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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때문에 학교 교육예산 축소할 수 밖에 없어


... ( 편집부 ) (2013-05-25 08:11:32)

4월말까지 냉장고 교실이었는데 이제 좀 있으면 찜통교실을 견뎌야 하죠. 전기료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추위와 더위로 수업을 힘들어하는데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경남 모 고교 교사)

전기료가 100이 오르잖아요? 그럼 교육청에서 반영해 주는 예산은 한 50도 안 돼요. 그럼 학교운영비 중에서 교육비랑 시설 보수비를 제일 먼저 줄여 학생 안전과 교수학습활동에 악영향을 미칩니다.(서울 모 초등교 행정실장)

최근 5년 새 30.1%나 인상된 교육용전기료에 전국 초중고교의 95.6%가 학교 운영에 부담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춥고 더워도 냉난방 가동을 중단한다는 학교가 87.9%나 되고, 여타 학교운영비(교육비 등) 예산을 축소한다는 학교가 72.2%에 달했다. ‘전기료 폭탄’이 학교운영비를 잠식해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63.4%의 학교가 ‘교육용전기료를 인하하는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교총이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한 달간 전국 1,058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용전기료 등 공공요금 실태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25)에서 나타났다. 학교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학교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학교의 부담 정도, 이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 실태 등을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거의 6개월마다 오른 교육용전기료로 일선학교의 공공요금은 계속 늘고 있다. 올 학교운영비 예산 상, 공공요금이 ‘1억원 이상’인 학교가 1/4이 넘는 25.6%로 나타났다. ‘8천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교(16.6%)까지 합하면 42.2%나 된다. 고등학교는 ‘1억원 이상’인 학교가 57.5%에 달했다. 공공요금이 학교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 이상’인 학교가 28.5%나 됐다. ‘10%~20% 미만’이라는 학교는 39.5%, ‘10% 미만’인 학교는 30.0%였다. 특히 고교는 ‘20% 이상’ 학교 비율이 39.7%나 됐다. 학교운영비가 1억원이면 전기, 수도료 등으로 2천 만원 이상 쓰는 고교가 열에 네 곳이라는 의미다. 고교는 학생이 훨씬 오래 머무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 공공요금(전기, 가스, 수도, 전화료 등) 중에서는 전기료가 가장 지출이 크고 부담스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에서 전기료 비율이 50% 이상인 학교가 전체의 67.5%나 됐다. ‘60% 이상’이라는 학교만도 44.5%에 달했다. 가장 부담스런 공공요금은 ‘전기료’라고 응답한 학교가 96.7%로 나타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러다보니 95.6%의 학교가 전기료 인상으로 학교운영에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매우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48.0%에 이르렀다. 전기료 예산은 1억 원이 넘어갈 만큼 느는데 부담을 호소하는 이유는 ‘뛰는’ 전기료를 ‘기는’ 학교운영비가 따라 잡지 못해서다. 2009년 6.9% 인상 이후, 2010년 5.9%, 2011년 8월 6.3%, 12월 4.5%, 2012년 8월 3.0%, 2013년 1월 3.5% 인상돼 5년간 30.1%에 달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도의회 최창의 의원이 1일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교운영비는 매년 2% 가량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제자리인 셈이다.

그 결과 올 예산에 전기료 인상분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학교가 26.3%나 됐다. ‘일부 반영됐다’는 학교가 63.6%로 가장 많았고,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학교는 겨우 9.3%에 불과했다. 많은 학교가 전기료 충당을 위해 학교운영비 중 교육비, 시설비(시설 유지‧보수) 등을 잠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대다수 학교가 전기료 때문에 여타 학교운영비(교육비, 시설 유지‧보수비 등) 예산을 삭감하고, 춥고 더워도 냉난방 가동을 자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기료 인상으로 ‘냉난방 가동 시간과 횟수를 조정한 일이 있다’는 학교가 87.9%로 대부분이었고, ‘여타 학교운영비를 축소한 적이 있다’는 학교도 72.2%나 됐다. 사정이 같은 올해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기료 부담에 학교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덥고 추운 교실 환경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울 Y고 교장은 “학교 업무추진비가 기존에는 학교운영비의 4% 정도였는데 올해는 2.5%로 확 줄었다. 교과협의회 지원이나 학급운영비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고 말한다. 인천 H초 교사는 “지난 겨울에 파카, 목도리까지 한 채 수업을 하다 학생들 항의가 거세지자 난방을 했다. 여름에도 에어콘 가동은 손님 올 때만 하고 거의 작동을 멈추었다. 언제나 맘 놓고 냉난방을 할 수 있을까.”라며 전기요금 부담에 따라 냉난방 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학교현장의 현실을 이야기 한다.

전기료 부담을 덜기 위해 ‘교육용 전기요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인하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이 필요하다.이와 관련, 지난 18대 국회 때, 교육용전기료를 산업용 이하로 인하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이 발의됐지만 별 논의 없이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산업용 전기료의 70% 수준에서 결정’을 골자로,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이 ‘산업용 전기료 평균단가의 80% 수준 인하’를 골자로,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이 ‘산업용 전기료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함’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해 심의가 진행 중이다. 2012년 12월 기준으로 교육용 전기료는 1kwh당 판매단가가 108.8원으로 92.8원인 산업용보다 16원 정도 비싸다.

일선학교의 수도요금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 예산에서 수도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학교가 20.0%, 올 수도요금 반영 금액이 1,200만원이 넘는 학교가 44.1%, 2,200만원 이상인 학교만도 12.2%나 됐다. 상하수도요금은 특‧광역시와 시군 기초자치단체가 조례로 요금을 정하고 있으며, 교육용 요금제가 따로 없어 학교는 보통 공공용 또는 일반용으로 분류돼 가정용, 욕탕용보다 2~3배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학교는 공공용으로 분류돼 월 상수 사용량이 50㎥ 미만 시, 1㎥당 570원, 월 50㎥~300㎥ 미만 사용 시는 1㎥당 730원, 월 300㎥ 이상 사용 시는 1㎥당 830원이 부과되는 누진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반해 가정용은 대부분 1㎥당 360원(월 30㎥ 미만 사용 가정이 대부분임), 욕탕용은 1㎥당 360원~560원 꼴이다. 학교 수도료가 가정용은 물론, 목욕탕 물 값보다 훨씬 비싸다.

경기 A중(25학급, 학생수 1000명)의 경우 지난해 2학기 10월 한 달 상․하수도 사용량은 980㎥(상수도량 약 500㎥). 20학급 이상 규모 학교면 대부분 월 300㎥ 이상 사용할 것으로 판단되며 1㎥당 최고 판매가인 830원을 적용받게 된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부담 증가와 관련해 교총은 “방과후 학교, 방학중 특별활동과 디지털교과서 등 전자교실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학교의 전기료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쾌적한 교실환경, 정상적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학교 전기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적, 법률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수도료가 가정용이나 욕탕용보다 비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지자체들은 조례 개정을 통해 누진제를 폐지하고, 판매 단가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