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30일 “KBS 등 지상파방송 4개사와 채널A 등 종편 4개 방송사가 인권위의 ‘이주민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 개선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뤄진 인권위 권고는 이주민이 출연 또는 이주민을 소재로 제작하는 TV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종적, 문화적으로 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고 제작진을 교육하라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지난 1월 뉴스, 교양, 오락, 이주민 소재 프로그램 등 총 35개 TV 방송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한 뒤 “이주민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차별적 표현이 여과없이 사용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며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과 채널A, JTBC, MBN, TV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9곳에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모니터링 결과 각 방송사는 인종적, 문화적인 차별적 표현, 흥미에 치중한 과도한 표현,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표현 등 차별적 용어를 사용해왔다”고 지적하는 한편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올바른 방송표현이 사용되도록 하라”며 해당 방송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심의를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과 종편 8개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철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내용을 개선하고,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작진을 교육하는 등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방송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모니터링을 통해 지적한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인종적·문화적 선입견과 편견의 노출 사례
○ 아프리카 부족의 전통 춤을 마치 킹콩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편집하여 ‘원시와 사냥’이라는 이미지 틀에 맞춤으로써 아프리카 인종·문화에 대한 편견 조장(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2013. 5. 18.)
○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코너 ‘황해’에서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을 재중동포라는 특정 집단이 자행하는 범죄인 것처럼 설정하고 재중동포의 어리숙한 행동을 지나치게 희화화(KBS2, 개그콘서트, 2013. 5. 26. 및 2013. 6. 2.)
○ 우리나라 금연정책과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동남아보다 못한 우리나라 금연정책’이라는 자막을 사용하여 동남아시아가 우리나라보다 사회·문화적으로 후진적이라는 전제를 노출(MBN, 뉴스 8, 2013. 6. 14.)
○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의 사연을 방송하면서 사회자가 어두운 스튜디오에 앉아있던 출연자의 피부가 어두워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는 뜻으로 “저는 사람이 안 계신 줄 알았어요”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피부색에 대한 선입견을 노출(KBS2,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 2013. 7. 8.)
○ OO 국가 서커스팀이 쌍철봉으로 묘기를 보이는 장면에서 이를 ‘인간원숭이들 바나나 따기’ 등의 자막으로 표현하여 연기자들의 힘든 공연을 희화화하고 폄하(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2013. 7. 13.)
○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만드는 내용의 방송 중 유명 가수그룹의 외국인 출신 멤버가 자전거를 타고 지쳐있는 모습을 두고, ‘OO 국가 왕자에서 외국인노동자로’라는 자막으로 표현한 것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KBS2, 인간의 조건, 2013. 7. 13.)
○ 이주민의 직장 동료들을 인터뷰하며 이주민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음을 강조하면서 동료들이 농담으로 특정 국가 사람들의 외모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을 여과 없이 방송하여 피부색과 외모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노출(EBS, 다문화사랑, 2013. 8. 31.)
2.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한국문화를 지나치게 강요하는 사례
○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다른 다문화 학생들은 좀 내성적인 반면에…….”라는 말을 언급하여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내성적이다’라는 식의 인종적·문화적 배경과 성격과의 관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KBS2, 오아시스, 2013. 2. 13.)
○ 진행자가 이주민에게 “나 한국사람 다 됐다? 한국이 편하게 느껴질 때”, “외국인 아내, 엄마라 미안했던 적은?”이라는 질문을 하여 아내와 엄마로서 이주민은 스스로 소수자적 지위를 인식해야 한다는 관념을 드러냄(MBC, 기분 좋은 날, 2013. 5. 7.)
○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남편 출연자가 부부 간 나이 차이를 전혀 못 느낀다고 말함에도 진행자가 거듭 나이 차이를 강조하고, 결혼이주여성이 남편과 싸우면 애교로 화해를 요청한다고 하자, 진행자가 “나이를 잘 활용한다.”고 말하는 등 결혼이주민 부부의 나이 차이가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부각시킴(MBC, 기분 좋은 날, 2013. 5. 7.)
○ 재독 한국인을 다루는 특집방송에서 “낮은 곳에서 헌신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인. 그렇지 않은 OO 국가 사람”이라는 해설을 하고, 출연자가 “OO 국가 사람은 뚱뚱한데 이걸 어떻게 탔지?”라는 말을 하여 특정 국가 사람들에 대한 성격과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KBS1, 러브인아시아, 2013. 5. 14.)
○ “꽃제비들이 10불 내지 100불로 중국에 팔려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탈북 여성 중 85%가 성병을 갖고 있다.”라는 출연자의 검증되지 않은 통계 수치 및 분석의 말을 여과 없이 방송하여 탈북 이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JTBC, 뉴스콘서트, 2013. 5. 6.)
