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북대학교병원 노조사무실에서 이봉영 보건의료산업노조 전북지연본부장을 만났다. 이 본부장은 새누리당 전북도당 앞 기자회견을 앞둔 가운데 한 시간 남짓 인터뷰에 응해줬다. 정부가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강행하려는 의료민영화의 쟁점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긴 내용이지만, 독자에게 충분히 가치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믿는다. [편집자 주]
다음은 인터뷰 내용.
○ 먼저 영리병원이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죠. 비영리병원과 차이는 무엇인가요?
현재 한국 의료법인 가운데 영리법인은 없습니다. 비영리법인만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거든요. 다시 말해 학교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만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정읍아산병원은 아산재단이, 원광대병원은 학교법인이 설립한 비영리병원인 셈이죠.
비영리법인 운영의 가장 근본은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을 외부로 유출시킬 수 없다는 거예요. 영리법인은 그와 반대로 일단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어요. 마치 주식회사처럼요. 해당병원 운영으로 발생한 흑자를 주주들에게 이익배당금으로 주는 거죠. 배당금이 많을수록 외부자본이 더 많은 투자를 하겠죠. 그래서 갈수록 병원의 덩치를 키우게 되는 거죠. 결국 영리병원의 문제는 투자자를 유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금을 밖으로 빼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자본의 돈벌이 놀이터가 된다는 것입니다.
◯ 현행 의료법은 그걸 규제하고 있단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현재 영리자회사가 문제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의료업은 비영리로 해야 돼요. 문제가 되고 있는 영리자회사 설립과 관련해서도, 본업인 의료와 관련해서는 계속 비영리를 유지하면서 영리 목적의 자회사 설립을 허가해준다는 거예요.
이 자회사가 하는 사업은 부대사업이라 해서 이미 의료법 제49조에 그 범위가 명시돼 있어요. 조사, 연구, 보수교육, 장례식장, 주차장, 편의점 등입니다. 그런데 이 부대사업의 범위를 목욕탕, 관광, 체육시설, 쇼핑몰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거죠. 의료법시행령 제20조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서 이러저러한 시설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할 수는 없다는 영리추구금지원칙이 명확히 돼 있어요. 이처럼 법이 금지하고 있는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기 위해 정부는 지금 행정권일 뿐인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거죠. 위법시비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이 문영표 보건복지부장관을 고발한 상태에요.
◯ 목욕탕 등 부대사업의 확대범위가 가이드라인에 제시되어 있지요?
그렇습니다. 다만 온천, 호텔, 관광, 체육시설 등으로 한정돼 있긴 합니다. 포지티브 방식으로 허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부대사업 범위를 정하려 한다는 점이에요. 즉 이러저러한 몇 가지를 빼고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 말이죠. 앞으론 그렇게 바꾸겠단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부대사업 범위는 크게 확대되겠죠. 사실상 병원 안에 종합쇼핑몰이 하나 생기는 겁니다.
가이드라인은 게다가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 명목으로 의료관광호텔(메디텔) 안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기까지 합니다. 의료기관 내에 다른 의료기관을 임대해줄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큰 병원에 가려면 작은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없앨 수 없으니까 편법으로 의료기관 내에 또 다른 의료기관을 임대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비유컨대 전북대병원에 1차 의료기관을 둔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 환자는 굳이 밖에 있는 병원에 갈 게 아니라 전북대병원 내에 있는 이 1차 의료기관에 바로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죠. 그럼 밖에 있는 개원의들은 사실상 문을 닫게 되는 겁니다.
◯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많은 문제들이 벌어질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어요. 일반인들은 병원비가 비싸진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요. 사실 병원비가 비싸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해서 만약 동네병원들이 문을 닫게 되면 일반 환자 입장에선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상 고비용의 3차 진료기관 진료를 강요받게 되는 거죠. 개원의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고, 환자와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되는 거죠.
◯ 무식한 질문일지 모르는데, 전북대병원이 다른 병원보다 비싼 이유는 뭡니까?
