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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교육당국이 성폭력사건 은폐·조작 의혹


... 문수현 (2014-08-21 05:19:24)

장애학생의 안전과 인권을 책임져야 할 학교와 교육당국이 학교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오히려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강한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 11일 전주의 한 특수학교 교실에서 자율학습시간에 장애학생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고2 여학생이 항거가 곤란한 상태의 고3 남학생의 바지를 벗기고 강제로 성폭행한 것.

하지만 해당학교는 사태 발생 닷새 뒤인 16일 전북교육청에 ‘여학생의 가정 내 성폭력’이라는 엉뚱한 내용으로 사안보고서를 제출했다. 전날 학교관계자들이 가정방문을 했다가 알게 된 관련사실을 보고서에 담은 것이다.

피해학생 학부모는 당일 교실에서 일어난 사태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9월초 뒤늦게 감사에 나선 도교육청은 해당학교 교사들의 말만 듣고 성범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에도 ‘가정 내 성폭력’으로 사안을 보고했다.

피해학생의 어머니는 진실이 가려지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재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도교육청은 오히려 피해학생 어머니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1년 가까이 진실공방을 벌이던 가운데 사태가 전기를 맞은 것은 전주지방검찰청이 지난 5월 22일 ‘성폭력 범죄사실’(준강간)을 피해학생 어머니에게 통보하면서였다.

지난해 12월초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지원하는 원스톱센터에 피해학생이 연계되면서 수사당국이 개입했고, 가해학생의 증언과 증거를 중심으로 ‘성폭력이 있었음이 명백하다’는 수사결과를 통지한 것. 검찰은 다만 가해학생이 지적장애 2급임을 고려해 가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뒤를 이어 6월에는 교육부 권고로 뒤늦게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학생 간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해당학교는 일부 교사와 피해학생 학부모의 거듭된 요구를 받고 도교육청에 3차에 걸쳐 각기 다른 사안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오락가락했다.

사건 발생 5일 만인 지난해 7월 16일 이루어진 첫 사안보고의 요지가 ‘여학생의 가정 내 성폭력’이었던 데 비해, 도교육청 감사 뒤인 10월 10일 이루어진 2차 사안보고는 ‘자율학습감독교사가 남학생은 컴퓨터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있고 여학생은 바지를 내린 채 서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10월 16일 3차 보고에는 학생들 간의 가해·피해 정황이 비로소 포함되는 등 2차 보고의 핵심주장을 뒤집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처럼 사안보고가 갱신될수록 비로소 피해학생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9월말 감사를 마친 도교육청은 2차와 3차 사안보고에 반응하지 않았고 교육부 또한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교육부에는 현재까지 해당 피해학생의 사건 자체가 없는 셈이다.

피해학생 어머니와 전북장애인교육권연대는 20일 오전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 감사팀은 사안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내용을 누락하는 등 짜맞추기 감사를 벌였다”며 “사안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학교 측과 함께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짙게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교육청의 직무 해태와 수수방관으로 피해학생의 등교가 장기간 방치돼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북교육청에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특별감사 △사건 은폐·축소 관련자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 △사안 방치에 대한 교육감의 진심어린 사과 △피해학생 등교에 최선을 다할 것 △장애학생 학교폭력에 대한 종합점검과 대응체계 마련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장애인인권 전문가 배치 등을 요구했다.

피해학생의 어머니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혼자서 발로 뛰었지만 어느 누구도 나와 아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힘겨워했다.

이어 “학교나 교육청은 지금도 장애학생의 인권과 이 사건의 심각성을 모른다”며 “감사 담당자가 아이의 장애유형도 전혀 모른 채 '00학교로 (아이를) 보내면 되잖아요'라는 말을 건네왔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편, 기자회견 직후 전북교육청은 교육감 지시로 재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사태의 무마가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