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용련의 개인전 ‘전봉준은 왜?’가 4일부터 13일까지 전주 복합예술공간 차라리언더바에서 열리고 있다.
김용련 작가는 동학농민혁명에서 찾아낸 다양한 장면을 소재로 삼아 흙으로 빚어냈고, 이번 전시회에는 20개 작품을 선보였다.
혁명을 주도한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장군을 묘사한 <세 장군>, 여성의 참여를 상징한 <여장군>, 혁명의 도화선이 된 만석보를 묘사한 <만석보 치다> 등 오랜 고민과 깊이가 배어있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5월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등과 함께 정읍에서 두 차례 가진 전시회의 연장이다. 특히 5월 15일과 16일 이틀간 정읍시청 광장에서 열린 두 번째 전시회는 정읍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작가가 창작한 6m 길이의 작품인 <동학농민행렬>은 전시공간의 사정으로 이번 전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오는 8월 8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릴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 전국민미협 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 작가는 “스스로 즐기면서 이번 작품을 했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현장에 나가 점토 드로잉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홍 전북민미협 회장은 “정읍 황토현에서 김용련 작가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좋은 작품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겠다는 느낌이 든다”고 칭찬했다.
조각가 김용련은 원광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북민족미술인협회(전북민미협) 회원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전북민미협이 주최·주관했고, 김 작가로서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자아찾기’에 이은 세 번째 개인전이다.
다음은 작가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사진 : 조각가 김용련)
◯ ‘전봉준은 왜?’라는 전시 주제가 인상적입니다.
동학이 시사하는 바 전체에 대한 물음표입니다. 왜 전봉준이 1894에 그리해야만 했고, 사형당해야만 했는지, 그런 물음을 120년이 지난 이 시대에 던져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념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관여하며 중요한지,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접목시킬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그에 더해서, 조형적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작품을 메인으로 배치한 것이기도 하고요.
◯ 작품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하면 몇 가지 상징적인 사건들이 있지요. 황토현전적지, 첫 전투에서의 승리, 전주성 입성, 공주전투, 만석보, 사발통문작성 같은 것이요. 제가 알고 있는 것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 제작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준비한 것은 5개월 정도 됩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했으니까요. 그 중 아이디어 스케치 과정이 길었고, 막상 흙을 쥐었을 때부터의 시간은 얼마 안됐어요. 어떤 작품은 10분 만에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 장르는 테라코타인가요?
저는 테라코타보다 흙드로잉이라는 장르를 써요. 앞으로도 그 기법으로 많이 하고 싶고, 그 장르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 이번 전시 이전에도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흙드로잉을 했나요?
조선왕조실록 내장사 이안(移安)을 소재로 한 번 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이 하게 될 듯합니다. 학교 교사들도 이번 작품들을 좋게 평가해 주셨어요. 아이들한테 흙을 통해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겠다고요. 저도 일반인들에게 흙드로잉 교육을 해보려는 생각입니다. 또 제가 밖에 나가서 현장 드로잉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 작업이 힘들진 않았나요?
◯ 반대로 아주 재미있게 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작업 방식은 좀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건 정말 재밌습니다. 매력도 있고 여러 가지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일반인들이 조각 배우는 걸 무척 힘들어 하잖아요. 장비 갖추기도 쉽지 않고요. 특히 여성들은 많이 힘들죠. 하지만 흙드로잉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 이번 작품들에 만족하십니까?
(웃음) 그런 건 없죠. 물론 재미있게 했지만, 작가는 재미로만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에 미학과 깊이가 담겨야 하는 거죠. 솔직히 이번 작품은 제게 자기만족은 됐지만, 좀 더 성숙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야죠. 오늘이 지나면 어느 순간 고뇌에 찬 길이 놓이겠죠. 다 똑같죠, 다른 분들하고(웃음).
◯ 몇 가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세 장군>은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의 모습을 빚은 겁니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을 다루면서 ‘전봉준’과 ‘장군들’이 너무 튀는 건 지양했어요. 농민운동을 영웅 몇 명으로 포장해선 안 될 테니까요. 그들이 주로 앞장섰지만 농민군과 너무 차이가 나게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여장군>은 당시 전쟁에서 여성들도 당연히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했을 거란 상상에서 만든 작품이에요. 제가 이걸 만들었더니 어떤 분이 “당시엔 동학농민군 쪽에서 여성과 아이들은 합류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자들도 어떤 장면에서 그런 행위를 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작품으로 반영된 겁니다.

(사진 : <갑상이 애비 앞장서유>)

(사진 : <만석보 치다>)
<갑상이 애비 앞장서유>는 혼란한 시대상황에서 피난을 떠나는 한 가족을 그렸어요.
한편으로 제가 늘 하던 고민이, 옛날 만석보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였어요. 그런데 누군가 가상으로 그린 모습조차 못 봤어요. 그래서 그걸 허무는 장면을 흙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이번 작품처럼 만든 거죠. 이 작품에서 재밌었던 게, 물 표현이 너무 자연스럽게 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표현하고 정말 기뻤어요. ‘야, 이게 흙으로 되는구나! 안 되는 게 없구나!’ 하고요.
그리고, 당시 누군가는 농민군 식량을 댔을 텐데 하는 고민을 했어요. 박홍규 화가의 그림에서처럼 돼지를 지고 갈 수도 있었겠고요. 그래서 만든 작품이 소달구지에 식량을 싣고 가는 <농민군 밥 굶는다 빨리 가자>입니다.

(사진 : <배부른 사또>)

(사진 : <사발통문작성> 일부)
<배부른 사또>는 부패한 관리를 상징합니다. 지나가는 개도 오줌싸버릴 정도로 욕이 나오는 거죠(웃음). 조금 더 해학적이고 쉽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제 작품이 사실 너무 딱딱해요. 앞으로 좀 더 쉽게 하고 싶어요.
◯ <사발통문작성>은 진지해보이던데요?
사실 어려웠어요. ‘사발통문 작성’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조형화할지 힘들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니까 작품도 어렵고 무겁게 나오더라고요. 기자는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저로서는 제 뜻대로 되지만은 않은 작품입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지난달 박홍규 화백의 작품전시회에 이어 전북민미협이 주최하고 있는 '2014 차라리언더바 릴레이 개인전'의 두 번째 전시회다. 이달 18~27일 임동식, 다음달 1~10일 진창윤 개인전 등 11월까지 8명의 회원 개인전이 더 있다: 전정권 8월 15~24일, 이근수 9월 5~14일, 이기홍 9월 19~28일, 김두성 10월 3~12일, 황의성 10월 17~26일, 이봉금 11월 7~16일.)
(※ 위 사진들은 작가의 허락을 받아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