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5-12 09:57:27

조각가 김두성씨, 고래의 아픔 통해 사회 비판


... 문수현 (2014-09-29 14:01:34)

조각가 김두성씨가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전주 동문길 복합문화공간 차라리언더바에서 자신의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북민미협이 주최하는 회원 작가 릴레이개인전의 8번째 순서다.

전시 주제는 ‘ambergris’, 우리말로는 용연향(龍涎香)이다. 작가는 철, 나무, FRP(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사용한 18점의 부조 작품 모두에 향유고래의 일종인 귀신고래를 등장시킨다.

작가는 그물에 걸린 고래의 눈에서 자본주의라는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한편, 고래의 아픔인 용연향을 사치와 향략에 이용하는 인간사회를 고발한다.

고래는 한편 지구를 상징하며, 작가는 지구생태에까지 문제의식을 확장한다. 오랜 기간 서양인들은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를 포획했으며 물과 석유, 석탄 같은 지하자원을 계속해서 빼 썼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지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ambergris, 2014, 47X33cm, FRP)

김 작가는 지난해 7월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deja vu’(데자뷔)란 주제로 세 번째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이때 역시 작가는 개성 넘치는 조소작품들 속에 자연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비판의식을 담아냈다.

‘deja vu’에서 작가는 나무로 깎은 물고기와 배[舟]를 시멘트벽 앞에 배치해,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은 결코 생명을 품을 수도, 물길이나 대지가 될 수도 없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했다.

작가는 예술창작자라는 배고픈 직업을 전주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 2010년경부터 밥벌이로 흙집을 지으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흙집 짓는 느낌이 되게 좋다”는 김 작가는 이때부터 생태주의 의식을 더욱 심화시켜나갔다. 그리고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집을 지으니 지구에 진 빚을 갚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한다.

한편 전시주제 ‘deja vu’는 작가의 정치의식의 표현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의 결과는 작가가 ‘다시는 볼 거라고 결코 상상조차 못했던 (정치적) 그림’이었다. 작가는 그때까지 오래 구상 중이던 작업계획을 보류하고 전시회 ‘deja vu’를 준비했다.

“몇 해 전 그 아름답던 촛불은 꺼졌다. 그러나 아직 내 가슴 속에는 초 한 자루가 남아있다”며 불 꺼진 초에 영상으로 촛불을 밝힌 작품 ‘다시 그 길로’를 제작한 것.


(이의 있습니다, 2013, 120X50X50cm, 폐목)

그리고, 움켜쥔 주먹과 팔뚝을 곧게 세운 ‘이의 있습니다!’ 역시 그때의 작품이며, 불의에 항거하는 그의 정치적 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나아가 작가는 공사현장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재료를 붙이고 깎아서 만든 이 작품에 대해 “버려진 것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창작노동자로서 그의 목표는 꾸준히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하는 동안 ‘사람을 계속 바라보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지혜의 원천이자, 그가 혹시라도 “나는 예술가입네” 하고 폼 잡는 ‘꼰대’로 타락하지 않게 붙잡아줄 안전장치다.

김두성 작가는 전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현재 전북민족미술인협회, 전북조각회, 햇살회 회원이다.


(김두성 작가의 최근 작업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