의료기관은 1차 개인병원이냐 예수병원처럼 2차 기관이냐 전북대병원처럼 3급 종합병원이냐에 따라 수가(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진료비)가 달라요. 환자가 내야 하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거죠. 개인병원은 20%만 내면 되고, 2차 기관은 30%, 3차에 가면 50% 이상을 환자가 내야 해요. 환자의 본인부담율이 훨씬 높아지는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이용료가 다릅니다. 이건 병원에서 책정하는 비급여 대상이니까요.
◯ 의료민영화의 어두운 모습을 외국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나요?
미국의 경우 그런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우선 의료가 민영화될 때 병원비가 얼마나 비싸지느냐는 탤런트 안재욱씨가 입증했어요. ‘택시’라는 TV프로그램에서 나온 얘기죠. 지난 3월에 안재욱씨가 미국을 갔다가 뇌출혈이 생겼어요. 응급으로 수술할 수밖에 없잖아요. 한국에서는 수술비가 1천만 원 내외에요. 그런데 수술 받은 뒤 우리 돈으로 5억 원이 청구됐어요. 이걸 환자 변호사와 병원이 가격흥정을 해요. 가까운 사례로 엊그제 제 후배가 아이를 낳았는데 산후조리비용 포함해서 총 200만 원이 들었답니다. 미국은 2천만 원이 듭니다. 10배 정도 의료비가 비싸요. 약값도 6~7배 비싸고요.
대형병원들이 의료시장을 장악해서 나타난 문제에 대해서는 인도와 노르웨이의 사례가 많아요. 인도의 경우 7개 정도의 병원이 인도 전체 의료를 지역으로 분할해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요. 아폴로병원이 대표적이죠. 노르웨이는 법인약국을 허용한 뒤로 10년 만에 3개 대형 법인약국이 전체 노르웨이 약국 시장의 85%를 점유해버렸어요.
◯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강경하게 추진하는 속내가 무엇일까요?
저희가 보기에는 삼성이에요. 이미 삼성은 민간보험 활성화와 관련해서 전체 보험시장을 분석한 게 있어요. 그게 근거해서 1단계 암보험부터 4단계 실손의료보험(실손: 실제 손해본 만큼 보상한다는 뜻)까지 차근차근 진행해왔어요. 실손의료보험에는 국민 약 60%로 가입해있잖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가입해있어요. 환자가 병원에 가면 돈을 다 내주는 거예요. 지금은 건강보험이 완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이 실손보험이 대체보험 구실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민간보험이 더 활성화돼서 건강보험을 완전하게 대체하는 상황이 되면 가장 큰 문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거라는 겁니다.
○ 당연지정제요?
예. 지금 미국과 한국의 의료제도 중 가장 큰 차이가 바로 그겁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의무가입제도가 없어요.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민간보험에 가입하든지 못하든지 둘 중 하나죠. 그래서 미국인 15%, 약 5천만 명이 보험에 가입을 못하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에 가입해있는 환자를 거부할 수 없어요. 이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요. 미국은 이 당연지정제가 없어요. 개인이 가입한 보험에 의해서 그 사람이 가는 병원이 정해지는 거예요. 2007년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식코』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상징적인 사례가 나오지요. 한 미국인이 자기 아이가 열이 나자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갔어요. 이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이 사람이 찾아간 병원은 자기가 보험든 회사와 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았어요. 이 사람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전전했고, 결국 아기를 자기가 가입한 보험회사와 계약해있는 병원에 갔을 땐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어느 병원에 가나 관계없죠? 그래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갈 수 있어요. 보험사들이 이 ‘당연지정제’가 위헌이다 해서 위헌소송을 한 적이 있어요. 건강보험 환자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왜 무조건 받으라고 하느냐 하는 거였죠. 당시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은, 우리나라는 영리법인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무조건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긴 뭘까요? 뒤집어 얘기하면, 영리법인이 되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위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미국은 병원과 보험사가 병원비를 정한다고 하셨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미국은 그 같은 병원비 책정 방식 때문에 한국보다 10배 이상 병원비가 비싸요. 병원비가 비싸면 보험사가 병원에 주는 돈이 비싸기 때문에 개인의 보험료도 함께 올라가는 거예요. 돌고 도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가’라는 이름으로 최소한 건강보험에 해당되는 62.5%에 대해서는 해마다 병원, 시민단체, 보건복지부가 협상을 해서 정합니다. 병원비의 62.5%는 국가가 정한다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전북대병원에 와서 맹장수술을 받은 환자가 100만원이 들었다면 그 중 62.5%에 해당하는 62만5천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제를 하는 거예요. 이게 수가제도입니다.
