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스포츠강사와 위(Wee)클래스 전문상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전북교육청의 갈등이 넉 달을 끌고 있지만 좀처럼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북교육청이 사태 해결 과정에서 공공기관으로서 적절치 못하게 대응해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북교육청 소속 위클래스 전문상담사(116명)와 초등학교 스포츠강사(310명)들은 지난해 11월초부터 ‘대량해고 철회’와 ‘전원 재계약’을 요구하며 전북교육청과 김승환 교육감을 압박해오고 있다.
전문상담사들은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차원에서, 그리고 스포츠강사들은 초등스포츠강사연합회 차원에서 각각 전북교육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말 전문상담사들은 11일 동안 교육청 로비에서 농성하는 한편 4일 동안 단식투쟁을 병행했다. 사업 폐지, 곧 116명 전원 계약해지에 반발해서였다. 그 결과 12월 5일 노조 박금자 위원장과 노조 강태숙 지부장, 지부 윤서정 전문상담사분과장이 교육감을 면담하고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즉각 “위클래스 운영정상화, 조합원 고용승계 등 노사 잠정합의” 제하의 성명을 발표해 “교육청이 위클래스 사업의 유지, 전문상담사의 고용보장방안을 당사자들과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농성해제와 현장복귀를 선언했다.
반면, 같은 시간 전북교육청은 노조 쪽 해석과 사뭇 다르게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사업은 연말로 종료되며, 고용안정 요구와 관련해서는 지역교육청 소속 위(Wee)센터에 상담사 추가 배치가 필요할 경우 추경예산에 반영해 선발·충원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결국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은 지난 12월 31일 계약만료로 전원 고용관계가 종료됐고, 전북교육청은 그 시기는 밝히지 않은 채 이들 중 23명을 위센터에 배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새 학기가 다가오는 2월 21일 현재까지 채용계획이나 배치계획은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한편, 스포츠강사들 또한 전문상담사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초부터 전북교육청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열어 재계약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초등 스포츠강사는 2013년도에는 모두 310명이 일했는데 2014년 감원대상 인원이 110명에서 210명까지 들쭉날쭉했다. 그러다가 전북교육청은 2월 중순 3개월 초단기계약을 조건으로 150명을 선발했다. 단, “추경예산이 확보되면 예산에 맞게 계약기간을 연장한다”(전북교육청 스포츠강사 모집공고문)는 단서를 달았다.
다른 한편, 두 직종의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서기 시작한 11월초는 전북교육청의 감원 방침이 이들 노동자들의 잇단 문의 결과 비로소 확인된 시점이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은 늦어도 그해 5월초와 6월 중순 사이에 이미 초등 스포츠강사와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를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대상 직종으로 분류해두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 유일의 비정규직 관련 공공기관인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대표 윤희만)가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월 10일 공개된 ‘전라북도교육청 기관별 무기계약직 전환계획’에서 밝혀졌다.
전북교육청이 지난해 5~6월 사이에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이 문서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에는 당시 총 4,33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이 중 전북교육청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2013~2015년까지)으로 분류한 인원은 모두 904명이다.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4.8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는 고용관행을 공공부문부터 정착시키기로 하고 2015년까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전환계획’은 이 방침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각급 기관에 작성, 보고를 요청한 것.
전북교육청은 직접 전산 입력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이 문서(‘전환계획’)에서 초등 스포츠강사를 ‘교육(보조)원’으로, 전문상담사는 ‘(전화)상담원’으로 기재하면서 ‘일시 간헐적 업무’로 구분, 무기계약직 전환제외 대상으로 분류했다.
전북교육청은 예산문제를 들어 위클래스와 초등 스포츠강사 사업을 올해까지만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초등 스포츠강사의 경우 전북교육청의 사업종료 사유가 구체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즉, 시간제로 일하는 중등 스포츠강사와 달리 전일제 근무를 하는 초등 스포츠강사는 전북교육청 입장에서는 ‘무기계약 전환 요구가 예상되는’ ‘예산절감 저해요인’이었다(황호진 부교육감 11월 21일 전북도의회 답변 내용).
상황을 종합하면 전북교육청은 이미 작년 6월 이전에 두 사업의 단계적 축소와 폐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뒤로 5~6개월 동안 이를 당사자들에게 알리거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과정,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 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센터는 21일 기자회견에서 “확인 결과, 전북교육청은 초등 스포츠강사와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을 2013년 6월에 이미 무기계약 전환 제외직종으로 분류해 고용노동부에 보고했음에도, 뻔히 예상되는 집단해고 사태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어 “전북교육청은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확인할 수 없는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신규채용 인원 조정이나 소수 인원의 타 직종 전환배치를 제시하며 이번 대량해고 사태가 조용히 넘어가기를 요구함으로써, 생존권이 박탈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울렸다”고 규탄했다.
전북교육청의 비정규직총괄관리부서인 행정과 노사협력담당계는 지난 17일 지원센터의 사실 확인 문의에 “공식적인 노사교섭 및 노사합의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수차례 만남이 있었지만 공식 교섭이 아니며 회의록 등 관련 자료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센터는 나아가 “비정규근로자 관리위원회 구성과 회의내용, 인력관리심의위원회 회의결과 등 관련자료를 열람하고자 했으나 담당자가 행정과장과 면담 후 일체의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센터는 아울러 이들에 대한 해고가 다른 기관과 민간부문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질이 낮은 일자리로 유입돼 사회적 고용의 질을 낮추게 된다는 것이다.
센터는 “이번에 접수된 집단민원은 전주시 소재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로 발생한 비정규직 대량해고사태로 파악되며, 전주시청과 전북도청 및 공공기관으로 파급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특히 민간부문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권고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2013. 9. 5.) 전북도청, 전주시청, 전북교육청 등 전북 전주 소재 총 8개 공공기관에 5,978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이중 약 72%인 4,330명이 전북교육청에 속해 있다. 또한 8개 기관이 무기계약 전환 제외대상으로 분류한 4,631명 중 약 74%인 3,426명이 전북교육청에 고용돼 있다.
비정규직센터는 전북교육청에 △교육감 직속 ‘비정규직 해고자 대책 전담팀’을 한시적으로 가동해 426명 전원 복직 및 안정적인 고용 유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할 것 △전북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통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윤희만 센터장은 “이번 사태는 학생교육 발전이라는 명분에 그 학생의 부모가 일터를 잃어야 하는 끔찍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고용관계의 책임자로서 전북교육청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