 분의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선생님들과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체육수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들어간 카페입니다.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름·겨울방학 모두 반납하고 함께 모여 머리 맞대고 고민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요 근래 이 공간의 방문자가 없습니다. 모두 맥이 풀려 있습니다.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수업공유방과 수업동영상방을 오픈 해 놓겠습니다.

우리의 열정을 가벼이 넘기지 말아 주세요. 부디 제대로 우리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을 교육감님의 눈으로 봐 주시고 생각해 보시기를 부탁 말씀드리면서 마무리 합니다.

2014년 2년 5일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진필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