○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와 재벌의 연관성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주시죠.
드러나 있진 않지만 삼성이 의도한 시나리오 그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지금이 4단계에 해당합니다. 한 단계 더 넘어서면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이 완전히 대체해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건강보험은 결국 해체될 거라는 거예요. 실효성이 떨어져버릴 거라는 거죠. 그러면 건강보험은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 등에게 적용하는 의료보호 수준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미국이 그렇거든요. 미국은 장애인, 65세 이상 고령자, 저소득층만 보호하는 보험제도가 있어요. 이 보험제도처럼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그렇게 축소가 될 거고, 미국처럼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완전히 대체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거기까지 열리진 않았어요. 정부도 그렇게까지 허용한 건 아니라고 얘기하고요.
○ 영리자회사 문제로 돌아와 볼까요? 한국의 의료체계에서 영리자회사 도입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영리법인의 핵심으로 영리자회사를 지목합니다. 비영리법인 체계이던 한국의 의료에 영리가 처음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1996년 한국 노동시장에 정리해고가 도입된 것과 똑같아요. 정리해고가 도입되면서, 근로기준법에 여러 가지 제어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해고가 만연하고 있잖아요.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사례도 잘 보여주듯이요.
일단 의료가 아닌 나머지 부분에서 영리자회사를 열겠다는 것이지만, 결국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될 겁니다. 이미 병원들은 환자를 봐서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서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려 들 겁니다. 자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를 무한정 열어주면 이 자회사에 외부자본이 투자돼서 자회사는 더 커지게 되고, 사실상 이 자회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되는 거예요. 이 자회사의 주주들이 병원의 전체 운영방식을 바꿔버릴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의료업과 부대사업의 본말이 전도되는 거죠.
○ 차바이오텍이 최근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 실제로 대형 의료기관들이 영리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나요?
차병원 같은 경우 미국에 병원이 하나 있죠. 저희가 보기엔 외부환자 유치, 의료관광 등을 시행할 준비가 끝나있어요. 연세대병원은 메디텔이라고 하는 호텔업을 이미 가장 먼저 준비했고, 따라서 문만 열면 바로 시행이 될 가능성이 아주 많죠. 삼성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 경우 전북대병원도 독립법인인 소비조합이 영리자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한국의 건강보험은 괜찮은 제도입니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상당히 좋은 제도입니다. 다만 보장율이 62.5%에 그친다는 게 문제죠. “내가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비율이 지금의 62.5%에서 80~90%로 올라간다면 보험료를 더 내겠다”고 답변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아요. 다만 그걸 못 믿는 거예요. 보험료만 올리려는 수작 아니냐는 의심 말이죠.
대만은 한국의 보험제도를 그대로 복제해간 나라인데 보장율이 100%입니다. 오바마가 취임하자마자 배워가려 했던 건강보험 제도가 바로 우리나라 제도였어요. 그걸 그대로 도입하려다가 의료자본의 로비에 의해서 ‘오바마케어’라 불리던 이 보험제도 자체가 도입되지 못한 거죠. 결국 오바마의 선택은 민간보험회사들로 하여금 저렴한 보험상품을 만들게 하고 미가입자 5천만 명이 가입할 길을 열도록 한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은 3천만 명으로 줄었어요.