○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이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하면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산낙지와 삭힌 홍어를 먹어야 진짜 한국인이라고 강조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한국문화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강요함(KBS2, 굿모닝대한민국, 2013. 5. 30.)
○ 뉴스에서 앵커가 “OO 국가의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말하여 관련된 객관적 통계 자료가 아닌 특정사건만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특정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채널A, 종합뉴스, 2013. 6. 8.)
○ 이주민을 남편으로 둔 아내와의 인터뷰에서 개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어 마치 그것을 인정해야 진정한 한국인이 된다는 듯한 표현으로 특정 음식의 선호도에 따라 한국에 대한 애정을 검증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나타내고, 이주민에게 한국의 특정 음식을 지나치게 강요(EBS,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 2013. 7. 26.)
3. 흥미에 치중한 과도한 표현
○ OO 국가에서 가짜로 구걸하는 사람을 적발하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OO 국가 길거리나 지하철에선 구걸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TV조선, TV조선 뉴스쇼 판, 2013. 6. 6.)
○ 진행자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출연자에게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욕”이라고 하며 “무슨 욕 할 줄 알아요?”라는 질문을 하고, 출연자가 욕을 하면 폭소하는 식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연출을 하였는데, 이 프로그램이 외국인을 출연시킨 이유가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흥미에 과도하게 치중하여 인종차별에 대한 주제를 가볍게 만든 것임(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2013. 7. 8.)
○ 용인 살인사건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를 범행수법이 잔인하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는 오O춘 사건과 비교하여 ‘제2의 오O춘 사건’이라 명명함으로써, 사건 당시 만연했던 국내체류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상기시키는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함(채널A, 종합뉴스, 2013. 7. 10.)
○ 앵커가 “OO 국가는 빈부격차 등 해묵은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회적 약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해설하여,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함(채널A, 종합뉴스, 2013. 7. 21.)
4. 사생활 침해
○ 결혼이주가정 출신인 ‘리틀 싸이’ OO 군의 부모님을 욕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불필요하게 확대하여 노출한 것은 정보전달 목적의 범위를 넘어서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채널A, 종합뉴스, 2013. 5. 6.)
○ 마을 할머니가 이주여성의 신체를 만지며 “예쁘다 뽀야니. 모가지도 잘록하고”, “체형도 좋고 다리도 쪽 빠지고”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해설자가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젠 이런 훈훈한 인심이 싫지 않다.”고 말하여, 타인의 신체를 만지는 것을 ‘훈훈한 인심’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주여성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룸(EBS,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 2013. 5. 24.)
○ 무거운 짐을 들며 농사일을 하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카메라맨이 “몸무게가 얼마에요?”라고 여성의 신체에 관한 사적인 질문을 함(KBS1, 러브인아시아, 2013. 6. 4.)
5. 차별적 용어 사용
○ 피부색 등 신체 특정 부분의 색깔을 인종과 연결시켜 표현하는 것은 자칫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거나 고정관념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음에도 ‘검은 머리 외국인’, ‘푸른 눈 외국인’ 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채널A, 종합뉴스 2, 2013. 5. 27.), (MBC, 기분 좋은 날, 2013. 6. 12.), (TV조선, TV조선 뉴스쇼 판, 2013. 7. 18. 및 2013. 8. 20.)
○ ‘본디 그 지역에서 나거나 자라는 동물이나 식물 따위의 종자’를 지칭하는 ‘토종’이란 용어를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KBS1, 뉴스9, 2013. 5. 11.), (TV조선, TV조선 뉴스쇼 판, 2013. 8. 26.)
○ 국내에서 발견되는 특정 국가의 경향은 통상 국가명에 ‘~풍(風)’, ‘~식(式)’ 등을 붙여 사용하는데, 유독 일본에 한해 사용되며 일반인들에게 비하적인 용어로 인식되는 ‘왜색(倭色)’이란 용어를 사용(SBS, SBS8 뉴스, 2013. 5. 17.)
○ 혈연적·민족적으로 다른 배경의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를 지칭하는 말로서, 역사적으로 차별적인 용어로 인식되고 있는 ‘혼혈’이란 용어의 사용(JTBC, 뉴스9, 2013. 6. 17.)
○ 이주민 자녀를 지칭할 때 ‘다문화’란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외국어 ‘Multiculture'를 번역한 말로 법률적·정책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나 이 용어의 함의에 대하여 아직 사회적 합의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학교에서 동료 학생 등이 이주배경을 가진 아동을 지칭하는데 사용함으로 인해 당사자들에게 차별적인 용어로 인식되고 있음(KBS2, 오아시스, 201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