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두현 교장) 군산명화학교 홈페이지에 난데없이 고발장이 올라왔다. 다름 아니라 이 학교 특수교사로 재직 중인 선생님 한분이 동료교사들을 고발한다는 것. 내용은 이렇다.
자신의 동료교사들이 “남다른 월등함으로 날 초라하게 만들었고, 형식이 아닌 리얼리티를 느끼게 세련된 지도방법,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학생들에 대한 자연스런 배려심으로 그들이 날 작아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신에게 “수십 년 특수교육을 하면서 스스로 알 수 없었던 마음 깊숙한 곳에서의 움트는 작은 힘이 그들(동료교사들)로 인해 자라게 하고 아름다운 고통을 안겨줬다”는 내용이다.결국은 동료교사들을 칭찬하는 글이다. ‘엇~ 재미있네!’ 라는 생각과 ‘정말 그럴까?’라는 궁금증, 호기심이 발동했다.
군산명화학교는 지적장애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이다. 1988년 문을 열었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문대학과 비슷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전공과 과정이 한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곳이다.
이 학교의 아침 등굣길의 교문 앞 풍경은 여느 학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양복을 입고 교문 주변을 서성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교문 밖을 자꾸 보는 사람이 있다. ‘혹시 경비아저씨 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노란색 학교버스가 막 교문을 들어선다.그는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에게 어깨를 감싸며 인사하고, 어떤 학생들에게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는 다름 아닌 이 학교의 한두현 교장선생님이다.
한두현 교장선생님은 “일반 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오기까지 비장애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상상을 못할 정도로 고뇌가 있어요. 특수학교로 보내는 것은 엄마의 마지막 선택이에요. 부모님들께 후회 없이, 학생들은 밝은 모습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할 때 즐겁고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것부터 시작해요.”라고 등굣길 인사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한두현 교장이 명화학교에 부임하게 된 계기는 학부모들의 007작전과 같은 정보전이 있었다. 해외의 다른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전주의 모 중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이 학교 학부모들에게 입수된 것, 해외에서는 교장선생님이 열쇠꾸러미를 가지고 다니며 문단속도 하고 학교 청소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한국에서는 드문 경우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소문의 주인공인 한두현 교장을 명화학교로 모셔오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기게 된다.
한두현 교장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전임 근무지에서 임기가 1년 남은 상태였는데 학교운영위원장님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와요. 저에게 너무 기대가 많은 것 같고, 혹시라도 내가 그분들에게 실망을 주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부터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100배를 가지고 명화학교로 오게 되었죠”라고 한 교장은 당시 소감을 전한다.
한두현 교장선생님의 부임으로 명화학교는 작은 것부터 다양하게 많은 것이 변화를 거듭했다. 교장실 한쪽 벽면에 전교생의 이름과 사진, 특징을 붙여놓았고 아이들이 등교하는 1시간 동안 학교 경비아저씨가 따로 없다. 눈비가 와도, 햇볕이 뜨겁거나 칼바람이 몰아쳐도, 거르는 날이 없이 등·하교 안전의 학교 지킴이를 자처한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다녀 보며 통학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점검한다. 또한 “수업시간에 교장이라도 마음대로 들어가서는 안 돼요. 학교에 방문하는 학부모님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교실 유리창을 다 투명하게 바꿔서 학부모들이 언제든 학교에 와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론 교장실은 아무 때나 방문이 가능하다.
명화학교는 교사들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불필요한 교직원 회의는 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기 위해 업무 포탈은 교감 선생님과 교무실무사의 몫이다. 교사들이 점심시간에 오지 않고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함께 지내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한 교장은 “학교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다들 칭찬해요.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을 교사들에게 돌렸다. “특수교사들은 여느 교사들 보다 더 큰 사명감이 없으면 힘들다고 봐요, 저는 선생님들이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초심이 있었고, 그렇게 소중한 마음이 변치 않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자신의 일”이라고 말한다.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는 시간에 선생님들이 다른 잡무에 시달린다면 누군들 지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세상에 없애야 할 개 두 마리는 편견과 선입견입니다. 우리 애들이 아무 것도 못하는 것 같지만 영리해요. 좀 느릴 뿐이지 할 수 있어요.”
확실히 명화학교에는 교장 선생님이 말하는 두 마리 개는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에는 진심이 가득하다.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밝은 미소로 소통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