○ 대만과 한국의 차이는 뭔가요?
말씀드렸듯이 대만은 전국민 건강보험 보장성이 100%에 이릅니다. 병원에 갔을 때 의료비 부담이 거의 없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병원이 임의대로 가격을 정할 수가 있는 ‘비급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거고요. 대만에 비해서 우리가 병원비를 훨씬 많이 내고 있죠.
○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9.4%가 의료민영화에 반대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혹시 의료자본의 세계화 시도와도 관련되지 않을까요?
해외환자 유치나 해외시장 진출 효과는 미미하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한국에 미래 성장 동력이 없다는 데 주목하고 싶어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이미 오래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잡은 게 의료시장 아닌가 싶어요. 그 어떤 시장보다도 돈벌이가 확실한 시장이 의료시장이기 때문이죠.
○ 의료자본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외국자본이 한국 의료산업에 들어올 길도 터주게 되겠지요?
지금 인천 송도에 들어오려고 하는 것도 영리병원이고, 제주도에 들어오려고 했던 중국의 싼얼병원도 마찬가집니다. 싼얼병원은 자본보유액을 의심한 복지부가 유보시켰죠. 어쨌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병원은 다 영리병원이에요. 미국의 의료제도를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려는 거예요.
애초 외국병원은 경제자유구역에 유치되는 해외기업이나 외국인 진료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내국인이 진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거꾸로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지역의 우리나라 병원들의 요구에 의해서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의 담을 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국내 병원들이 볼멘소리를 낸다는 거죠. 예를 들면 전북대병원이 자본 10%만 투자하면 군산에도 병원을 지을 수 있어요. 외국자본 유치해서 영리병원 운영할 수 있단 말이죠. 예수병원 같은 경우 지켜보다가, 왜 전북대병원만 영리병원 허용하고 우리는 못하게 하느냐 하고 나설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며 전주도 열릴 수 있다는 얘기에요, 담을 넘어올 수 있다는 거죠. 외국병원이 들어오는 것? 제가 보기에 그 부작용은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지금 문제 되는 영리자회사는 그 부작용에 비하면 부작용이라고 볼 수도 없는 거예요.
○ 의료민영화의 두 가지 길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영리자회사는 지금 두 축으로 가고 있어요. 외국영리병원을 매개로 우리나라 전역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축, 그리고 의료법인 안에 영리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점차 의료법인마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축이 그것입니다. 최종목적은 한국의료시장을 완전하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으로 만들려는 거지요.
○ 의료민영화 반대활동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민영화 반대 여론이 70%입니다. 철도보다 훨씬 국민 지지는 높을 거라고 봐요. 저희가 서명도 받아보고 의견서도 받아보지만, 세월호특별법제정 서명 받는 것보다 더 쉬워요. 그리고 저도 그 의견서를 대학교 다니는 딸한테 하나 줬는데, 친구들이 이미 의료민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고 결국 100장을 넘게 받아왔어요.
저희가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에 종사하는 우리 조합원들 동력이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보다 병원 내부에 있는 사람들 문제의식이 조금 떨어져요. 또 하나는 의료민영화를 쟁점화하려면 현장종사자들이 파업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알려나가야 하는데, 직접 환자를 보는 의료인 입장이 환자를 버리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느냐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게 제가 보기에는 이번 투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 같아요.
○ 전국적인 쟁점이긴 합니다만, 의료민영화를 지역(주) 차원에서 저지한 스페인의 ‘하얀 물결’ 사례와 비교가 가능할까요?
우린 땅덩어리가 작잖아요. 전국적으로 이미 범국민대책본부가 결성이 돼 있고, 정치권도 새누리당을 제외하곤 의료민영화 반대 입장이 너무나 명확해요. 그래서 우리가 스페인처럼 어느 한 지역에서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확산해가는 게 아니라 중앙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보건의료노조나 의사협회가 먼저 시작했지만 약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등 6개 단체가 의료민영화를 막겠다는 활동을 시작해서 범국민대책본부가 꾸려진 겁니다.
○ 지역에서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어쨌든 철도파업 때 보신 것처럼 의료민영화를 저지의 최일선에 서야 할 사람들은 현재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싸움은 보건의료노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노조가 가진 강력한 수단은 결국 파업이라고 봐요. 다만 그렇게 가는 과정에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을 받고, 22일까지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데 대한 국민들의 반대의견서를 받아 보건복지부에 압력을 행사할 거예요. 1일, 3일, 5일은 전북대 앞, 원광대 앞, 한옥마을에서 각각 대국민 홍보와 서명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만약 보건복지부가 22일까지 시행령 안을 폐기하지 않으면 22일과 23일엔 전면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현재 전북대병원, 정읍아산병원, 군산의료원, 전북혈액원 4개 사업장은 법에서 정한 파업 절차를 이미 마쳐놓은 상태에요.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국민의견서에 답변하기까지 걸리는 2주 후에도 시행령이 폐기되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도 불사할 수밖에 없지 않나 예상합니다.
○ 의료민영화, 저지할 수 있을까요?
서명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반드시 막아야 됩니다.” 하면서 “그런데, 이길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요. 이 질문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힘이 커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갖고 있는 의식이 ‘이건 안 된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싸움을 이길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우리가 중심을 잡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국민들이 이 싸움에 결합을 할 건지 말 건지 결정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가 주저앉으면 아무리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이 싸움에 나설 공간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 작년 12월 정부가 내놓은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에는 법인약국 허용도 포함됩니다.
법인약국은 노르웨이 사례를 참고할 수 있어요. 법인약국이 전국을 체인화하면 자본경쟁에서 밀리는 소규모 약국들은 존립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노르웨이는 법인약국을 허용한 지 10년 만에 3개 법인약국이 전국의 80%를 장악합니다. 나머지 15%를 개별약국들이 그나마 분점하는 거고요. 법인약국 도입되면 약국까지 거리가 멀어지고, 담합에 의해 약값이 비싸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 끝으로 어떤 점에서 의료민영화가 반(反)인권적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벌어진 강남 세 모녀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조그만 기업체를 운영하다가 망했어요. 그런데 암이 걸렸어요. 자식들이 이 병원비 대느라고 대출받다 보니까 신용불량자 돼버리고, 하나는 당뇨로 취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자 엄마가 식당일 해서 겨우 가계를 꾸려갔는데, 출근하다 팔이 부러지니까 식당일도 못하게 되죠. 결국 봉투에 20만원은 공과금 50만원은 집세입니다 해서 70만원 넣어놓고 창문을 모두 청테이프로 막은 다음 연탄불 피워놓고 딸 둘 데리고 엄마가 죽어버렸잖아요. 이를 단순히 생활고를 비관해서 죽은 거라고 보아야 할까요?
출발은 아버지의 암이에요. 아버지가 돈이 있었으면 세 모녀가 자살할 이유가 없었을 거예요. 비록 암으로 죽을지언정, 돈이 있었다면 또는 딸이 대출받아서 병원비를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병원비 부담이 없었다면, 이 사람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망했다고 하더라도 이 세 모녀가 죽을 일은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결국 의료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경제활동을 못 하니까 엄마가 식당에 나가 돈 벌어서 살다가 그것마저 끊기니까 결국 희망이 없어진 거예요. 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죽은 거예요.
제가 보기에 그 문제의 출발은 결국 의료비에요. 그래서 의료가 시장화되고 영리화되고 돈벌이가 된다는 건 결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한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3항을 어기는 거예요. 네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너 자신의 보건을 책임지라고 하는 게 되는 거죠. 그래서, 다른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다 문제이기는 하지만 의료민영화만큼은 지나치게 비인권적인 거예요.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료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은 온라인에서도 참여가 가능하다: www.jinbomedic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